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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는 마누라의 악처 일기 -5


BY 곰네 2001-11-28

저는요 무지 껄렁하고 삐딱하거든요.
그리고 우리 남편은 생긴거는 엄청 억울하게 생겼으면서
마음은 섬세하고 착하답니다.

남편이 뭐하는 사람이냐고요?
결혼할 때는 학생이었습니다. 대학원생...
말이 대학원생이지 나쁜 말로 하면 백쑤..^^;;
그리고 지금은?
일단 직업을 말하자면 '사업' <----무쟈게 던 많이 벌어올 것 같죠?
에구야 님들이 그렇게 봐주신다면 이렇게 감사드리겠습니담. 인사 꾸벅!!
남들이 그렇게 봐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드리고 싶은 심정이거덩요. ㅠㅠ

남편이 던 많이 벌어서 척척 손에다 쥐어주는 사람 같았으면
저 같이 패악을 부리곤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 다 아시죠? ㅎㅎㅎ
(이러니깐 뭐 남편이 던 못 벌어서 제가 악처된 것 같지만 실상은 아니죠^^
타고난 것을 우쩌겠습니까...ㅎㅎㅎ)

그래도 저도 가끔씩 저 자신을 장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담.
이건 울 남편도 마찬가집니담.
던 안벌어다 줘도 바가지 안 긁는 것. 하하하. 이것도 자랑인가....??
(살림을 잘 살아야 돈도 필요하고 그런거겠죠. ㅋㅋㅋ)

그렇지만 저도 가끔씩은 던 타령을 한답니담.
언제냐구요?
남편이 일적인 문제로 밥 먹고 들어올때...히히히
나는 김치 쪼가리에다 물말아서 밥 먹는데
(사실 제가 게을러서 반찬 안 해먹으면서 항상 말은 이렇게 합니담 ^^;;)
남편이 밥먹고 온다고 그러면 열불이 나는 겁니담.

그날도 남편이 밥 먹고 온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어~~ 난데.. 나 밥 먹고 갈 것 같아. 너 먼저 밥 먹어."
저는 뭐를 먹는 지가 참으로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한마디로 말하면 저는 '먹는데 목숨건다'파 입니다.
그러나 그날은 될 수 있으면 상냥하게 물어보았습니다.
"어 뭐 먹는데?"
"응 여기 일식집이야. 누가 여기서 만나자 그래서... 미안" (<----이미 제 성질을 아는 남편입니다. ^^)
"어 괜찮아 맛있는 것 많이 먹고와~~"
맘에도 없는 말 한번 뱉어 봤습니담. ㅋㅋㅋ
"어어 그래 나 쫌 늦어도 되지?"
"어 근데 너무 많이 늦지는 마아. 알았지?"

전화를 끊을 때까진 그래도 그렇게 열받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한창 비됴를 보고 있던 차라 정신이 없었죠 .
근데 비됴를 다 보고 나니 갑자기 생각이 나는 겁니담.
일식집이라.....우쒸...
'맛 있 겠 다....'

근데 쫌 있다가 배가 고픈 겁니다.
밥통에 어제한 밥은 남아있었지만
냉장고에 반찬은 전무...
그래서 라면을 삶아 먹을라고 보니 라면도 없고.
'에이 진짜~~ 냉장고와 라면. 얘들이 나를 배신하는 구나....'
그러고 앉아 있는데 눈앞에 회들이 춤을 추구 초밥들도 덩달아...

'이씨!! 괜히 상냥하게 말했네.'
하필... 그때 비됴로 절절한 사랑 영화를 보고 있지만 않았어도
독싸같이 톡쏘고 구박하고 승질을 부리는 건데.
앉아 있자니깐 점점 신경질이 나는 겁니담.
어디다 성질 부릴때도 없고...

그래서 친구들 한테 전화를 걸어서
"이짜식이.... 저짜식이.... 남편이란게..... 뭐 의리도 없이 ....."
이러구는 진짜로 몇십군데(?)다가 욕을 해댔습니다.
"이기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고... 내가 잘해주니깐(?) 세상에...."
"생긴건 억울하게 생겨서... 나니깐 참고 살아주지... 등등"
거기다 마지막 일격으로
"게다가 던도 못벌어오면서..." <----이 시점에서 던 타령이 나오거든요 하하하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오늘은 왜 그렇게 열 받았냐구
그렇다고 '남편 일식먹고 오는데 나도 먹고 싶어서 열받았다'고 할 수 있나요? ㅋㅋㅋ
"아니 걔가 원래 싹XX 가 없잖니. 뭐 내가 뭔 일이 있어서가 아니구 또 어쩌구 저쩌구..."
이러는데 띵똥하고 벨이 울리는 겁니담.
"얘 잠깐만!!!! 너 끊으면 안되!!"
그러면서 문을 열었더니
남편이 불쑥 들어오는 겁니담.
"아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늦게 온다며?" <----도둑이 제발저렸습니담. - -;;
"어 그냥 오늘은 일찍 가자고 그러고 밥만 먹고 왔어."
그러길래 잠깐만 하고 뛰어가서 전화를 끊었습니담.
"야 그 웬수왔다. 나 끊는다."
그러고는 쫌 찔리지만...
맛있는 것 못먹은 분풀이는 해야죠? ^^
하고 부엌으로 갔습니다.

근데 ...
"너 일식 좋아하잖아. 거기 새로 생겼는데 맛이 있어서 너 생각나서 싸왔어.."
하면서 도시락을 2개나 펼쳐놓는 것 입니담. ㅠㅠ (<---감동의 눈물... 저는 먹는 거에만 감동한다니깐요. 하하하)
"나도 너랑 같이 먹을라고 쪼금만 먹고 싸왔어. 같이 먹자 ^^"
짜식이 먹는 것 갖고 날 감동을 시키고 지랄야. 꺼이꺼이.

그러나 나눠 먹지는 않았습니다.ㅋㅋㅋ

엄청 억울하게 생긴 남편.
그리고 던도 못버는 남편.
그런 남편이랑 사는 저...
쪼금은 억울하기도 합니담.
하지만 그는 이렇게 가끔씩 잔잔한 감동을 주는 나만의 남편입니담.
(오늘은 악처일기가 아니고 현모양처 일기같이 되서 엄청 쑥스럽고만요.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