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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사람의 생일


BY ggoltong 2001-11-15

나 꼴통들 엄마의 생일이 바로 오늘이다.
이십대의 마지막인 내 생일.
내 년에는 그토록 먹지 않을것 같은
서른살의 문턱을 딛게 된다.

오늘 아침 나는 다른날보다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고
나 좋아하는 낙지볶음을 만드는
다정한 남편으로 인해 그래도 무심한 생일이라
투덜거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 존재로 인해 세상을 보는
내 귀여운 세 아이들.
이 아이들이 케?恙?초를 꽂고
손뼉을 치며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는데
감동이 마구 마구 밀려드는탓에
케?揚?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남편은 출근을 했다.
내 큰아이도 유치원에 갔다.
우리집엔 어린놈들 둘밖에는 없다.
방금전까지 떠들썩했던 나란 사람의 생일분위기가
썰렁한 집안에 거짓말같이 사라져버렸다.

때르릉..
전화가 왔다.
친정엄마였다.
늘 하루에 한번씩 전화를 주고 받는 우리 모녀.
역시나 올해 내 생일도 잊으신게다.
우리 모녀는 그럭저럭 일상을 물어보고
아무렇잖은듯 전화를 끊었다.
유리공장에서 잔먼지를 쓰시는 울 엄마가 무슨
정신으로 내 생일을 기억하실까..?
난 이해했다. 그리고 섭섭하지도 않았다.

내 시댁식구들중에 오늘이 동서이자 올케이며
며느리인 내 생일이라고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것이다.
작년까지 나는 그네들 생일을 챙겼었다.
하지만 내 생일이란거..별로 중요하지 않나보다.

나는 받기위해 선물을 줘본적은 없다.
줄때 당시는 늘 깨끗하고 반듯한 온정의 선물인데도
이렇듯 내 생일이다 싶은 날에는 뭐랄까..
마치 내가 받을 차례나 되는 양 기다려지고
하루가 적적해진다.
이건 필시 병이다.
마음을 홀라당 비워버려야 하는건데...

이런 생각이 든다.
나란 사람의 생일은 참으로 외롭다고..
하지만 내 가족안에서 나의 생일은
그 어느때보다 내게는 의미있는 날이 아닐수없다.

선물을 기대하는 하루가 아닌
부드러운 어조로 안부나 묻는 그런 전화가
쓸쓸한 우리집 거실에 때릉때릉 울렸으면..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