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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84

동갑? 딱 좋아,딱 좋아.


BY sara 2001-11-15

내가 고무줄 뛰기 하는 것도 그는 봤다.

내가 갈래머리 펄쩍이며 사방치기 하는 것도 그는 봤다.

내가 연필에 침 묻혀가며 덧셈,뺄셈 하는 것도 그는 봤다.

내가 아스케키를 빨며 하교하는 것도 그는 봤다.

무엄한지고!
"그"라니?

그는 세 오빠 중에 제일 큰 오빠의 친구.
나하곤 열살의 차이다.
초등학교 때 본 그는 생각도 안나고
중학교 땐 감히 선망의 대상에 올려보지도 못할 대학의 대학생.
고등학교 때 본 그는 군인아저씨.
내가 대학 땐 그는 삼십대였다,우와!!!

대학 4년 어느날,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를 보고 밤 늦게 들어왔지,아마?
대문앞에서 큰오빠와 마주쳤는데
계집애가 늦게 돌아 다닌다고 대뜸 야단을 치는거라.
그 뒤로 웃으며 서있는 그.
오랜만인데다 깜깜해서 누군지도 몰랐다.
그 왈;"길에서 보면 몰라 보겠다."
그거야 오빠친구들 누구나 하는 소리지,
내가 한 인물 났거든.

하나밖에 없는 딸이 잘못 될까봐
아버지는 내 결혼을 서두르셨는데
상대가 글쎄 아버지가 보신 중에 제일 머리좋은 그였던 것이다.

그는 더 청천벽력이었을 거라.
세상에,코찔찔이 같은 어린애로 알았던 나와 결혼할 의사가 있느냐고
호랑이같은 친구아버지가 호출을 하셨으니....

어째 얘기가 삼국시대 적 같다,그치?

오페라 토스카를 같이 봤고
종로 YMCA 스카이라운지에서 저녁도 같이 먹었고...
말이 났으니 말이지,
저녁을 먹으면서 포도주를 한 잔 했는데
술이란 게 뭐 잠자기 전에 먹으면 잠이 잘 온다나 어쩐다나 하는 말끝에
물론 성적으로 흥분이 되거나 하는 점도 있긴 하지만...하는 바람에
얼굴이 그만 새빨개지고
빨개졌다고 느낀 순간부터 더 걷잡을 수없이 새빨개지고...
에이,*팔려 죽을 뻔 했네.

그렇게 가끔가끔
학교 오다가다
차도 마시고,저녁도 먹고.

큰오빠가 하는 말.
그는 나같은 형을 안 좋아한다나?
웃기고 있네.
나는 뭐 지가 좋은 줄 알아?
나이 하나만 좋다.

이상도 하지.
난 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사람이 좋았나 몰라.
남자친구들에게도 7살차이가 좋다고 에지간히 잘 난 척 하며 다녔거든.
그런데 그는 거기다 +3.
나이 하난 딱 좋잖아?

달이 휘엉청한 대보름날이었는데
엄마가
그에게 전화해서 오곡밥 먹으러 오라고 하란다.

정원 가득 달빛이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는데....
....그는 오지 않았다.
뭬야?

너 이제 끝장이다.
삐져서 전화도 안받고
찬바람 쌩쌩 일으키고 있는데
그가 학교 도서관으로 찾아왔다.
나,눈 흘기며
하이고,웬 교수님?

커피숍에 마주앉았다.
사실 내가 결혼이라던가 하는 일에 관심이나 있었겠는가.
이 나이에,이 미모에.^^

단지 남자친구들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에게 자존심이 상해서
이겨보려고 기를 쓰고 있었을 뿐인데,
그는 이러는 거다.
왜 너는 좋다,싫다를 안하면서 내게만 하라는 거냐.
집에 오라는 건 결정을 내리라는 것 아니냐.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어떻게 가겠냐.
자존심 상해서 눈물이 다 났다.

자기가 좋은지 싫은지 말하란다.
아니,지가 먼저 해야지 내가 왜 먼저 해?
입 댓발 내밀고 아무 말 안하자 그는 화를 내며 일어선다.
층계를 내려오다가
화가 나서 눈앞에 뵈는 게 없었던가,
그만 층계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그가?
아니,내가.

한참을 굴러 쿵!하고
계단밑에 세워 놓았던 커피숍의 입간판에 머리를 찧고 멈췄는데
그 와중에도
아픈 것 보다는 창피한 마음이 앞섰다.
미니스커트가 뒤집어져서 머리를 덮고 있었거든.

그는 다친데 없냐며 절절맨다.
나 왈;빨리 일으켜요!

친구들은 그런다.
울남편이 내 팬티 본 죄로 결혼했다고.
그럴지도 모르지.
왜냐?
내가 또 한 각선미 하거든.^^

결혼식 날.
주례 왈;신랑은 신부를 비가오나.....하겠는가?
신랑 목소리가 아주 작다.
잘 안 들린다.
그래서 나는 주례가 신부는...?할 때 대답 안했다.
입 꼭 다물고.
한참 쳐다보던 주례가 할 수 없이 혼자서
지금 신부가 "네"하고 대답했습니다 했다.
나,정말 철없었지?

팬티 건은 아직도 물어보지 못했는데
보름날 건은 물어봤더니
아버지와 엄마는 자길 좋아하는데 나는 아닌지 알았단다.

운명이란 참 우습지.
친구들 사이엔 팬티때문에 결혼했다고 소문 자자하게 났지만
사실 난 자존심 세우며 이겨보려고 발버둥치다가 결혼했다.

남들은 나이차이 많이 난다고 내가 밑지는 결혼한 것처럼 말하지만
나는 알고있다.
철없는 여자와 사느라 울남편이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나..이제서야 철났지?

우리아들?
세살아래 이상은 턱도 없다.
동갑?
딱 좋아,딱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