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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공주와 학교앞 병아리


BY 수다 2001-11-05


1.
♠엄마, 엄마!
교문에서 병아리를 파는데요. 500원이래요.
빨간병아리, 파란병아리
너무 이뻐요.♠

외출에서 돌아온 내게
두 아이는 칼라병아리의 신기함을 피력합니다.
그 것도 현관에서

순간 불쾌함(?)이 얼굴을 스칩니다.
★ 안돼 !! ★

오누이는
포기와 실망을 나에게 쏟아냅니다.
무언의 눈빛으로...

옛 말에 떼보다 꾀를 쓰라고 했던가 ?
많은 말을 할 때 보다
아이들의 슬픈침묵에 나는 항상 져버리지요.

한참을 궁시렁거리며 오누이에게 돈을 쥐어줍니다.

★ 그 병아리들은 약해
그리고 나쁜아저씨가 병아리 몸에 물을 들여 얼마 못살어
그래도 사올거야 ?
너희들은 몸에다 빨간페인트를 칠하면 좋겠니 ?
너네들은 엄마 떨어져 살면 행복해 ?
죽으면 누가 묻어줄거야 ? ★

앞뒤 안맞는 억지논리로 혼란스럽게 해봐도
아이들은 말려들지 않습니다.

♠예 , 사고 싶어요.
페인트를 칠하면 아퍼요.
아니요. 슬퍼요.
우리가 묻어 줄께요. 엄마 제발~~~ ? ♠

그 간절한 눈빛에
막가파 엄마는 전의를 상실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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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삐약삐약삐약~~~~재잘재잘~~~~
시끄러운 소리가 저만치서 들려옵니다.

수다쟁이딸과 병아리 두 마리 ,그리고 불사파아들
일당 백이라고 했던가 ?
에구 , 시끄러움이 온 아파트를 흔듭니다.

불만공주 입구부터 불만을 또 토합니다.

♠엄마 글쎄 어떤 아이가
병아리가 똥쌌다고 발로 찼어요.
그래서 내가 혼내줬어요.
너는 똥안싸 ?
얘도 생명인데 발로차면 어떡해 ?
엄마 차암~~ 나쁘지요오~~? ♠

눈을 흘기며 분함을 표출합니다.
" 양손을 쓸 수 없음에도 최선을 다했다 "는 기나긴 설명과 더불어

삐약삐약, 재잘재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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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엄마~~ 병아리가 이상해요 .
피곤으로 누운 내게 두 아이가 호들갑을 떱니다.

눈을 떠보니
몰골이 말이 아닌 병아리 두마리가 ....

이유를 들어보니
더러운 병아리를 위해 목욕을 시켜주었답니다.
그것도 더울까봐 찬물로.....(????)

순간 나도 모르게
★병아리를 왜 씻겨 ? 병아리는 목욕을 시키면 죽는다 말이야.★

거기에 충격받은 반대공주
울음을 터트립니다. 우~와 ~~앙~~~ 악 !!!

♠진즉에 말씀해 주시지요. 이제 어떡해요 ? 엉~~ 엉~~♠

이제 우리집은 걷잡을 수 없는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휴우~~
수습을 해보려
병아리를 말려도 보구 감언이설로 달래도 보았습니다.

눈치없는 불사파
남자(??)라 그런지 그 와중에도 배가 고프다고 말합니다.

" 기회는 이때다 "싶어 출사표를 던집니다.
★공주야~~~~~ 오늘 탕수육 먹으러 갈까 ? ...... ★
♠ 아니요. 저는 너무슬퍼 살고 싶지가 않아요. 엉 ~~ 엉 ~~~~~~~ ♠

막가파엄마도 슬퍼집니다.
그냥 펑펑 울고 싶습니다. 우야꼬오~~~~~~~~

어린시절의
잊고픈 과거가 스멀스멀 떠오릅니다.
추울까 이불아래 넣어둔 병아리 말입니다.
나의 애정에 질식해 죽은
그 때의 충격은 두고두고 ......

내 아이에게는 그런 아픔을 남기고 싶지 않았는데....
아~~~~~ 가슴이 한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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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엄마, 엄마~!!
내가 " 뛰어 " 하면 정말 뛰어요.♠
두아이가 다시금 호들갑을 떱니다.
멀거니 지켜보니
기사회생(?)한 병아리가 까붑니다 .마악...

병아리와 함께 살아난 불만공주
그 버릇이 나옵니다.
♠엄마 ,엄마아~~ 얘들은 바보에요.
내가 아무리 말려도 자기들 마실물에 발을 넣어요.
아유~~ 정말 미치겠어요.
하긴 머리가 요따만한데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그치요? ♠

에구, 웬일로 불만공주가 이해를 다아 합니다.
해가 서쪽에서 뜰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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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병아리의 피곤도 살피고 잠자리도 봐주는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모습을 보여준
이쁜 아가들이 이제 자네요.

엄마이기에 기~~인하루도 이기적인 축복으로 마감합니다.
" 병아리야 ! 오래 살아주렴
내 아가들의 가슴에 슬픈잔영이 남지 않도록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