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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창은 두 장의 엽서


BY 들꽃편지 2001-12-11

부엌창은 두 장의 엽서

부엌창엔 두 장의 엽서가 있다.
하얀 테두리를 친 네모난 창은 계절을 담은 엽서 같다.

누구나 그렇지만
주부들은 부엌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점심때도 부엌에서 눈부신 햇살을 감지하고
저녁이 오면 먼저 달려가야하는 곳이 부엌이다.

부엌창은 두 장의 엽서다.
가을엔 그 엽서에 짧은 편지를 썼고
지금은 겨울 일상이 부엌창에 그대로 담아 있다.

아직 내가 살고 있는 일산엔 눈이 내리지 않았다.
눈이 뽀얗게 내리면 부엌창은 눈내리는 엽서가 되어
고무장갑 낀 아줌마가 머리를 들이밀고 창문에 바짝 다가서게 한다.

한 해가 속절없이 가고 있다.
12월이면 대부분은 분주한 시간을 보내지만
난 한가하게 부엌창가에 서성이는 시간이 늘어난다.

눈이 너풀거리는 겨울은 내 창엔 아직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 눈 내리는 날이 오면
난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수돗물을 잠그지도 않고
멀건히 창밖을 내다본다.
창의 풍경을 그대로 그리던가
사진으로 찍던가 해서 두 장의 엽서를 마음으로 만들어 본다.
그리고 편지를 쓴다.

어느날은 고향의 겨울을 동시로 한편 쓰고
어느날은 한 자도 쓰지 못하고 마음만 앞설때가 있다.
어느날은 두 장의 엽서가 모자를 정도로
사연 많은 비밀을 쓸 때도 있다.

열두계절의 엽서가 모여 한 해를 채우고
한 해가 무심하게 간다.
1월부터 12월까지 엽서같은 한 해가 가고 있는 중이다.
한 장 한 장 소중하면서 아쉬운 12장의 엽서...

여나무장이 모여 우리네 삶이 이어지고 지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여나무장이 모인 일년이
10회가 되고, 40회가 넘어 갔다.

겨울이란 계절은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계절이다.

일요일 부엌창의 두 장의 엽서는 흐린 겨울이였다.
눈도 내리지도 않았고 밝은 햇살도 내리지 않은
평범한 겨울의 하루였다.

내일은 어떤 모습의 엽서로 하루가 그려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