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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콘서트..


BY 올리비아 2001-12-15

일주일에.. 이틀..
컴 아르바이트를 한다.

채팅방 제목을 보고 아이디정지를
주는.. 일명 채팅방 폴리스..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방 제목들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들과 유행어..
흥행되는 영화나 연예정보들..

그리고 전국팔도의 날씨들을
한눈에 알수 있을 정도로 가히
정보의 홍수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며칠 전에도 그렇게 다름없이
그런 방제목들을 읽어 내려 가는데

바로 그날 오후에 가수 지오디가
수원 운동장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방 제목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혜린아~ 오늘 지오디 게릴라콘서트 한덴다~"
"어디서?"
"수원 운동장에서~"
"아~ 가고싶다.."

난 안방에서.. 5학년인 딸아이는 거실에서..
그렇게 몇마디 건네 받고 있는데.. 마침

지오디 콘서트를 보러 가자는
딸애 친구들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어쩜 그렇게 아이들도 정보가 빠른지원..
다녀 오라고 허락을 해주고는 얼마 후에
아이들이 우리집으로 다들 모여 들었는데..

어라..이 녀석들 좀 보소마..

글씨 세아이 모두들 한손엔 태극기가 들어있는
파란색의 막대 원통함을.. 마치 장군의 딸마냥
떡~ 들고는 씩씩하게 웃고 서 있는게 아닌가..

"너희들..그.그거 뭐니? 혹 파란 막대풍선 대신 그걸 쓸려고 그러니?"
"아니여~~ 태극기 가져 가야지 입장할 수 있데여~"
"엥?? 구래?..왜 그런거래.."
"모르겠어여~"

(참내..별일이네..즈네들이 무신 독립투사여 뭐여~
태극길 다 가져 오라구 그러게..@@)

그러자 우리 딸애도 덩달아 베란다 창고를
뒤져서리 저번 국경일에도 꺼내 달지도 않았던...

(선열님..죄송함돠..달려고 했었는데여..그게 뭐시냐@#$#$(←변명중^0^;;)

그 태극기를 힘겹게 찾아서는 들뜨고
신난 표정으로 네아이들 한손에는 모두들
파란 태극기통을 도깨비 방망이 마냥 들고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우루루..

그렇게 장군의 딸들처럼 늠름히 사라졌다.

아니 도대체 왠 태극기래??
모를일이네..쩝..웃기네~ ㅎㅎ

그리곤 한참 후.. 딸 아이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이소리 들려??"
"음..구래구래..이 목소리 태우 목소리 같다~~~"

그 전화기속으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함성과
마이크에서 퍼져 들려오는 현장음들이
듣는 나마져도 덩달아 흥분하게 만들었다.

"우와~~혜린아~ 너 디따 좋겠따~~"
"웅~ 엄마.. 사람들 무쟈게 많어.."
"구래 구경 잘하고 와라..조심하고~"
"알써~~"

아~~20년만 젊었어도..
내도 거기서 태극기 흔들고 서 있는건데..아흐~~섧다..흑흑..

그렇게 딸아이는 저녁 늦은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우린 서로 흥분된 눈빛으로 마주앉아
궁금하던 콘서트 이야기를 듣는 내 모습을
울 남푠이 옆에서 가만히.. 보더니 한마디 한다..

"으이그~ 애미나 딸이나..똑~같다~~"
(구래아빠~ 내도 오늘 같은날은 엄마 안하고 니딸하고 싶다 아빠..ㅋㅋ)

그러고보니 참.. 아까부터 거 딸아이의 손에
왠 책받침만한 종이 태극기가 들려 있는거지..

"야~ 너 그건 또 무슨 태극기냐?"
"웅.. 이거 천원주고 샀어.."

"엥..왜? "
"태극기 있는 사람만 카운트 되는거래..."

"너 그래서 아까 태극기 가져 갔잖아"
"어후~ 엄만 챙피하게...사람들 다 이 작은 태극기사서
막 흔드는데 우리만 그 디따 큰 태극기를 어떻게 흔들어??"

"엥.. 푸하하하..얌마..구래도 걍 흔들지..ㅋㅋ"
"에이~~^^"

"얌마 혹 누가 아냐? 다들 손바닥만한 태극기 흔드는데
너희들 네명이 그 큰태극기 마구 흔들면 카메라에라도 잡힐지..ㅋㅋ"
"우헤헤.."

음..마치 이벤트인양 태극기를 가져오라 그러고..
그말대로 국기를 가져 왔어도 결국은 군중심리로..
다시 그 작은 종이 태극기를 사게 되고마는..

하여간 눈치빠른 이 아즈메..
좀 뒷맛이 씁쓸하구먼..ㅎㅎ

목표인원이 15000명이라는데 18500명이 왔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더라나 뭐라나 ..어쩌구 저쩌구..

난 좀전에 딸 아이의 태극기 값과
목표 인원수를 듣고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눈동자 멈추고 계산을 해 보았다..

흠..
18,500명 ×1,000=18,500,000
계산이 그리 되는군..쩝..-.-

참내 어이가 없고만..
난 그 프로를 보면서
무료 입장인줄로만 알고 봤었는데..

모든 콘서트가 다 그런식으로 치뤄지는건지
아님 그날만 그렇게 치뤄진 건지는 모르겠지만서두..

하여간 왠지 거 기분 찝찝하네구려..

"에이구.. 이눔아~ 그땐 걍 유관순 언니처럼
가져간 디따 큰 태극기 무쉭하게 흔들어 뿌리지.."

쩝..아무래도..넌..몬말리는 부부 딸이 아닌갑다..ㅋㅋ.

에구구..난 그날..
그 주최측에서 태극기 판 돈으로

행여나 게릴라 창당..하는게 아닌가하고
호기심많은 이 아즈메.. 국회에 문의하려다가..
.
.
그만 전화번호를.. 몰라서
걍~ 발씻고.. 디비 잤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