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25

시아버지와 며느리 11


BY 다람쥐 2001-02-03

춥다는 이유로...
애가 아프다는 이유로...
시댁에 가던 발걸음이 좀 뜸 했었어요...
매번 어머님이 차려 주시는 상 받아 먹는 것이
찔려서 오늘은 생태 매운탕 꺼리를 사 가지고 갔지요..

요리 못하는 제가 어떻게 그것을 끓이냐구요...
요즘은 어머님 말씀대로 세상이 좋아져서
요리 못하는 사람도 ?겨나지 않도록
양념장까지 만들어 팔지요...
저는 재료만 씻어서 끓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예전에 그렇게 해서 끓였더니
남편이 제가 혼자서 끓인거냐며 몇번을 묻데요...
꼭 음식점에서 먹는 맛이 난다며요...
그래서 이실직고 했어요...그럼 그렇지 하더군요...
어쩌겠어요...맛 없게 끓여 재료를 망치느니
산 양념장 풀어 맛있게 먹는 게 낫지요..ㅎㅎ

제가 장보는 것을 꼼지락대고 말았는지
집에 도착하고 보니 맛있는 김치찌게 냄새가 제 코를 찌르더군요.
그래서 오늘도 어머님이 차려주신 된장찌게와 김치찌게를
맛있게 먹고 왔답니다.
그리고 윷놀이가 보이기에 가족대항 윷놀이도 했지요..
제가 게임에 지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두번 다 지고 말았어요...

내일 연습해서 다시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니
아버님께서 일부러 져 주시겠다구 하시네요...
쉬워보이는 윷놀이가 생각보다는 어렵네요...
저녁먹고 TV나 보던 다른때보다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가까이서 살면서 항상 걱정만 끼치는 저희들을
맛있는거, 좋은거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는
두분을 뵈면....
마음이 따뜻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죄송스럽습니다.
저...행복한 사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