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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세살때.


BY ggoltong 2001-11-06

내 큰딸아이 세살때
우리 아이는 말을 잘 하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 재잘재잘 참새방아 찧을때도
내 큰딸아이는 군자같다는 소리 들으며
늘 입무거운 아이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때때로 나는 이 아이가
수다스러웠으면 좋겠다고 바래본적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재롱도 피워보고
조르기도 해보고,
떼쓰기도 해보고,
말도 안돼는 말을 마구 조잘대고
아무튼 내 아이가 조금은 부잡스러운
그런 아이였으면 하고 바래본적이 있었다.

이 아이가 세살때
집에만 있었던 나는 답답하고 심심하여
사람들 북적북적한 대형마트로
이 아이손을 잡고
갓난아이였던 둘째아이는
포대기로 잘 대고 업어
나들이를 감행했다.

지금이야 셋을 데리고도 잘만 다니지만
그때는 둘이 어찌나 버거운지
내 손이 문어발이래도
늘 복잡복잡 정신없을것만 같았다.

헌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탔던 택시운전기사 아저씨가
무척이나 까다롭고 불친절했다는 것이다.
대충 저녁꺼리 장봐온 물건을 들어야하고
아이를 업어서 힘이 드는데
아파트 앞까지 가주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더 이야기를 해봤자 얼굴만 붉힐것 같아
큰아이 손을 잡고 장바구니 손에 들고
자꾸 쳐지는 둘째아이를 가누면서
걷는데 어째 마음이 쓸쓸해지고
때려부수고 날라다니는 비됴한편이 보고 싶어졌다.

그때였다.
늘 묵묵부답 내 손을 잡고 따라오던
울 큰아이가 내 장바구니쪽으로 오더니
자기가 들겠다는 시늉을 했다.

"엉? 너가 들겠다구?"
아이는 고개를 끄더끄덕했다.
정말로 내 큰아이는 장바구니를 들어주고 싶은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장바구니를 잡았다.
그때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 아이가 뭘 안다고 ..

그날 나는 남편과 울 큰아이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었다.
그리고 잠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있자니
까짓거 잔고액수 몇천원인 내 통장이
전혀 걱정스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