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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34

진짜 하기 싫은 이야기


BY 이화 2001-11-14

한국 사람은(나도 포함)
누굴 만나면 개인적인 사항들을
많이 묻는다.
고향이 어디냐,
나이가 몇이냐,
부모님은 살아계시느냐,
(보약이라도 지어주려고 그러는지원)
형제는 몇이냐...

결혼하고 나면 여기에
질문이 몇가지 추가된다.
남편 직업은 뭐냐,
아이는 몇이냐,
아들은 왜 안낳느냐,
시집은 어디냐,
(이것까지 왜 궁금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남편은 몇살이냐...

드나들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이 콩트 방에 와보니
허니허니 작가분께서
남편이 연하인 분들의
경험담을 원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심장이 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마저도...
하는 절망 때문이었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내가 연상이다.
내 친구들도, 친척들도,
이웃들도 여직 모른다.
시집에선 다 알지만
친정에서는
형제들만 이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자존심에
목숨 걸고 사는 성격인지라
남편은 몇살 이예요?
하고 누가 물으면
동...갑...이예요...
지금도 이렇게 대답한다.

도대체 한국 사람들은(나도 포함)
왜 그렇게 개인적인 것까지
물어보고 알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어휴...
나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도
너네 신랑 몇살이니?
뭐 하는 사람이니?
딸만 둘이니?
어머, 그럼 아들 안낳아?
...이런거 절대 물어보지 않는다.

내가 연상임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타인이 나를 볼 때
선입견을 가지고 볼까봐 그런다.
동갑이예요...하면
무심히 보던 눈길이
제가 나이가 많아요...하면
눈빛부터 번쩍 달라지면서
당장 호기심에 이글이글
눈이 불타오르니까.

오종종하니 여우처럼 생긴
내 생김새 때문에
백이면 백명 다
순진한 연하남을
내가 꼬드겼을거라
철석같이 믿는 품새가
나는 못견디게 싫은 것이다.
오죽 하면 결혼하고서
시집 식구들도 평범한
한국사람들처럼 오해를 하고
살았으니.

나 : 고모(시누이)!
내가 땡굴이 아빠 꼬드겨서 결혼한 줄 알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여
나 좋다는 사람 많았스
고등학생 같은 고모 남동생 땜에
내가 신세 조진겨

시누이: (땡감 씹은 표정)
그...그거야...서로가 좋아했으니까...
결혼...까지...한...거...겠지...

나 : 아니여
안 만나준다고 그~렇~게~ 말을 해도
토요일만 되믄 전화도 없이 내려와서는
내가 나올 때까지 회사 앞에서 기다리니
회사 근처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게 만들어 놓고...

사실 직장 오래 다니면서도 그 흔한
연애질 한번 못하게 주말만 되믄
회사 앞에 축구공처럼 둥그런 얼굴이
출연을 하니 누가 내 옆에 근접을 하겠는가

시누이: 올...케도 좋았으니...까...
만났겠...지...

나 : 안만나주믄 집에를 안보내준다는데
어떻게 안 만나!
우리 동생이 언니는
어린애같은 남자 만난다고
공부도 안하고 울고불고...
어휴...

시누이: (완전히 꿀 먹은 벙어리 됨)

송년회를 하는데 남편 회사에서 아주 높으신 분의
사모님께서도 오셨었습니다.
그런데 이분께서 간부 부인들을 제치고 바로 제옆에
앉으시더니 이것저것 먹으라 마셔라 챙겨주시면서
그렇게 살갑게 구시는 겁니다.
어려운 분이지만 단박에 정이 가고 좋아지드만요.
그런데...마지막 헤여질 때 그분의 한마디에
좋게 먹고 마신 술기운이 확 깨드만요.

싸모님: (내 귀에 대고 은근한 목소리로)
...저...남자랑 사는데...
나이가 많고 적은건...
상관이...없지?

그렇습니다.
사모님 역시 많고 많은 한국사람들 중 평범한
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송년회에 오기 전 부군에게 물어서
연하남과 결혼했다는 여우같은 모모녀가
오는지 확인했을 것이고
여우녀를 보면 꼭 물어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나 : 그럼요
성격이 문제지
나이는 상관이 없지요...
(되도록이면 간단하게 말하고 끝내려 함)

싸모님: (더욱 가까이 바짝 다가서며)
연하랑 사니까...어때?...

