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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에서 온 손님[까오루편]


BY jerone나나 2001-11-13

대스비가족12 [다국적가족2]


프랑스에서 손님이 온다고 며칠 전부터 딸아이가 아양을 떤다
날보고 좀 잘봐주고 협조해 달라고 백쓰는 것이지..
개으른 나는 별 동요하는 일도 없이 날짜가 되어 사람이 오면 하룻밤 자고 돌아간다니 집안 청소나 깨끗이 해놓면 되는거지. 오후에 도착해서 저녁은 외식하고 아침에는 찰떡 궈먹으면 된다고 딸아이가 미리 언질을 줬으니 시장 보고 뚝딱거리며 반찬할 일도 없어 손님이 온다해도 한가하게 컴이나 만지며 논다

손님..
뽀야(딸)가 미리 준비해 놓은 오랜지색 카드를 "JEFF-CAORU.." 들고 대서비(아들) 공항에 마중나가고 나는 대충 해도해도 끝이 없는 청소를 하며 기다려..(평소때 좀 잘해놀걸..)
딸내미는 직장에서 일찍퇴근해 곧바로 공항에 마중나간다고 손전화로 교신하며..
무사히 랑데부 끝나고 집으로 오는 중이란다...

도착..
26세 프랑스남자 '제프', 31세 일본여자 '까오루'부부와 6개월된 아기 '하나'
제프는 중키에 얼굴이 조그맣고 곱게생긴 갈색눈의 상냥한남자..
까오루는 미인은 아니지만 결코 밉지않게 생긴 전형적인 일본여자..
어설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감샤합니다"
나는 그냥 시원하게 일본말로 "아랏샤이~" "비엔베니다~"
일어와 스페인어로 반기니 이미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며 하하하하 웃으며
호기심과 반가움과 기대로 가득한 눈과눈의 마주침에 기쁨이 넘친다

하나(花)..
한국이름 같지만 꽃이란 뜻의 일본이름을 가진 5.5개월된 여자아기
짱구이마에 넙쩍한 얼굴, 아빠를 닮아 갈색 큰눈과 납짝코. 얇삭한 입술에 하얀피부를 가진
내컴퓨터 위의 못난이 인형처럼 생긴 방글방글 웃는 아기를 내게 안겨주니
하하하하하하 아가야 깍꿍~! 이뽀라~~~~~
하나는 정말 귀여운 아기..

낯선 이방인들과의 하룻밤 이야기==>계속
`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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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리에서부터 긴시간 비행기에 지쳐 피곤하고 시차도 바뀌고..
그래도 젊음은 좋은것이야. 배가 고픈지 서울이 궁금한지..
잠시후 까오루부부랑 대서비, 뽀야는 저녁식사 한다고 단체외출..
하나랑 나만 남았는데..

큰 갈색눈동자를 땡글땡글 굴리며 방싯방싯 웃는 아기 들여다보며
'올롤롤롤로~ 아가야 깍꿍~! 으이고~ 이뿐거...'
둥실둥실 아기 얼르며 한손에 전화기 들고
몬난이 인형같은 튀기 프랑스아기를 자랑하며..
아기가 운다니 (할매찌찌 물리라~)
순간 너무 웃겨 하하하하하하하 웃으니
이때부터 아기가 울기시작하는데.. 흐미... 날리 나분거...
유괴범이 따로없는 것이야
잡아 가두고 흠신 두들기는 것처럼, 자지러지게 울어
'우앙~~~~!!! 앙~앙앙!!! (들썩) 앙~~~~~~~~~~~~~~!!'
나도 아기 좋아하고 튀기라 생김생김이 이쁘기도 하고
딸내미 빠리시절에 엄청 잘해주기도 했다니
한껏 이쁘게 잘 봐줄라고 작정했더만도...
내가 그만 지쳐 팔딱 뛰게 되어버린 것이다
둥개둥개 얼르고 '잼잼 도리도리 깍꿍 아가야~~~~'
아무리 달래도 아기는 그치지를 않고
급기야 딸내미 손전화 불나게 걸어도 통화중 아니면 안받고
(아무래도 야덜이 저녁먹고 노래방 간 것 같아..)
전화는 포기하고 아기 안고 전전긍긍.. 이방갔다 저방갔다
입에 물릴 뭐라도 찾으니 우유병도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어..
(도둑질은 어찌하나 모르겠다)
이때! 위대한발견.. 빈젖꼭지..
침대 위에 던져논 아기옷에 달랑 매달려 있는
빈꼭지를 들고 아기입에 물렸다 뺐다하며 아기달래기..
휴~~~ (손자 생기면 좀 봐줄라 했더만 클나겠다..)

잠시 자는가 싶더니 이내 또 깨서 울고
불을꺼도 울고 불을켜도 울고.. 잠시 토끼잠 자면서도 울음이 덜 삭아
어깨를 들썩거린다..
(조심조심조심.. 방문도 살살, 걸음도 살살.. 아기깰라..까치발 들고 살살살..)
3-4시간 훌쩍 지나 아기엄마,아빠, 뽀야,대서비.. 우루루 몰려 들어오니
아기는 방싯방싯 예의 본얼굴로 돌아가
언제 울었더냐한다.. (아기본 공은 없다더니 동서고금이야..)
나는 또 아기가 심하게 울었단말이 곰방 생각나지 않아 .. 바디랭귀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흉내내는 모양이 엄청 우스운지 여러나라 사람들이 한꺼번에 뒤집어진다
(난 천재야.. 배우얌..하하)
아기는 언제 무슨일 있었냐는 듯 낯도 안가리고 대서비한테 안겨 옹알옹알옹알이까지 한다
대서비도 이뻐 죽겠나봐..
실로 오랜만에 우리집에 웃음꽃이 만발하고 각자 잠자리로 들었다

`01.10.10. 이른아침..==>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