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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일요일


BY 얀~ 2001-12-03

어머니는 절에 가셨다.
애들은 남편과 산에 칡 캐러 갔다.
라디오를 들으며 침대의 온기에 여유를 부리다가 눈을 뜬다.
청소나 해볼까란 생각에 라디오 볼륨을 올린다.
'담배 피우는 아줌마'란 책을 읽으며 청소 중간에 신나는 곡이 나오면 리듬에 맞춰 흔든다.
구석구석 정리를 한다. 점심은 매취순 반병을 비웠고 커피 3잔을 마셨다.
이층부터 일층까지 손이 가니 윤이 난다.
내 몸도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몇 주전에 딸아이에게 사준 책상에서
풍기는 나무 향을 맡으며 여유를 만끽한다.
콧소리로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한다.

20대 때, 처음 반항이 생각난다.
누구의 딸 노릇에서 벗어나기,
새벽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서 야단과 매질을 이십분동안 맞고 방문
을 닫고 뒤돌아서 웃던 기억,
키들키들~
'다섯시간 신나게 놀았으니 20분의 지옥쯤이야 아무것도 아냐...'

결혼과 동시에 10년을 엄마와 아내와 며느리로 살았다.
이젠 나를 알리기 위해 나서야 할 시기다.
일요일 완전히 온몸으로 휴식한 권리를 찾고 행복해야 한다.
거실에 있던 오디오를 옮긴다. 내 공간으로...
거질 장을 골랐다. 남편의 피곤한 얼굴에도 옷가게에 들려 남편의
바지 두벌과 내 옷을 스피드 있게 고른다.
기다림을 싫어하는 남편을 아니,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이렇다.
판매 여직원의 눈을 믿는다. 전문가의 눈을 적절하게 이용한다.
3벌을 들고, 그녀의 눈과 내 안목이 합치되면 오케이.
입어 보기 포함 20분에 한 벌 오케이.

돼지 목살 2근을 사서 콧노래를 섞어가며 양념을 한다.
잠시 책상에 앉아 애들 게임 소리를 음악 삼아 하루를 평가한다.
대 만족이다.
쇼핑 전, 애들에게 목욕하라고 당부했다. 딸애의 풀어 헤친 머리
카락의 움직임이 윤기가 나고 촉촉하다.

저녁 먹으며 반주로 매취순을 마신다.
어머니 한잔
남편 한잔
나 5잔, 내 기분이 젤 좋다. 정리를 하고 딸 녀석 책상에 커피
한잔 앞에 두고 글적인다.
'나도 장사를 하지만 가구점은 약속을 어길까...'하는 생각에
빠진다. 약속 시간 한시간을 넘기고 있다.
약속 시간에 강박관념이 있는 남편 덕에 괜히 늦으면 피해의식
이 든다. 난 100% 지켜야 하고, 다른 사람은 그냥 이해하자는
쪽으로 넘기자니...

벌초 때 생각이 난다. 당일 아침 울 집 다섯과 시동생 넷,
그중 젤 어린애가 6살 준비하고 밥과 음식물 챙기고 현관을
나선 시간 8시, 도착 시간 8시 10분...
그런데 거의 빈손으로 오는 친척들 9시, 그 담은 10시...
오면서 빈말
"반은 했어?"
(4춘 형님의 말...정말 넘햐...ㅡ.ㅡ^)
"절대로 먼저는 못햐, 하하하..."
(나도 이젠 말발 좋아)
아~거실 장 왔네!

남편이 오디오를 연결하니 카세트라디오보다 음질이 좋다.
제 자리를 찾은 오디오를 보며 흐뭇하다.
'아싸~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의 시작이다'
내가 뭘 잘 할 수 있는지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