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 해 질때 비가 오기 시작했지요...
모임이 있어서 세 살 배기 딸 아이에게
"엄마,아야하고 올께 ~~~~"
하며 엉덩이를 손으로 꼭 찌르는 시늉을 하면..
"엄마, 빠이빠이~~~~ 합니다..
소아과 문 앞에 가기만해도 질겁을 하는 아이거든요..
오랫만에 혼자 길을 나섭니다...
항상 아이 셋에 둘러싸여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거든요.....
며칠전에 새로 산 모자달린 까만 자켓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연 카키색의 니트,날씨가 추워졌으니 스카프도
해야겠지?
까만 정장바지에 까만 캐쥬얼 가방을 가로로 두르고 ......
손을 자켓 주머니에 찌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갑니다..
약속장소에 거의 다 왔어요...
신호등을 건너고 나면 저기 저 곳 이거든요...
자주 만나는 이 들 이지만, 오늘 저녁을 먹기로 했어요..
회의도 할 겸 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조용한 음악과 함께 여러군데의 소곤소곤
이야기 소리가 나를 반겨 주네요...
두리번 두리번~~~
우리 팀이 저기 있네요..
벌써 네 명 이나 와 있네요?
반가운 얼굴로 웃음짓고, 가벼운 인삿말도 주고 받으며 자리했죠..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무언가 개운치 않은 감정이 있었죠..
얼마 전 부터 느낀건데 ...
한 친구가 나를 대하는 눈빛과 말투가 많이 변했다는 거예요...
그래도, 이 동네로 이사와서 서로 속 깊은 이야기도 해 가며
여느 사람들 보다도 친숙하다고 느꼈었는데....
약간은 실망스럽더군요.....
왜 있잖아요...일부러 그러는 듯한.. 여자만이 느끼는 그런 감정들..
작년에 내가 힘들어 할때..
모른 척 하더군요.. 모르는 사람처럼.....
그 후로 약간의 사람을 보는 변별력이 생기더군요...
이제 나도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 것 인지를 깨달았다
고나 할 까요?
마음 속 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우정이 무엇이고
진실된 위로의 말이 무엇인지를....
김건모의 노래에 이어 소찬휘의 노래가 이어집니다...
음악 속에 이야기는 즐거워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 한 친구를 마음속에서 떠나 보내렵니다...
오,륙년간의 우정을 내 마음에서 지워버리렵니다...
돌아오는 길에 겨울을 재촉하는 비와 빨강색 우산을 벗삼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세 아이들....
"엄마, 엄마, 엄마 "
내 몸안으로, 내 눈속으로.파고듭니다..
막내 딸 아이를 안아올리며..
나는 다시 엄마의 위치로 돌아옵니다..
짧은 시간속에서 한 친구를 떠나보낸 엄마의 허전하고 씁쓸한
마음을 나의 사랑하는 아이와 남편이 가득 채워주고 있네요......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