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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 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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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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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BY 넷티 2001-02-17

육년전.
친정 어머니께서 자꾸만 배가 아픈게 심상 찮으시다며
병원에 동행해주기를 원하셨다.
별일 없으리라고 갔었던 병원에서
느닷없이 수술 준비를 하고.......

장검사 도중
장에 구멍이 뚫린것이 발견된것이다.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하다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날밤 ....어머닌 수술실로 들어가시고
열시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새벽녁에야
수술을 집도하셨던 의사 선생님이 나오셨다.
결과를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어머닌 중환자실로 실려 가셨다.

친정집에 가서 몇가지 중환자 대기실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며
열어본 옷장......
가지런히.....어머니의 옷가지들이 정리되 있었다.

옷장속에 옷가지들을 바라보며.....
이 옷을 어머닌 다시 입어볼수 있으려나
온갖 회한과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와서
통곡을 하고 말았다.
엄마!.......엄마!......그렇게 가시면 안되요...절대로
그렇게 가버리시면 안되요.
꺼이 꺼이 .......사죄하듯 울음을 토해내며
다하지 못했던 도리때문에 가슴을 쳤다.

엄마!....제발 살아나셔야해요.....이렇게 가버리시면
나....효도다운 효도도 못해본 나는 어떻해요.

어쩌면 영영 다시는 볼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나는 온갖 공약들을 마음속에
새겼었다.

다시.....살아 나시기만 한다면
후회 없이 잘해 드려야지.
원하시는것 뭐든지 들어드리고.

몇개월의 투병을 끝내고 어머닌 다시
우리곁으로 돌아오셨다.
어느결에 육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얼마전 어머닌 아무래도 그때 그 증상이 재발하신것 같다며
걱정을 하셨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지난 육년을 뒤돌아 봤다.

내가 그토록 애닳아 하며
바라던 어머니와의 새 삶을
과연 나는 그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효도라는걸 마음씀씀이를 잘 했던가?

아니었다...조금도 나아진것 없이
여전히 나는 바쁘다는 핑게와 여유없다는 구실로 아무것도 나아진게 없었고....여전히.......육년전 회한과 후회를 만들고 있었었다.

그때 돌아가셨더라면
다하지 못했을 어머니의 사랑만 덤으로 더 받고 있을 뿐이었다.

다행히 ..어머닌 이번엔 커다란 문제는 없으시댄다...

어제 아침 과일가게 앞을 지나며 싱싱한 딸기 바구니를
바라보며 "아휴 맛있겠다....저거 얼매나 헐랑가......'
지금은 제철이 아니라 비쌀거에요...드시고 싶으세요?
했더니 ....주저없이 그러시단다.
속으로 .....엄마는 ....집에 과일도 많은데
하필 비싼 딸기람......

퇴근길에 딸기를 사들고 삼십년 만에
처음이라는 눈길을 헤집고 집앞에 다다르니
어머니가 창문을 열고 6층에서
"아가....현관이 미끄러워....조심햐~"

내가 오기를 내내 창에 매달려 기다리셨나보다.
행여.....얼어붙은 현관에서 미끄러질까봐
신문지까지 깔아 놓구선........

또다시...가슴이 찡해온다.


언제 일지는 모르지만 다음번에 정말로 현실이 될 그날이 왔을때
많이 후회하지 않도록
가슴을 치지 않도록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겠다.

오늘 아침엔 어머니께서 모조 모피 외투를 벗으시며
투덜거리신다.
안쪽부분이 뜯어지셨다구.....

마음 한구석이 내내 그 모조 모피 코트가 걸렸던 나는
지나가는 말로
엄마두 밍크 코트하나 장만하시라구 했더니만
기다렸다는듯이
요즘은 오백만원짜리가 삼백만 주믄 살수 있다드라며
"네가 하나 사주라....나 죽어서....무덤에와 울지말구...."
"뭐라구욧!...사....삼백이..누구집 강아지 이름이에욧!
말은 그랬지만.......
아무래도 사드리지 않으면
정말로 돌아가시고 나면 가장 큰 후회가 될것같아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
애구~괜히 방정맞게 입은 놀려가지고...

그나저나.....사...삼백을 어디서 ...구하지....
철없는 엄니 같으니라구
삼십만원도 아니고 사......삼백이라니......

지갑속에서 카드란 놈이 낼름 거리며
나를 써......후회하지말고
그러고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