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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59) *남편에게서 온 메일*


BY 쟈스민 2001-11-06

아침에 출근해 보니 남편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며칠후면 결혼10주년 기념일인데 ...
그날도 멀리 출장을 갈것 같아 함께 보내지 못할거 같다는 말과
항상 최선을 다하는 나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등 미안한 마음이
들어있는 글이었다.

오래전부터 10주년 기념일에는 멀리 여행을 가겠노라고 벼르던
나에게 이번에도 남편은 현실적이기만 하다.

영화속 장면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그날 하루만큼은 근사하고
우아하게 보낼 자격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보는데 ...
시간을 내기가 그리 만만치 않은 가 보다.

하지만 난 그리 생각하려 한다.

세상엔 ...
직장이 없어서 온 가족의 생계걱정을 하여야 하는 가장들도 있고,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으니
나의 그 모든 생각들이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고...

우리에겐 앞으로 20주년, 30주년 ...
더 멋지게 보낼수 있는 날들이 창창하다고 ...

지난 10년의 시간속에서도
남편은 몇번 직장 때문에 어려운 시절이 있었던 탓인지
요즘 부쩍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욕이 내게 보일 때
난 슬그머니 여느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느낄수 있는 감정들을
그에게 내 보이지 않으려 한다.

그 시간들속에는
예쁜 두 아이들이 있고, 어렵사리 장만한 우리들의 보금자리가 있으니,
우린 참으로 가진 것 많은 마음의 부자인 것이다.

10년이가고, 20년이 가도
서로 염려해 주고, 배려해 주며, 상대방의 노고를 높이 살수 있는
마음만 남아 있다면 ...
한때 젊은 날의 사랑때문에 상대에게 집착하며 방황해야 했던 날들도
사십대에는 좀더 다른 색깔을 띠며 살아갈수 있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 40대의 남편은 연인 이상의 가족의 의미인 것 같다.

그는 글속에서 자신을 "그대의 큰산"이라 했다.

나는 그 큰산이 때론 내게 작은 언덕이 되어질수도 있고 ...
세상의 모든 험한 소리에서 때론 자유로울 수 있을 만큼만
지혜롭고, 어진 산이 될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처음에 가졌던 그 마음만 그대로라면 아무리 험한 세상일지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모두 헤쳐나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비온뒤의 아침 하늘이 참 맑고 예쁘다.

나에게 고운 아침을 선물해 주는 남편에게
한없이 고마운 마음으로
나의 하루를 연다.

그 모든것이 사랑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쌓이는 만큼
사랑이 두께를 더해가는 삶이 될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어떤 멋진 이벤트보다도 그의 따뜻한 편지가
나의 아침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