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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4

미워하고 싶은 사람


BY synine7 2001-02-16

지난 주말에 남편과 친정엘 내려갔었다. 막내 졸업식도 있고,

가족들 얼굴 본지도 꽤 되고 해서...

남편은 주말만 함께있다 월요일엔 회사로 출근했고 난 며칠을

더 머물다 어제 집으로 올라왔다. 피로와 온갖 걱정이 겹쳐

경부선 기차를 타고 올라오는 5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이유인즉슨, 남편과 떨어져 있던 삼일동안 난 맘이 편치않았다.

걱정이 되서 전화를 걸었더니 남편의 전화목소리가 그리 좋지

않아보였다. 아파서인지 좋지않은 일이 있어서인지...그다지

얘기하고 싶지 않은 눈치여서 혼자서 맘만 졸이다...드디어 상봉!


"나 아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남편이 하는 말이었다. 그 큰 덩치에서

어찌 저런 불쌍한 표정이 나오는지 생각만 해도 우습지만 그땐

정말 맘이 아팠다.

오랜만에 친정엘 내려갔는데 맘놓고 쉬다오라고 최대한 아픈걸

숨기느라 오해가 생긴거다. 고맙기도...

폭설로 집에까지 오는데 총 9시간이나 걸려 지친 몸이었지만

내가 또 누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열녀아닌가?

집안의 냉장고를 샅샅이 뒤져서 (정말 먹을만한게 하나도 없었다.

슬프도소이다~) 남편을 위한 저녁상을 차렸다. 반찬이라곤 청국장에

김치, 계란후라이, 마른김이 다였지만 남편은 오랜만에 부인이

차려주는 밥상이라 그런지 맛있게도 먹어주었다.

생전 먹지도 않던 약을 손수 지어와서 먹은걸 보니 혼자서 많이

힘들었나보다... 가슴이 아팠다. 남편을 무릎에 누이고 얼굴도

만져주고, 귀도 파주고 (우리 남편은 되게 좋아한다.) 손 지압도

해줬다.

막내라 그런지 어린냥을 받아주면 엄청 좋아한다.

"많이 아펐찌? 혼자서 고생했쪄?"

"으~응!"

애기한테 하듯 하면 정말 애기처럼 입술을 쭉 내밀면서

동정심을 유발시킨다. 귀엽고, 불쌍한 남편!

오늘 아침엔 회사에 가지말라고 그렇게 말렸건만 담주에 있을

내 졸업식에 참석할려면 휴가를 미리 쓸수 없다고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했다. 마스크를 쓰고 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측은해 보였지만 해줄수 있는게 내겐 아무것도 없었다.

“자기야 정말 사랑해”

- 미워하고 싶지만 전혀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 내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