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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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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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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


BY noma 2001-12-09


나의 큰딸 가현이가 글을 깨우치기 시작하면서 껌종이든 메모지든 여백이 있는 종이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어느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건네준 조그만 메모지에 적힌 ' 엄마, 사랑해 ' 란 편지를 받으며 큰 감동을 받았었다.

그 이후 아이는 똑같은 말을 쓴 편지를 자주 식구들에게 주었고 처음과 달리 감동도 시들해지고 받은 편지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아무데나 두자 아이는 서운해하기도 했다.

그래도 종이만 생기면 아이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성묘를 다녀온후 한번도 보지 못한 친할아버지에게 쓴 편지는 나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 많이 아프시지요... ... 할아버지 천국에서 행복하시지요. 할아버지 잘 사새요 '

아이가 쓴 편지의 일부 내용이지만 너무도 대견한 마음이 내게 뿌듯함을 안겨준다.

언젠가 우리 가족에게 일시적인 이별로 인해 서로 그리워하며 지냈던 적이 있었다.

아빠는 혼자 먼 미국에 가 있고 나는 아빠가 남겨 놓은 일을 하느라 둘째 나현이를 혼자 친정에 맡긴채 가현이와 둘이 시댁에서 지내면서 나현이에게 그립고 미안한 마음으로 힘든때였다.

그때 나현이에게 쓴 가현이의 편지를 보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생일이 돌아오는 나현이에게 언니가 나현이 너무 보고 싶다는 말과 언니가 곧 간다는 얘기
사랑한다는 얘기가 얼마나 절절하게 들리는지 가끔 자기동생에게 무심하게 굴어도 그 편지를 생각하면 용서가 된다.

편지 쓰기를 아직도 좋아하는 가현이는 요즘 메모하는 습관도 가지게 되었다.

책상을 치우다 또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메모를 들여다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혹은 갖고 싶은 것들의 목록들이 적혀있다.

좋아하는 노래, 친구, 모르는 척 하는게 나을 듯 싶은 어마어마한 장난감등 아이가 써놓은 메모나 편지엔 사랑스러움이 아기자기 묻어 나 있다.

요즘은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느라 내가 받는 편지의 양이 줄어들어 서운하긴 하지만 아이는 편지 쓸 사람이 늘어나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언제까지 사랑이 담긴 아이의 편지를 받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딸의 편지를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