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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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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렇게 부르면 안되지요...


BY ns05030414 2001-11-06

"여봐!..."
여편이 결혼하기 전 뒷집에 살던 아저씨가 자기 아내를 부를 때 쓰던 말이었다.
여편이 기억하는 그 아저씨는 폭군이었다.
며칠에 한 번씩 술에 취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여봇씨요!..."
이 말은 여편의 동네에 살던 놈팽이 하나가 누군가에게 시비를 걸 때 상대방을 부르는 말이었다.

"여보, 거기 길 가는 양반!..."
여편의 아버지가 낯 선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하던 말이라고 여편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여편은 '여보'라는 단어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여기 좀 보세요', '여보세요', '여기 봐'...등등을 줄인 말이라고...
이런 '여보'를 결혼하고 나서 남편을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할 생각이 여편에겐 없었다.

여편에게 부부사이의 호칭으로 익숙한 것은 '누구엄마' '누구아버지'였다.
여편이 살던 시골 동네에선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까지 이래서 남편은 호칭이 없었다.
꼭 필요할 땐 "여기 좀 볼래요?..."로 해결했다.
남편을 부를 마땅한 호칭을 찾지 못하던 여편은 아들을 얻음과 동시에 남편에 대한 호칭도 얻었다.
"**아빠!..."가 남편을 부르는 호칭이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 남편을 지칭할 때도 이 것을 사용하였다.


자연스레 남편도 여편을 '**엄마'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남편과 여편은 '**엄마', '**아빠'로 서로를 부르고 남들도 그렇게 알고 그렇게 불러주었다.
여편도, 남편도 그 이름에 익숙해져 자기들의 이름은 당연히 '**아빠', '**엄마'로 생각할 즈음 전혀 뜻밖의 사람이 그 이름에 의의를 제기 했다.

다섯 살이 된 아들이었다.

"엄마는 아빠를 왜 **아빠라고 부르세요?"
여편은 한 번도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없는 일을 아들이 물었다.
"아빠가 네 아빠니까 **아빠라고 부르지..."
이렇게 대답하면서 여편은 괜히 자신이 없어져서 말 뒤끝을 흐렸다.
"엄마, 아빠는 동생의 엄마, 아빠도 되는 것 아닌가요?"
여편은 조금 당황했다.
그래서 더욱 기 죽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긴 하지..."
그러자 아들은 여편이 다섯 살 짜리 아들을 타이를 때 쓰는 말투를 그대로 흉내내어 타이르듯 말했다.
"그러면 그렇게 부르면 안되지요. 동생이 섭섭하지 않겠어요?"
아들 녀석은 어느새 말 뒤끝에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의문문을 붙여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는 여편의 말투를 흉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어떻게 불러야 하는건데?..."
여편은 가르쳐 주시면 한 수 배우겠습니다는 자세로 다섯 살 짜리 아들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여보', '당신'이라고 해야지요."
"......"

이리하여 여편과 남편은 떨어지지 않는 입을 떼어 쑥쓰러워하면서, 쭈삣거리면서, 서로를 '여보', '당신'으로 부르게 되었답니다.
"흐이그, 날 꼭 빼 닮은 내 새끼..., 모전자전 소리는 별로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은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