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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그리고 ...편지


BY 들꽃편지 2001-12-15

친구와 "풍경"이라는 초가 카페를 갔습니다.
뜰 한 쪽엔 볏짚을 쌓아 놓았고
고물이란 고물과
옛날 물건이란 물건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던 허름한 찻집이였습니다.

너무 정신없고 지져분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창이 발아래까지 내려와 있어서
흙과 돌징검다리를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였습니다.

전 이 지져분하고 질서정연하지 못 한 카페를 보고선
차라리 단순하지만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훨씬 났겠다는
변덕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리는 금이 가 있고
방석은 지져분하게 얼시설기 놓여 있고
조각들은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고
천장엔 무엇이 그리도 많이 걸려 있던지...

그래도 난 이런 허름한 집과 평범한 땅이 주어진다면
저져분한 건 다 치워버리고
넓은 뜰에 들꽃을 가득 심고 싶었습니다.
어릴적에 많이 보아 온 채송화나 과꽃이나 봉선화나 코스모스...
그런 꽃들도 뒷뜰에
그득그득 심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가져 보았습니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가꾸고 쌓아둘 것 같으면
전원 생활은 지겹고 무의미하고 불편하기만 할 것 같았습니다.

꿈처럼 생각처럼 말처럼...
전원생활이란 것은 무척 어렵다는 것을 난 알고 있습니다
여름엔 덥고 홍수가 무섭고 벌레가 우글거리고
겨울엔 춥고 불편하고 황량하다는 걸 난 알면서...

그래도 난 창가를 바라보며 넓은 뜰이 좋았습니다.
저 무한정해 보이는 뜰에 뭔가를 심고 가꾸고 싶은마음...

제가 원하는 집은 시골에서 살고 싶은거랍니다.
집은 작고 초라한지만 넒은 뜰을 갖고 싶고
뜰엔 들꽃만 한아름씩 심어 놓고 싶답니다.
봄엔 냉이꽃,별꽃,꽃다지를...
여름엔 개망초꽃,물봉선화,달개비를...
가을엔 쑥부쟁이,구절초,코스모스를...
저의 집애 모든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들꽃구경을 할 수 있게
대문을 만들지 않을겁니다.
차는 알아서 원하는대로 타서 마시게 하고
창가엔 이끼낀 화분과 사랑초를 올려 놓고
탁자위 작은유리잔에 토기풀이나 들꽃 몇송이씩 꽂아 두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들꽃에 관한 걸 만들어 놓고 싶습니다.
액자도 커피잔에도 내가 입는 옷에도 커텐의 그림도 다 들꽃그림을
새겨놓고 싶습니다.
저의집 문패엔
"들꽃 그리고...편지"라 써서 달아 놓을겁니다.

어려운 꿈임을 난 알고 있으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이런 곳에서 살아갈 마음이 있고
날 찾아 줄 친구가 있다면 더 바랄것이 없을겁니다.

볏짚을 쌓아 논 풍경이란 카페에
겨울의 이른 어둠이 어둑어둑 내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