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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들아 어디쯤 오고 있냐?


BY 들꽃편지 2001-02-17

육체와의 전쟁. 살과의 전쟁. 살빼기 작전.무슨무슨 요법.지방 수술.

살을 빼기 위해 약들과 기계들과 책들이 난무하는 요즘입니다.

살이 겁나게 쩌서 누워서만 사는 사람도 있고,
산소 호흡기를 달고 사는 여자도 있었습니다.

살이 너무 찌면 징그럽고 끔찍하고 동물같아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뼈가 보일 정도로 마르는 것이 소원이라
면서요?

요즘 아가씨들의 소원인 비리비리,핼쑥,삐쩍, 이런 소원을 다
가진 여자가 한 명 있답니다.

들꽃을 사랑하고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일산에 살고 있는...
저요!

키 164cm 몸무게 45kg.
한마디로 말해서 뼈에 가죽 씌움.
두마디로 말해서 바람이 불면 날아 갈까봐 옆사람이 걱정 함.
세마디로 말해서 겨울에는 옷을 두껍게 입어서 모르다가 여름만
되면 보는 사람마다 "아팠어?"

어떤 할머니는 이런 말도 하셨답니다.
"남편 밥이 무서운가 벼"
뭔 말씀이신지...? 남편이 내 속을 썩여서 마른다는 뜻인가?
밥을 먹을 때 남편이 조금 먹으라고 꼬집는거 아니냐는 말인가?
서로 성격이나 뭣이나 맞지 않아서 살이 안찐다는 말이겠지?

또 저번에 살던 동네 윗집 여자는...
"어떻게 결혼을 했어? 남자들은 마르면 싫어하는데..."
싸가지 없는 여편네.
그 뒤부터 그 여자와 놀지 않았습니다요.

또 옆집 옆집 깜씨 아줌마는
"이디오피아 난민 같애"
난 속으로만,지는 튀기 같으면서...조상님이 의심스럽다.

근데 젊은 때는 평균 48kg에서 많이 나가면50kg 이였답니다.
그래서 날씬하고 모델같다는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회사 소개 할 때. 회사를 대표하는 예쁜 여직원이 필요했는데
총무과장님이 저를 제일 먼저 뽑으셨답니다.
그래서 회사 정문에서 사진도 여러번 찍혔습니다.
확인해 보고 싶다구요?
그러면 자신이 없는데...지금은 확인할 증거가 없어졌거든요.
많이 늙었고,너무 마르고 해서 볼품이 없답니다.
나이가 마흔이 넘다보니 마른 것보다는 살이 조금은 있어야
덜 늙어 보이는 것 같더군요.
살이 적당히 있어야 얼굴에 주름도 펴지고 혈색도 좋은데말입니다.

여하튼 저는 살이 찌고 싶은 여자구요.살 찌는것이 소원인
여자이온데...
여기저기서 이사람 저사람이 방법을 가르쳐 주었답니다.
대부분 살이 찐 아줌마들이..

첫째; 밤에 많이 먹어라.
저녁밥을 먹고서 조금 있다가 라면을 끓여 먹고,빵 한 쪽을 먹어라.
그래서 먹어 봤지요.근데 다음날 점심까지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되어서 아침은 굶고 늦은 점심을 먹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첫번째는 실패.
매일 라면 먹는 건 고욕이였음.

둘재; 먹고서 무족건 자라.
그래서 아침 먹고 푸욱 자고,점심 먹고 퍼질러 자고,저녁 먹고서
깜박 자고...밤새도록 말똥말똥 멀뚱멀뚱 일어났다 앉았다
거실에서 화장실까지 왔다리 갔다리...
그래서 두번재도 실패.
낮에 자니까 밤에 한숨도 못 잠.

셋째; 한약이나 보약을 먹어라.
그래서 한약을 봄 가을로 먹었고, 개소주도 먹었고...
한약 먹으면서 가려 먹을 음식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 받아서
짜증만 나더라구요.
그래서 세번재도 실패.
한의사님이 이런 말을 하셨음. 한약이 안받는 체질이라고...
한약 냄새도 맡기 싫음.

넷째; 낙천적으로 살아라.
그래서 청소도 덜하고,아이들에게 잔소리도 조금하고,욕심도 버리고
남편이 늦게와도 외박을 해도 그려러니...
그런데 남편이 나갔다하면 들어오고 싶은 시간에 지 맘대로 들어
오더라구요.
그래서 네번째도 실패.
여전히 새벽에 들어 와도 내버려 둠. 나도 이젠 편 함.

다섯째; 생긴대로 살아라.
이건 내가 정한겁니다.
나이가 이쯤되다보니 저절로 터득한겁니다.
이것이 제일 쉽고 편하고 즐거운 삶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섯째는 성공.
끝까지 생긴대로 살겠음.

그래도.......
내 살들아 어디쯤 오고 있냐? 오다가 자빠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