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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49


BY 녹차향기 2001-01-31

지금 일본열도는 의로운 죽음을 한 한국의 청년 이수현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텔레비젼 뉴스시간마다,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고, 한때 한국사람들에게 원수처럼 취급되었던 자신들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내던질 수 있는 영웅을 위해 방송국마다 성금모금 창구를 만들 정도라고 하더군요.
개인주의가 팽배해있는 일본사람들에게는 실로 놀라운 일이였겠지요?

그 뉴스를 보면서 어머님은 눈물부터 지으셨어요.
"워매워매... 저 일을 어쩌디야... 저 부모는 이제 어찌 살꼬?"
죽은 자식보다 얼른 그 부모의 속을 헤아리시는 것은 아마 자식을 키우고 있는 같은 부모입장을 십분 이해하고 계시기 때문이겠지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있디야? 저 부모에게 자식이 열명, 스무명이 있어도 슬픈 건 매 마찬가지여. 워매워매... 징해서 더 못 보겠네..."
자식의 영정을 가슴앞에 놓고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눈물이 절로 쏟아져 나왔어요.

자식을 먼저 보내고 평생 그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사는 부모의 속은 어떻겠어요?
국민훈장 석류장이 내려지고, 곳곳에서 성금이 산더미같이 몰려온다한들 자식의 죽음을 대신할 수는 없지요.
뉴스를 한참 보시던 어머님은 내일 번개시험이 있다면서 공부하시러 다시 방안에 들어가셨어요.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시는 지 종일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저와는 시간을 쓰시는 것이 사뭇 다르지요.

아침 일찍 기상하셔셔 공부를 조금 하시다가 학원을 가시고, 오시자마자 점심을 바쁘게 드시며 주 3회는 자유수영을 가시거든요.
수영 후엔 간단히 사우나를 하고 집에 돌아오시면 강아지 밥 챙겨주시고 또 공부를 곧바로 시작하시죠.
"어머님, 너무 힘드실텐데 쉬엄쉬엄 하세요."
"내가 이렇게 늙어서 공부하는 데 어디 천천히 쉬어가며 할 주제가 되어야 말이지. 이렇게라두 안 하면 따라가기 힘들어.."
하시며 잠시 쉴 틈도 없이 열심히 하시거든요.
어젯밤에는 잠이 잘 안 오신다며 11시가 훨씬 넘어서까지 앉은뱅이책상에 앉아서 오래오래 글씨를 쓰셨어요.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일에 대해 우리가 갖는 열정?
거의 없다고 보아야죠.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이 매일매일 반복되고 쌓여서 우리의 생이 된다는 것이 실로 경이롭고 또 새삼 신비롭기까지 하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시고 글씨를 쓰시는 것처럼, 우리의 하루하루가 반복된다면 아름다운 일기를 남길 수 있을 것 같네요.

비,
또는

이 반복되는
저녁이예요.

모두 평안하고 좋은 시간들이 되시길 바라며.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