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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이런여유가?!


BY janggutb 2000-10-15

너무 오랫만에 가져보는 여유로움,
사실인즉슨 할일과 한가로움 사이에서 어쩔줄 몰라함.
나는 어디 가고 일속에 파묻힌 한 여자만 콘크리트 건물 속, 아스팔트 길 위에 덩그마니 남아 있을까.
오늘 교회에 다녀오는 길 양옆의 가로수에 들기 시작한 단풍이 너무 아름답다. 다음 주 그다음주엔 얼마나 고울까.
시간이 나면,아니 시간을 내어서 이 가을에,아니 가을이 아니어도 좋다. 대학로 어디에서 현실로 무뎌진 눈에 김수근화백의 그 소박하고 푸근한 그림도 보고, 묵향이 그리우면 인사동 골목 필방에라도 들어가-비록 너무비싸 사지는 못할지라도-붓 벼루 만져라도 보고, 그리고 어느 날엔 예쁘고 정갈하게 잘 꾸며진 청와대 앞길도 거닐어 보고, 또 어느날엔 명동성당 뒷뜰 낙엽도 바라보며 삶은 정말 아름다은 것이라고 이제 대학에 들어갈 딸에게 말해주고 싶다
대학시절 아주 추웠던 어느 날,정확히 2월 22일 단짝 친구와 길을 가다 너무 추워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러 들렀던 별로 크지 않은 다방,거기엔 아주작은 열대어들만가득 놀고 있는 수족관이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다 어쩌다 툭 쳤는데 그때의 느낌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 많은 열대어들이 일제히 화들짝 놀라며 방향을 바꾸는 것이었다. 난 그 순진함에 너무 놀랐고(화려하고 커다란 키씽피쉬의 도도함과 둔함에 길들여졌던 터에...)그 순간 미안함에 쩔쩔 매었던 기억이 있다.그날에 또한 떠나려던 버스를 발견하고 마구 뛰어갔던 우릴 발견한 기사아저씨의 친절,이렇게 사소한 일들이 내게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게 했었다.아주 젊은 시절에...
일이 있기 전 난 가끔 그랬다. 그래서 우리집 꼬맹이(늦동이)는 유치원 놀이방 에도 1년만 보냈다. 꼬맹이와 둘이서 인사동에도 대학로에도 세종로에도 부지런히 다녔다. 카메라에 꼬맹이의 모습도 담아 가면서...
이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일단락 되면(언제일지 몰라도,빨리 오길 바라면서) 나는 또 그렇게 누리리라.네게 주어진 아름다은 인생을. 하나님께서 그리하라 하셨으므로. 그리고 내게 주신 달란트를 키워가면서...Three two's day-2월22일-를 추억하며 여전히 The Life is Beautiful!이라고 소리치면서...
하나님 건강 지켜주세요,내가 그리 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