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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5]-하소임-


BY jerone나나 2001-11-08

옛날이야기[5] -하소임-

옛날 우리 어릴때는 하소임이란 동네아저씨가 있었는데
키가 자그맣고 튼실한 체격에 목소리 하나 깜짝 놀라게 컸다고 기억된다
그 아저씨는 동사무소 소속 공무원이였다
하는 일은 고래고래 고함지르기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그런 직업도 있나.. 하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이른 새벽아침 언덕에 올라가 양손을 동그랗게 소근소근 귓속말 하듯 입에 갖다 대고 고함 한번 쳐봐.. '야~호~~~~' 외치듯 말이야

"동네 사람들요~~ 투표하러 오소~~~~~ 아침 6시부터 저녁6까지 동사무소 앞으로 오소~~~~~"
"도장하고 주민쯩 가주오소~~~~~~~~~~~~~"
이렇게 외치고 또 외치고 서너번 외치고 일단 내려갔다가 낮에 또한번 올라가 외치고 시간이 다 됐으면 시간이 다됐으니 아직도 표 안찍은 사람 빨리 서둘러 동사무소로 오라고 고래고래 외치면 하루업무가 끝나는 그런 직업이 있었다

마이크도 없고 집집마다 라디오도 없고 사람마다 글을 알지도 못하고 신문을 보는 집도 귀했으니 동네 행사를 알리자면 일일이 가가호호 방문해 알릴수도 없고 그래서 있게된 직업이였던 것같다
우리는 그 아저씨를 하소임이라 불렀다

초등학교때 우리집은 언덕아래 개울가에 있었으니 언덕 위에서 외치는 하소임의 우렁찬 목소리를 제일먼저 들을 수 있었고 지금도 생각나는건 목소리하나 끝내주게 듣기 좋았던 것 같다

우리집은 식구가 많아 언제나 북적거렸는데 공장에 일하는 사람이 십수명 잠자는 숙소가 있었고 밥하고 살림 도와주는 언니들이 너뎃명씩 있었다
밥할때는 언제나 보리쌀을 많이 두고 가운데 쌀을 앉혀서 큰 가마솥에 짖고 국이나 된장도 가마솥에 많이 끓였다
우리에게 주는밥은 언제나 하얀 쌀밥에 생선반찬.. 호강했던 시절이였지..

농사 한톨 안짖는 집에서 하구한날 양식만 대량으로 축내던 어느때
외국에서 수입쌀이 들어왔고 값이 무지 헐했던지 하얀 쌀밥을 많이 지어서 밥그릇 그득하게 줬는데 밥알이 길쭉한 것이 반지르르 윤기가 나지도 않고 어찌나 맛이 없던지..
울언니랑 나는 마당에 나가 외쳤다

"동네사람들요~~~ 맛없는 쌀밥 묵으러오소~~~~~~"
하면서 호호헤헤 깔깔거리던 시절이 가물가물 떠오른다

얼마쯤 후에 스피커라는 쌀됫박만한 상자가 생겨서 농촌 집집마다 보급되고 중앙방송을 받아서 보내주고 동네에 긴급한 알릴 소식이 있으면 마이크 스피커로 알려주기도 했으니 지방방송의 효시가 아니였나 싶다

요즘 TV 농촌드라마에서 전봇대 위에 둥그런 스피커에서 이장님이 동네소식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 그시절 하소임아저씨가 생각난다

새홈페지를 만들고 여기저기 친하게 다니던 싸이트에 들어가 홈페지 이전개설을 알리면서

"동네사람들요~~~나나가 홈페지 이사했심더~ 놀러오소~~~~"
옛날 하소임아저씨를 생각하며 큰소리로 외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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