부군께서 힘 쓰시는게 신통찮아서 그런지
싸모님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어휴...

나 : (인상을 팍 쓰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냄)
......

싸모님: (옴마나...하는 표정으로 입을 닫음)

사이버 친구들을 만났다.
여자 한명, 남자 한명이었는데
남자 친구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주절주절
자기 이야기를 한다.

남자친구: 너네들은 남편이 몇살이니?
(약간 으시대며)
나는 와이프가 연상이야
다섯살 연상

여자친구: 나는 남편이랑 띠동갑이야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움 같은 건 없어
오늘 골프장에서 친구들 만나 한게임 하구
어머...우리 딸 바이올린 선생님 오시는 날이네...

나 : (똥 씹은 표정)
우쩌란 말여...
나이 많은 마누라
나이 많은 남편 모시고 사니
배우자 나이에 맞춰 너네들을
대접해 달라는 말이여 뭐여?

친구들 : (과격한 내 말에 놀라)
아...아니..그...그런 말이 아니라...

나 : (여자친구에게)
그럼 너네 남편은 50이시니?
건강 잘 챙겨드려야겠다
(너랑 초혼이니?...묻고 싶지만 참는다)

여자친구: 으...응...
근데 보면 동안이라서 그렇게 안봐
40대로 밖에 안보여

남자친구: 우리 와이프도 그래
처가가 돈이 좀 있어
(이 얘길 왜 하는지?)
여우녀 남편은 몇살이야?
(어김없이 나오는군)

나 : 응, 동갑이야(나의 공식적인 멘트)

친구들 : 야...신랑이 젊어서 좋겠다

나 : (삼십대 초반인거 알면 기절하겠지?)
좋을게 뭐가 있어?
돈을 잘 벌어와야 좋은 신랑이지

올 추석이었습니다.
시엄니께서 저랑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남편 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나 : 엄니, 아범두 옛날 아범이 아니예요
술을 많이 묵고 살이 찌니 사람이 천해 보여요
옛날 인물이 아니예요 인제는

시어머니: 그래도 괜찮다
갸는(남편) 얼굴이 동안이라서
제 나이로 안보인다

나 : 어머...그럼 제가 아범보다 늙어보인단 말씀이세요?

시어머니: (아차...하는 표정)
그게...아니고...

나 : (무릎으로 엄니께 바싹 다가앉으며)
말씀해 보세요
아범이 동안으로 보이믄 저는 제나이로 보이남요?
예, 어머니?

시어머니: (말씀을 다 더듬으신다)
아니...니도 어려 보이지...
근데 갸도 동안으로 보이니까...

나 : 그러니까...
어머님 말씀은 아무리 살찌고 그래도
저보다 아범이 더 어려보인다...이 뜻이지요?
아범이 맨날 술 묵고 애먹이니까
제가 팍삭 맛이 간거 아니예요 아이고...

시어머니: (괜한 말 꺼내서 이 낭패를 본다는 표정)
니도 어려...보인다니...깐...

나 : 제가 아무리 이쁘고 그래도
(제가 인물은 없습니다)
엄니한테는 아범보다 제가 더
나이들어 보인다는 말씀이잖아요...

시어머니: ......

사실 저도 서른 다되서 결혼할 때까지
제 나이대로 보는 사람 없었습니다.
고작 스물 둘? 스물 셋?
이렇게밖에 안 봤는데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고
이제는 주름이 자글자글
앞이마에는 흰머리가 성성하고
(친정엄마 닮아서 머리가 빨리 셈)
아이들은 날마다 마귀할멈이라고 놀리니
이 모든 것이 연하남과 결혼해서 스트레스를
곱으로 받고 사는 탓이라 여겨진다 이겁니다.

앞으로 제 글을 보시더라도
어머...이 아줌마가 나이 어린 남편이랑
산다는 그 아짐이야...하시지 말고
그냥 '이화'의 글로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도 말할 것입니다.
제 남편요?
저랑 동갑이예요...

(오늘 글이 왔다리 갔다리 해서 죄송합니다
안하던 고백을 하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