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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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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국자를 든 남자..


BY 올리비아 2001-11-13

85 년 5월 26일..

다방이 유난히 많던 그때 그 시절..
시내에선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분위기 좋은
커피 전문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야..** 에 남자가 서빙하는 커피전문점 생겼데.."
"흠머머..ㅋㅋ 구래..넘~ 신기하다..우리 거기 함 가보자.."
"구래구래.."(그 당시엔 남자들이 서빙하는 곳이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생기는 커피 전문점을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순회공연하듯 다니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 다니던 바로밑에 동생이 도토리숲이라는
새로 생긴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중..

그 곳에서 고아원 방문을 위한 일일 찻집을 한다며
동생에게서 난 티켓 네장을 그렇게 강매 당하고 있었다.

"언니~~ 민규 오빠랑 같이 와라.."
"에이...알써...." -.-;;;
(우쉬..하여간 한번 달려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니깐..)

그렇게 해서 생긴 티켓 네장..
모처럼 서울서 대전을 온 그와
그의친구..그리고 내친구와 난

바로 그날 동생이 일일 찻집을 한다는
도토리숲 커피 전문점으로 가게 되었다.

분위기 아늑한 창가에 자리를 잡고..
동생이 가져다 준 커피 마시며 그렇게 넷이서
함께..이야기 꽃을 피우고 앉아 있는데..

때마침..그 곳에서 곧 행운권추첨을
하겠다는 방송이... 나오는게 아닌가....

그러자 곧 사회자는 행운권 티켓번호를 추첨
하겠다며 천천히 행운의 번호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우린 혹시나 싶어.. 우리와 더불어 그 곳에 있는
그 많은 젊은 남녀 모두들... 시선 집중되어
사회자를 소리없이 바라보기 시작 하였다..

"자..그럼 행운권 추첨을 하겠습니다~~"
~~~조~~용~~~~

" 26번....83번....40번..."
흠머머...40번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네장중 하나였다.
(40번은 그날의 실제 번호이다..난 아직 그 티켓을 가지고 있다..)

"흠마야..우리가 뽑혔다.."

"세 분 이곳으로 나오세여.."(사회자가 무대서 급히 부른다..)

우린 서로 나가라며 등을 밀다
지금의 남푠이 무대에 나가게 되었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함성과 무대에 오른 세 남자들..
우린 그냥 무대에 나가서 말 몇마디하고 상품 받아 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기 아니였다..ㅋㅋ

"자~~ 세 분중에 누가 가장 음악에 맞춰서 지휘를 잘하는지..
가장 지휘를 잘 하는 사람.. 두분을 뽑겠습니다~~"

"허걱@@ㅍㅎㅎㅎ"

그러더니 이내 지휘봉이라며 사회자가 무대밑에서
꺼낸건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던 그런 멋진 지휘봉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주방에서 가져온 디따
무식하게 생긴.. 은빛 스텐 국자..인 것이었다..

그걸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세 남자들..@@
(연인들끼리 왔을테니 을마나 *팔리겠나..ㅋㅋ)

이내 머쓱한 표정으로 할수없이 국자 한손에 쥐고는
머 씹은 표정으로 음악 기다리며 똥폼 막..잡고 서 있는데..

이내 웅장하게 들려오는..저 음악소리..
귀청 떨어질듯한 저...음악소리는 바로..

"짜짜쨔쨘~~~~짜짜쨔쨘~~~"
바로 그 음악은..베토벤의..운명 교향곡이었다..
(그 고난도의 음악에 어떻게 지휘를??)

"ㅍㅎㅎㅎ"^0^
구경하는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하고..

한 남자는 머쓱한 모습으로 ..
또 한 남자와 울 남자 친구는...
그나마 한 용기내어 뻔뻔하게도 그 음악에 맞추어
지휘도 능청스럽게 잘도 해낸다..

나와 친구들은 그런 모습 바라보며
소파뒤로 넘어질듯 소리내어 웃고..

그렇게해서 두명중 한명으로 다시 뽑힌 기특한 민규....
(에구..녀석 눈물겹다..오늘 너..커피값 하는구나..ㅋㅋ)

이젠 두명의 남자를 뽑고나서 끝날줄 알았더만
다시 두 남자들에게.. 노래를 부르라 한다..

그래서 그중 한명에게 다람쥐 한쌍을 준다는 것이다..흐미@@
(그때나 지금이나 꽁짜하면 무쟈게 좋아하던나..)

거의 다람쥐 한쌍은 우리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울 남푠 한 노래 부르걸랑..ㅋㅋ)

연애때..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던 곳은 터미널 아니면 역이었다..

그럴때마다 차 시간 남아 둘이 앉아 있을때
그가 내게 불러주던 노래... 빛과 그림자..

아니나 다를까..
마이크를 잡자 그 노래를 부른다..

~~~♪사랑은 나의 천국~~사랑은 나의 지옥~~~♬

굵고 큰 목소리에 커피전문점이 떠나갈 듯 하다..
마이크를 멀리 잡아도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흐미..짱이다..용필오빠~~아니 민규야~~다람쥐 우리꺼여~~에구 조아라~)

그러고보니 그땐..
그 우렁차고 큰 목소리가 참 멋있었다고 생각 했었는데
지금은 무신 목소리가 분위기도 없이 마치 깨진 쪽박소리
같이 시끄럽다며 무쟈게 구박만 주었네그려..
(이글 쓰면서 보니 쬠 반성 좀 해야 쓰겄다..ㅋㅋ)

박수~~ㅉㅉㅉ
다음분...
울 남푠의 떠나갈듯한 노래가 끝나자
남은 한 사람은 몇번의 기권을 표시 하더니만
용기내어 팝송을 원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분위기 있게 쉘라쉘라~ 잘 나가는듯 싶더니만..
흐미.. 하나님이 보우하사 그 남자는 너무 긴장했던지
중간에 팝송가사를 까먹고는 노래를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받은 행운권선물....다람쥐 한쌍...
(호이호이~~아고 조아라~~딱 조아~ 딱조아~~^0^)

헉@@..근데 어인일인가..
이누무 남자 친구가..그 다람쥐 집을 받더니
이내 사회자에게 다시 되돌려 주는게 아닌가..
(우쉬..뭐여..)

기증이라나 뭐라나..(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구..에이~~쩝..)
하여간 좋다 말았지만 그날의 기분은 지금 말대로 왔따였다..ㅎㅎ

그날의 기분 좋은 하루의 데이트..
(85 년 5월 26일 일요일..도토리숲 커피전문점)

아직도 그 일일찻집 티켓을 앨범속에 간직하면서

가끔 그렇게 앨범을 넘기다 그 티켓을 볼때면..
우린 그날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더듬어 보곤 한다..

"그때 정말 재밌었는데..구치??? ㅎㅎㅎ"
"구래..그.. 커피집...지금도...있을까??.."
"그을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