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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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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같은 사랑


BY 리아(swan) 2001-11-11

사람들은 늘 넓은 바다와 높은 하늘만을 꿈꾸지만
나는 작고 좁은 강과 낮은 들길이라도 좋습니다
봄날에 찾아온 색다른 아지랑이에 묻어온 작은 들꽃에서
어설픈 설레임에 빠져도 보고 익숙지 못한 낯 설음에 부끄러워도 했습니다
고운 바람결에 떨려하던 민들레 홀씨 같은 나부낌이
작고 앙증맞은 들꽃이었기에 더욱 눈부셨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공들여 싹을 틔우고 싶었습니다
물과 온기와 정성을 불어넣어 여정 길에 동행이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언제나 넓고 포근한 바다의 자유를 가지려 했고
햇살에 반짝이는 물고기 비늘 같은 잔잔한 물결로 조잘조잘
뒤따르는 말 벗이고 싶었습니다
손 닫는 곳에 머물러 있어 언제라도 만져보고 싶은 낮은 강가의
자갈 돌 이었으면 했습니다
거센 물 쌀에도 끄떡 하지 않고 서로 부대끼어 참 단단하게도 둥글둥글
다듬어졌을 그런 마음이었으면 했습니다
가끔은 천천히 아주 여유롭게 흐르는 그 물길을 따라
함께 걷고 싶다는 말을 해 주고도 싶었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저만치 앞서가고 사랑은 느린 걸음인체로
잡힐 것 같으면서도 한번도 잡히지 않는 자신의 그림자 처럼
빛이 함께 있어 외롭지 않고 그 빛이 너무 눈부셔 눈을 뜨지 못한다
해도 내 손 놓지 않는 그림자를 사랑합니다
앞서가지 않고 나서지 않고 하지만 항상 떨어지지 않는
그림자 같은 사랑이 나는 좋습니다

홀씨하나가 꽃을 피웠습니다
계절의 시간만큼 꽃씨가 여물었습니다
그 숱한 언약이 바람에 흩날리는 홀씨의 몸부림같이
멀숙한 대궁만 남기고 잿빛 하늘로 흐트져 갔습니다
또 한번의 사랑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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