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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들이 나팔꽃같드라.(나도 아내가 있었으면....영화를 보고서....)


BY 들꽃편지 2001-02-03

비가 내렸어.
한 소년이 그 비를 맞으며 서 있었어.
그러더니 등나무 잎 한 줄을 땄고,
돌아가셨다. 아니다. 돌아가셨다. 아니다....
소년은 잎을 하나하나 따면서 주문을 외웠을거야.
엄마가 살아계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면서....

비가 몹시 많이 내려.
남자는 우산을 받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위에서 내려다 본 우산들이 나팔꽃같드라.
그녀의 창가에도 비만 내리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꿈꾸며.... 비만 내려.

작은 화분들이 제일 기억에 남아.
은행 창구앞에 하얀꽃이 핀 화분과
여자의 화장대위에 턱괴고 앉아 있던 화분과
남자의 집을 방문하면서 선물로 들고 간 잎이 쭈삣쭈삣한 화분

도시속의 잔잔한 일상이였지만
비와,작은 화분과,공원이 조화를 이루어 예쁘장한 영화였어.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고,만나고,헤어지고...
그리하여 사랑을 차츰차츰 밟아가는 낙낙한 영화였구.

세련된 언어와 반질한 외모와 화려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어.
어눌한 언어와 순진한 외모와 우리들의 하루와 밀접한 영화였지

말 수가 적어 빈 공간이 많아
비어 있는 공간속에도 지겹지 않게 시간이 흘러
가을잎이 누렇게 떨어지면서 두 사람은 만나게 되어
비내리는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사랑을 준비하고....

갑자기 가을비가 내려.
두 사람은 등나무밑에 서서
여우가 시집가나 봐요? 아닌데... 호랑이가 장가가는거에요.
아무것도 아닌걸로 우기며 똑같이 하늘을 보더군.
우리도 그러잖아.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로 싸우고 울고 삐지고...

소년이였던 그 남자는 등나무잎을 따서는 또 주문을 외우지.
이 여자다. 아니다. 이 여자다. 아니다....
둘이는 손을 잡고 가을속으로 걸어 갔어.
둘이는 손을 잡고 사랑을 향해 걸어 갔어.

영화를 보면서 내내 가슴이 저렸어.
내 가슴속에 숨겨두었던 첫사랑이 반짝반짝 빛을 내었거든.
별이 되어 버린 첫사랑.
우린 누구나 그런 사랑 하나쯤은 가슴에 별이 되어 남았을거야
그래서 가끔씩 꺼내어 닦아 놓고서는
어느날은 그리움으로 바라보고,
어느날은 안타까움으로 안아보고,
어느날은 슬픔으로 덮어버리곤 할거야.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은 날.
내 사랑도 이제 찾을길이 없어.
내 나이에 이런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알지.
그래서 첫사랑을 가끔씩 꺼내보고 만져보곤 해.
나 혼자서만 그리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