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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후기]황홀하고 즐거운 첫날밤 성공


BY 최경자 2000-10-10

신혼여행 첫째 날.

설렘을 안고 바다를 건넜다. 국토 남단의 끝 한 점 섬 제주도. 5000미터 상공 아래 펼쳐지는 망망한 운무의 춤사위를 헤치고 우리는 행복의 은빛 새가 된다.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는 그 설렘으로 우리는 해안도로를 단숨에 달려 태평양의 거센 파도를 안고 용트림으로 서 있는 바위 앞에 이르렀다. 용두암. 우리는 그 첫 번째 이정표에 이르러 비로소 여행의 즐거움을 갯비린내와 함께 느꼈다.
제주 해산물로 끓인 매운탕을 맛있게 먹고, 삼성혈, 박물관, 그리고 아름다운 낙조와 더불어 꿈을 펼치는 자연공원 사라봉.
첫날의 관광 스케줄을 끝내고 아직은 서먹한 다른 부부들과의 식사. 와인과 대화로 이어진 우리는 어느덧 백년지우가 되고, 일상을 털고 일어선 섬나라 속의 레크리에이션은 우리의 여흥을 정답게만 만들어 주었다.
남편과의 밀회와 첫날밤(?)의 설렘.


신혼여행 둘째 날.

한림공원. 그곳은 세계 유일의 2차원 동굴과 이국적인 야자수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나그네의 바쁜 걸음은 두 번째 코스에 이르게 된다. 기암절벽과 용이 머리를 틀고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이 있는 해안. 많은 관광객들이 기기묘묘한 자연의 솜씨에 탄성을 자아낸다. 중문관광단지 내에 위치한 여미지 식물원! 반짝이는 온실의 투명한 햇빛을 따라 숨쉬는 신록의 건강함. 가슴속을 싱싱함으로 채워놓는다.

드디어 수평의 대양들이 벌집을 닮은 육각기둥의 절벽으로 달려들고 있는 주상절리. 철썩철썩 자연이 빚은 위대한 조각 예술. 제2의 해금강을 닮았다.
또다시 우리는 여정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미지의 정원으로 달려갔다. 하늘로 뻗은 물줄기. 힘차고 거센 역동의 물줄기는 안개꽃으로 피어나는 물보라를 연출하고 있었다.
태평양의 전설처럼 짙은 그리움을 노래하는 낙조를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안고 우리는 하루의 달콤한 피곤을 안고 숙소로 돌아갔다.


드디어 마지막 여행 날.

이틀간 제주 풍광의 파노라마를 떠올리며 퉁퉁 부어버린 두 다리, 피곤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굼부리 민속마을에 다다랐다. 낮게 드리운 초가지붕. 제주를 지키는 당산나무처럼 역사와 세월을 지켜본 팽나무와 느티나무는 큰 눈을 부릅뜬 채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달콤한 여독을 달래는 오미자차로 피곤을 풀고, 제주의 남단을 지키는 수문장 성산 일출봉에 다다른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일출봉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모두들 넋을 잃었다. 역시 제주의 아름다움은 바다에서 한층 더 빛남을 느껴며 비자림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해녀촌에서의 싱싱한 해산물과 막소주 한잔으로 아쉬움과 석별의 정을 나누면서 3일간의 행복하고 소중한 신혼여행은 막을 내렸다.

이처럼 저희 부부에게 행복한 신혼여행 길을 열어준 아줌마닷컴 여러분과 많은 도움을 주신 지스코 직원 여러분, 그리고 타임머신을 타고 떠난 신혼여행에 응모하신 여러 아줌마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 부부는 이 여행을 계기로 다시 처음 시작하는 신혼부부처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행복한 한 쌍의 잉꼬 부부가 될 것을 여러 아줌마들에게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평소에 남들 앞에 서기 싫어하는 남편, 덩치만 컸지 무엇 하나 할 줄 모르는 남편. 이런 남편에게서 저는 이번 여행에서 새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지스코 유봉춘님의 사회로 '남편 등에 업혀서 흔들기' 게임 중이었는데 다른 팀은 제자리에서 흔들기를 하였는데 글쎄 제 남편은 저를 업고 테이블 주위를 계속 도는 거예요. 그의 등에 업혀서 이 남자에게도 이런 용기와 따뜻함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남편 덕분에 그 게임에서 1위를 차지하였답니다.

그리고 첫날밤(?)의 설렘 속에 잠을 어떻게 잘까? 어떤 말을 할까? 사랑은 어떻게 할까? 고심 고심하며 화장을 지우고 목욕을 하고 예쁜 잠옷을 갈아입고서 '여봉~~' 하고 콧소리로 불러보니, 묵묵부답. 아니 글쎄 남편은 이미 꿈나라로 가버렸네요. (약속을 했거든요. 제일 즐거운 밤이 될 거라고요. 그런데 술을 과음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물러날 제가 아니지요. 꼬집고 차고 협박해서 결국 깨웠지요. 그리고 황홀하고 가장 즐거운 첫날밤을 성공!

또, 연애 시절부터 결혼 생활 20년이 다 되도록 팔목잡기를 싫어하는 우리 낭군님. 이번 여행에서도 예외가 아닐까 걱정을 하였는데, 그것은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손을 잡고 팔목도 잡고 어깨동무도 해가면서 제주도의 전설이며 우리 가족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남편. 역시 멋진 남자였습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꼭 약속을 하였지요. 몇 달에 한 번씩 둘만의 여행을 떠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