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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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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만 타지 왜 거북이는 탔던고


BY jawun1212 2001-11-11

오래전 얘깁니다
첫딸을 낳고 사년만에 경구피임을 해제한후 곧 바로
둘째를 갖었답니다
첫딸을 임신했을때 꿈이라야 고작 개꿈비스무리 한 것만
꾸다가 참 선명하게도 태몽을 꾸었답니다
외갓집 뒤란 복숭아 나무에 2월인데도 볼이 연분홍색이고 잘 익은
먹음직한 복숭아가 세개가 달렸는데 얼마나 투실하고 예쁜지
막 한개를 따서 입에 가져갈려는데 수염달린 허연 노인이
나타나서 "새댁 그것 나하고 갈라먹자" 이러는 바람에
반으로 나눠서 먹은 태몽을 꾸고는 딸이란걸(첫 애지만)
직감으로 느꼈답니다
그런데 둘째는 꿈이 없었답니다
그러다가 오개월이 막 지날무렵 꿈속에서 친정동네 논배미를 지나가는데
웅덩이에서 웬 아저씨가 그물망으로 뭔가를 열심히 건지고
계셨지요
뭘하나 싶어 "아저씨 도대체 무얼 하세요?"
이렇게 물었지요
"네 용이될 뱀을 지금 건지고 있답니다"
"그럼 저도 한마리 주세요"
그런데 말이지요
아저씨가 건져서 용 이 된다는 그 뱀은 실뱀이었습니다
꿈속이었지만
"쳇 이게 무슨 용 이 되지?"
싶었답니다
그러고 그후 꿈이 없었답니다
도대체 아들인지 딸인지 가늠이 안되었는데 뱃속에서
노는 태아는 힘찬 발길질을 하는 통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답니다
산달이 다 되어갈 무렵 남편이 어느날 아침 이러더군요
"틀림없이 둘째는 아들이다 내 꿈에서 용을 탔거든
용을 타고 바닷가 굴 로 들어갔는데 큰 거북이가 일곱마리가
있기에 갈아타고 바다로 갔거든"
이러면서 정말로 한참을 좋아했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용도 영물이고 거북이도 영물이라서
신기하게 꿈이 잘 맞는 남편 말 이라 혹시?나 하는 기대치가
점점 높아졌습니다
둘째가 태어나는 날 마침 출장을 가야했던 남편은
처제인 내 여동생에게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병원에서 바로 전화를 해달라는 주문을 하고는 남편은 아침일찍
떠나고 동생과 함께 산부인과 문을 들어섰답니다
오후 3시 45분 날짜를 넘긴 애기라서 유도분만을 해서
낳은 애기는 딸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응급조치를 하고 있는데 간호원이 들어와서
하는 말
"보호자라고 하시는 분 전화가 왔는데요 산모이름을 말하길래
딸이라고 했거든요 자꾸 그럴리가 없다시며 확인을 해달라고
조르잖아요 분명 아줌마가 낳은 애기는 딸인데 말예요"
막 마취에서 깨어난 나도 한동안 실망스러웠지만
아들이라고 철석같이 꿈을 믿은 남편은 더 했나 봅니다
저녁에 돌아온 남편은 그래도 내색않고 아기를 들여다 보더니
"수고했다" 고 하더군요
내 여동생이 남편 보고 그러더군요
"형부 용 만 타지 거북이는 왜 타서 아들이 그만 딸로 바뀌었네요"
이래서 한바탕 웃었답니다
그 후 남편의 태몽은 주요 단골메뉴로 집안 대소사에 등장을 하게되고
섭한 내색을 한번도 비치지 않고 딸들을 예뻐했는데
여동생이 첫째 둘째를 딸을 낳자 병원에서 제부에게 그러더군요
"김서방 자네 맘 다 알지 조금 섭섭하더구먼 "
이러더군요
그래도 지금 그 딸이 얼마나 잘 자랐는지
지금도 용 만 탈껄 후회하냐고 내가 물으면
아직도 미련은 있어서 그때 왜 거북이를 탔을까 하고 안타까워
한답니다
우리집엔 아들이 없거든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