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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60) *타인이란 거울속에 비친 나...


BY 쟈스민 2001-11-13

창틈으로 스미는 바람이 이젠 제법 차다.

거리엔 사람들의 옷차림의 두께가 계절의 깊이만큼 두꺼워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엔 뭔지 모를 분주함이 베어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오늘도 물이 흐르듯 흘러 가고 있다.
나 또한 그 물줄기 틈에서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참으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가진다.
어떤이는 때때로 자신을 너무 지나치게 위장한 것 같은 화장과
현란한 옷으로 도무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치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어떠한 격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일상의 사무적인 일을
처리하는사람으로는 도통 보여지지 않는 의상을 입고서
출현하는 이들을 보면서
도무지 그 머리속에 들어 있는 생각이 뭔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가령 한 사무실에 여러명의 여직원이 근무를 할 경우라면
아무리 개성시대라 하지만 지나치게 튀는 복장을 한 이를 볼때면
왠지 다른이의 시선을 붙들고 싶을만큼 자신의 내면에 어떤
열등의식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옷이라는 건 단순히 사람들의 몸을 가려주는 보온의 수단일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여자들의 옷차림에선 저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가 도무지 가늠이 안갈 만큼의 차림을 한 이를
만날때가 있다.

물론 어느 정도 본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스럽에 입을 권리는 있겠지만
지나가는이가 힐끔 뒤돌아보게 하는 옷은
직장에 다니는 여성에겐 좀 자제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그런이들에게 평범한 사고를 하면서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많이 어려울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들은 ...
세상을 살면서 혼자서는 살아갈수가 없는 듯 하다.
어우렁 더우렁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삶 만큼이나 다양만 모습을
띤 하나 하나의 개체가 모여서 살고 있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의식한 나머지 주위 사람들에 대한 작은 배려를 그냥 지나치는
적은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인듯 싶다.

자신만 편안하고, 자신만 예쁘게 생각된다면 사무직의 여직원이
밤무대에서 일하는 차림을 하여도 괜찮은걸까?
주위에서 해 주는 진심어린 충고에도 아랑곳 없이 자신의 소신껏
옷을 입어(?)내는 그 과감성에 혀를 내두르기는 하지만
뒤에서 이런 저런 말을 늘어놓을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신분에 걸맞게 살아가고들 있는 것
같은데 몇몇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이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만든다.
어느 집단이든지 그런 이들이 몇몇은 꼭 있기 마련인건지 ...

아무리 화려하고 예쁜 옷...
아니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일지라도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옷은 그저 촌스럽고 ...
어정쩡한 옷차림이 되고마는 것을 그녀들은 알고 있을까?

그런 광경(?)을 보면서 다시금 나 자신을 거울속에 비추어 본다.

유행의 물결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싶지도 않고 ...
그렇다고 때와 장소에 맞지도 않는 옷을 불쑥 입고서
나타나고 싶지도 않다.
아주 세련되게 입어낼 자신이 없다면 그저 평범하고 거슬릴것 없는
무난한 차림이 자신을 표현해 내기에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오래도록 갖고 있었던 옷이라도 새옷처럼 꺼내어 자기화시켜낸
그런 옷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친구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평소에 별로 친분이 없는 사람이 그렇게 튀는 옷을 입고
나타난다고 하면 그저 무관심하게 지나쳐버릴수도 있겠지만
난 같은 여직원의 입장에서 볼 때
전체적인 이미지를 흐릴수 도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많이 부끄러워진적이 있다.

자신 한사람으로 인하여 전체적인 이미지를 흐릴 수도 있음을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이 아침엔 왠지 씁쓸하다.
나만 괜찮으면 되지...
하는 생각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팽개치는
무책임한 일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편하자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그런 이들을 만나는 시간엔
나의 마음엔 좀 덜 흡족하여도 다른이의 눈에 거슬림이 없다면
조금쯤은 자기 자신을 억제할줄도 아는 미덕이 아쉬워진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었던가 새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결코 화려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모습으로도 자신만의 향기를
간직하며 살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녀들의 몸부림에 가까운
요란스러움이 이 아침엔 약간의 혐오스러움과 부담으로 내게 온다.

아무생각 없이 살아가는 일은
스트레스를 덜 가져다 주어 건강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이유없이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지 싶어진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
타인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제멋에 사는 이를 만날때면
그 단순함에 의아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다.

그녀들을 보면서 ...
나의 사는 모습을 다시금 둘러 보게 되어
내가 느낀 안타까움이 나를 반성해 보는 시간으로 되돌아 온다.

다른이를 거울 삼아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아무리 바쁜 세상살이 속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
그런 생각들로 내 머리속에 남아 있는 찌푸려진 기억들을
털어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