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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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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무보다 못하여라


BY mujige,h 2001-11-09


서늘한 공간에 흐리게 떠있는 그믐에 가까운 조각달을 찾으며

베란다 문을 꼭 닫고 하루를 마쳐간다

그늘에 가리운 가녀린 나무에 가을이 들었다

말라 가며 매달린 누런 낙엽...

나무는 마른 꿈을 발아래 너풀너풀 흘리며 고요로 섰다

밀려드는 찬 계절 앞에서

크거나 작거나 모든 나무는 제 몸 치장하던 젊음을 벗는 계절...

언젠가는 반드시 나의 생도 그렇게 마쳐 지겠지....


나 한 몸 지니기도 때로는 힘들고

타인이라는 존재의 버거운 부담이 싫어서

푸른 하늘에 저절로 성기는 먹구름 같은 이기적인 모난 마음.....

조건 없이 그늘을 주면서 우리를 쉬게 하는 넉넉한 나무 아래에 서서

땀조차 식힐 자격 없는 옹졸한 마음이 오늘 부끄럽다

나눌 수 있는 무언가를 내가 가졌으므로 나 누라 하는데.....

선뜻 그러지 못하여 망설였던 잠시라도.....

내 안 어느 곳에 그 희망 없는 그늘이 살고 있었나

돌이키는 마음으로 뉘우치고 또 뉘우치며 쓰게 맛보는 자괴감.

미움과 피해의식으로 나를 황폐하게 만드는 스스로의 짓거리가 싫고

힘든 일을 피해가려고

골무처럼 작은 웅덩이 안에서 허우적대야 했던

소아 적 행위에서 탈피하지 못한 한숨 흐르는 부끄러운 마음....

더러는 후하게 베풀었던 마음조차 내 만족을 위한 짓거리가 아니었을까

거저 받은 것조차 나누는 일을 하지 못하여

스스로 황폐한 존재로 조각나는 것은 정말 아프다

귀찮고 두려운 일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몸을 돌리고 싶은 강한 반발은 되지 못한 변명을 만들고

나를 스스로 지치게 하고 침잠 된 곳으로 흘러 들게 하여

응달에 고여진 물처럼 고약한 냄새를 풍겨

두고두고 고달플 것을 너무 잘 알면서 근간에 잠시 그러했다


그렇지만

깊은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

약한 바람에도 넘어지는 부끄러운 모습으로...

그리 살지는 않겠다

추운 계절에 땅 깊숙이 피 도는 촉수를 내려 온기를 찾을 테고

몸을 얼리는 삭풍에도 견디어내어 다시 잎 우거질 계절에

조건 없이 그늘을 주는 큰 나무처럼 사랑으로 살 테다

공들여 만들어 온 나의 지난 날 모두를

추하게 말라 가는 낙엽으로 덮어

그 아래 썩어지게 놓아 둘 수는 없다

하나의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은

끝없는 자기의 성찰을 통해서 열리는 것일 게다

비록 이 생에 다 못 쌓을 성을 짓는 것일지라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조금 씩 조금 씩 공들여 쌓으며

마지막 숨을 들이키고 몸 둥이 두고 가는 날까지

그렇게 키워야 할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