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39

찔레꽃 추억


BY amelia 2000-07-29

안녕하세요? 조금 계절이 지났지만 써 놓은 것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도로변에 면해 있는 그 집은, 올해도 하얀 찔레꽃으로 담장과 대문이 뒤덮여 있다. 매년 오월이 되면 나는 일부러 그 찔레꽃을 보기 위해 그 집앞을 서성인다.
도시에서(부산), 그것도 도심의 도로가에 위치한 가정집에서, 정원수도 아닌 찔레꽃을 가꾸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 의문을 풀 기회도 없이, 내가 그 찔레꽃에 반해서 보러 다닌 몇 해 동안 , 그 가지는 더욱 더 무성해지고, 꽃은 더욱 더 소담스러워 지다가, 올해는 거의 무겁게 느껴 질 정도로 많이 자랐다. 아니, 야외에서 제 멋대로 자란 야생의 찔레덤불도 저 정도로 무성하고 넓고 아름답게 핀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느 정도냐 하면, 그 집의 대문이 도로변에 면해 있음에도 계단을 몇개 올라가야 되게 되어 있어서 꽤 높은 편인데도, 그 줄기가 축 쳐져서 능수버들처럼 도로쪽으로 휘영청 늘어뜨려져 있는 것이다.
차들이 밀려서 줄지어 서 있을 때는, 도심의 이미지와 너무나 상반된 모습의 하얀 꽃의 무리들이, 모든이의 시선을 사로 잡아 차 안에서나, 차 밖의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고, 나는 거의 넋을 잃고 황홀해 한다.
내가 그 꽃을 그리도 좋아하는 것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꽃이 아님에도- 그 꽃이 그러한 위치에 있음이고, 아득히 잊고 있었던 추억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부모의 관심밖에 있었음에도, 전혀 위험성이 없었던 그 때, 우리의 관심은 자연밖에 없었다.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우리는 들로, 산으로 싸돌아 다녔고, 거기서 즐거움을 찾아 내곤 했었다. 여자인 나는 더 그럴 수 밖에 없었는데, 거의 소꿉놀이 기구를 자연에서 조달했던 것이다. 음식을 담는 그릇은, 조개 껍데기나, 깨진 그릇 조각을 이용했고, 음식물은 모든 자연의 식물이 다 해당되었다. 특히 먹을 수 있었던 아카시아 꽃이나, 찔레꽃 줄기, 그리고 시금치라고 불렀던 시큼한 맛의 이름모를 풀이 그러했다. 그 중에서도 찔레꽃 줄기는 꽃이 피기 전에 어린 순을 까서 먹으면 달착지근 하면서도 아릿한 맛이 우리 소꿉놀이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식품이었다. 그런 것을 음식으로 차려서 소꿉놀이를 하면서 오월의 태양아래 우리는 피부가 까맣게 타는 것도 모르고 하루종일 놀곤 했던 것이다. 그 놀이는 우리들 중의 누군가가 토라져서 돌아가던가, 저녁을 먹으라고 찾으러 온 가족에 의해서 겨우 끝이 나곤 했었다.
이러한 아련한 추억이 보기 힘든 도심의 찔레꽃으로 인해 생각나고, 그 시절로 돌아가 미소짓게 되어 해마다 오월이면 그 집으로 달려 가곤 하는 것이다. 아직도 그 꽃을 가꾸는 누군가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게 행복한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그 분에게 감사하고, 꽃이 지고 나면 빠알간 열매를 보는 것도 기대되는 일이다. 2000년 5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