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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 유2~


BY ggoltong 2001-11-28

세월이란 진정 유수와도 같은것.
그녀가 아이를 출산한지 일년되는 해.
당연 그녀의 딸도 일년되는 돌잔치를
거하게 했었다.

열심히 손님맞이에 정신이 없던 그녀.
손님 음식대접에 뒤치닥거리 열심히 하다보니
정작 본인 배는 주린줄 모르고
그네들을 접대했다.

손님들이 다 간후.
쌓인 설거지 더미 옆에서
그녀는 밥주걱으로 소담히 밥을 퍼서
막 버무려낸 김치와 밥을 먹었다.
두어수저 들어갔을까..?
갑자기 그 맛나보이던 김치가 거역해서
도저히 먹을수가 없다.

우웨엑~~~~

이상하다..
너무 갑자기 먹어서 그런가...

그녀 남편과 잠자리를 들기전
그녀는 손님들로 부터 받은 반지며 봉투며
가지런히 앞에 놓고 즐거운 셈을 하고 있었다.

"어머,자기야~글쎄 봉투에 이십만원이 들어있다~~~"
"누구야? 이십만원넣은 사람이?"
"몰라~이름도 안써있네..?"
"자기 식구한테 받고는 자기가 깜빡하나보다..아휴 피곤해...자자.."
"자기야,반지가 열개야. "
그녀는 반지에 새긴 문양이 하두 고와
눈앞에 바짝 대고 연신 남편한테 수다를 떨었다.
그때였다.
아까의 그 거역스러움이 또한번 느껴진다.
그러자 그녀의 남편이 쓰윽 한번 흘겨보더니 금냄새에
질렸나보다고 썰렁한 농담한마디 던지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그녀는 문득 달력을 보게 된다.
불규칙한 월경탓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분명히 심상치 않은 일같았다.
그리고 보니 속이 뭔가 수상쩍다...

다음날 그녀는 산부인과에 갔다.
그리고 초음파화면속에서 쿵쿵 잘도 뛰는 심장을 볼수있었다.

"축하합니다, 임신 10주째입니다."
엥?
또 임신..?

그녀는 임신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온몸이 경직되는줄만 알았다.

애기 낳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임신인가...
그리고 그날밤 너무나 갑작스런 임신에 베개를 파묻고 울었다.

그녀가 임신한 소식은 배가 부르는 바람에
알게되었다.
아들을 너무나 원하는 그녀 시어머니..
배를 보아하니 분명 아들이라며 또다시 보약타령이 시작됐다.
그리고 임신복을 입고 있는 동안 그녀는 집안의 왕이 된다.

둥실둥실 배가 불러
지나는 이들은 그 배를 대고 뽑기를 한다.
"배가 너부대대 한게 분명 아들이야~"
"애기엄마 배꼽이 들어간거 보니까 딸인데 뭐~"

그녀는 남편에게 말을 한다.
"자기야..나 만약에 또 딸이면 어쩌지? 난 딸여도 상관없는데..."
"나도 상관없어, 자매를 키우면 더 이쁠것 아냐?
"어머니가 성화일것 아냐.."
"괜찮아,좀 그러다 마실건데뭐...그런데 자기 애기낳을때
힘들것 미리 걱정하느라 덜 먹고 그러지 마라...나 불안해"
"걱정마~아까 찬밥~그거 내가 싸악 먹었지."
"잘했어~ 애기 머리야 자기나 나 닮으니까 애쓰지 않아도
분명히 클거야~~~ㅎㅎ"

그녀의 시어머니는 아들이라 확신을 했다.
그녀가 먹는 음식으로 봐서, 그녀의 뒷태를 봐서..
그녀는 분명 아들을 낳을거라 벌써부터 좋아라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산달에 접어들었다.
매일같이 전화오는 시어머니의 전화.
"아직 소식 없쟈..?"
"네..어머니."
"원래 아들은 점잖아 늦는법이야,다 때되면 낳는다.암~"
엥? 그건 또 뭔소리. 딸도 때되면 낳아요,엄니...

밤늦은 시각.
그녀는 갑자기 슈크림 톡톡 터지는 빵이 먹고 싶었다.
"자기야~ 나 빵먹고 싶은데~"
선풍기 바람에 노곤히 자고 있던 그녀의 남편.
"그러니...? 알았어..."
옆에서 하루 종일 뜀박질하며 놀았던 그녀의 장군같은
딸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남편은 슈크림빵을 한봉지 가득 사서
그녀앞에 놔두고는 태엽풀린 인형처럼 또다시 잠이 들었다.

