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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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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


BY 노피솔 2001-11-13

거 리

나 희 덕


이쯤이면 될까.
아니야. 아니야. 아직 멀었어.
멀어지려면 한참 멀었어.

이따금 염주 생각을 해봐.

한 줄에 꿰어 있어도
다른 빛으로 빛나는 염주알과 염주알,
그 까마득한 거리를 말야.

알알이 흩어 버린다 해도
여전히 너와 나,
모감주나무 열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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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동안 나의 파트너였던 그와 등을 돌리고 그를 불러야 할
호칭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였다. 자연스럽게 뱉어 나
오는 말...여보라던가 당신이라던가..

법률관계의 정리를 마치고 처음 만났을 때 그냥 자연스레 나오는
저 호칭을 들으며 그가 말했다. 이젠 그렇게 부르면 안되지...하면서.

그럼 뭐라고 부른단 말인가?
아무개씨?
아무개 아빠?
한 번 입에 붙은 상대에 대한 호칭을 바꾼다는 건...쉽지 않은 일이더라.

막내 올케는 10여년을 누구야...하고 부르다가
지금은 자기야 내지는 여보...하고 잘 하더만...
(우리집 형제들은 부부간에 모두 여보, 당신 호칭을 사용한다.)

그의 일터에 전화했을 때...직원 하나가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라고 말하는데...말이 탁 막혔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아는 사람인데요......라고 말을 건넸다.

나중에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애들엄마라고 전해달라고 했으면 될 껄...
그 남자의 갑작스런...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그 한마디에...난 아마도
당황했었던 모양이다.

글쎄...내 생이 다하는 날까지...
그를 내 생에서 지울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들의 아빠이며
한 때 살을 섞고, 희노애락의 감정을 나눈..........
그 누구보다도 삶의 뒷골목을 알게 한 그 사람을
어떻게 지워낼 수 있단 말인가.

억지로 지워내려해서도
억지로 떨쳐버리려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저 다른 빛으로 빛나는 염주알처럼
우린 그렇게 각각의 삶을 영위해 나가면서도

또한 같은 줄에 걸린 염주알처럼...
결코 영원한 남이 될 수 없는 채로 살아가게 되리라.

누가 뭐라해도.......
아마도 그에 대한 내 호칭은...쉽게...변하지 못할 것이다.



http://cafe.daum.net/nopisolland/ 노피솔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