혼자 우작우작 빵을 먹던 그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다있네~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그 많은 빵을 한시간에 걸쳐 먹었다.
그리고 시원한 우유한잔 거뜬히 먹고 그날도 그렇게 잠이 들었다.

새벽 세시경.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진다.
절대로 산기라 여기지 않은 그녀,
아이가 깰까봐 조심히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내가 너무 빵을 많이 먹었구나..쪼금 남길걸.."

그리고 다시 잠자리에 들은 그녀.
어김없이 한시간에 한번씩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 아침 8시.
그녀의 남편이 넥타이 처억~매고 출근을 하는동안에도
그녀는 그것이 배탈로만 생각했었다.

"어쩌지..? 임신중이라 소화제도 못먹고...죽겠네.."

허나 그녀 남편이 떠나고 아이와 단둘이 남겨졌을때,
그리고 더욱 단단해지고 아랫배가 뭉근해졌을때
그녀는 비로소 일년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뿔싸..이건 배탈이 아니구나...

그녀는 전화를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에게 그 지옥같은 출근길속에서
다시 집으로 와달라고 했다.
놀란 남편, 비상등 버튼을 눌렀다.
빨리와도 한시간일것이다.

그녀는 점점 더해오는 진통속에서
샤워를 했다.
한달동안 못감을 머리도 감았다.
그리고 부랴부랴 가방도 쌌다.

어라~이건 장난이 아니네! 배가 진짜로 참기 힘들만치 아팠다.
고통을 경험한지라 갑자기 소름끼치는 공포가 등줄기를 타고 왔다.

그때였다.
아이가 말을 한다.

"엄마~ 미끄롬때줘잉~"
아이가 미끄럼을 태워달라고 한다.
그녀는 아픈배를 움키고 아이에게 설명을 했다.
이마에서는 슈크림흐르듯 땀이 흘렀다.
"미나야~엄마...지금 동생 나올려고 하거든?
있다가 아빠오시면 그때 타자~ 응?"
아이가 싫다고 떼를 쓴다.
도무지 뭘 모르는 아이.
그녀는 아이를 위해 아픈 배를 움켜쥐고
코끼리등을 만들었다.

아이는 그녀 등줄기를 타고 뽀르르 미끄럼을 잘도 탄다.
그녀는 이를 악문다.
이건 필시 꿈이야..꿈.

그렇게 길고 긴 몇분이 지났을때
후다닥 문을 쳐부술듯 문을 열고 들어온 이가 있었다.
순전히 날개만 없지 그는 천사가 확실했다.

"여보!지금 뭐하는 거야!!"
남편은 코끼리 등마냥 꾸부정히 머리를 박고 있는
그녀를 보고 놀란듯 물었다.

그때 얼굴을 들고 남편을 바라보던 그녀.
얼굴은 땀범벅,눈물범벅이 되어 조금은 안도의 숨이 쉬어지는듯
이잉~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이 말을 했다.
"자기야~!!자기 바보 아니니? 그게 지금 뭐야~!"


그렇게 분만실로 향했던 그녀.
딱 삼십분만에 아이를 출산했다.
분만실 밖에서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던 시어머니,
또다시 공주라는 말에 입술한번 잘끈 물더니
병실로 올라갔다.

그녀의 남편은 개구쟁이 딸아이를 쳐다봤다.
요 녀석 엄마라고 그 아픈 배를 방바닥에 대고
미끄럼틀이 되어주었구나..
남편은 그녀가 대단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탄생한 또한명의 딸아이를
진심으로 축복했다.

분만실에서 나온 그녀의 모습.
잔뜩 부풀대로 부풀어 살짝 손만 닿아도
터질듯하다.

"아팠지..?"
"자..기야..나 더러 의사선생님이 미련하대...
애를 둘 낳고도 배탈인지 뭔지 모른다고 말야...엉엉"
"뭐야? ㅎㅎ 근데 그건 맞다야~~~~자기 나 출근 할때까지도
소화제 못먹어서 속상하다고 했잖어~"피식.
"우리 이 아이들 잘 키우자~"
"그래~"
"자기 수술하는거지? 나 또 아프기 싫은데 말야"
"그래!알았어. 당장 하고 올께"

그때였다.
도란 도란 얘기 나누는 그녀부부를 목격한 그녀 시어머니.
역시나 그녀 남편의 등을 속없다 철썩 때리며
"어림없는 소리! 누구 맘대로 수술해!! 수술했다만 봐라,
아들 낳을때까지 낳아야지 누구맘대로 수술해!!!!!"

그러자 그녀 남편이 그녀에게 속삭인다.
"나는 자기꺼니까 자기맘대로 해"

그리고 또 다시 그녀남편을 향해 철썩 내리치는 소리에
그녀 눈이 찔끔 감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