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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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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야기 (4편)


BY cosmos03 2001-11-05

동네에 사납고 극성맞기로 소문난집이 있었다.
시 어머니와도 머리채를 잡고 싸울 정도이니 말해 무엇하랴?
내 이집 때문에... 아니, 우리 딸 아이 때문에 졸지에
도망자가 되어 내 집엘 못 들어왔던 기억이 있다.

딸 아이가 어렸었다.
그 집엔 아들아이가 하나있었는데.
뉘집이던 자식새끼 소중하지 않은 집이 있겠는가?
특히 그 집은 외아들이라고 할머니가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지
아무도 그 아이에겐 해 코지를 못 하게 한다.
나 역시도 내 딸아이에게 알아듣지도 못 하는말을 해 대곤 하였다.
" 아가! 저 오빠하고는 놀지마. 준형이나 지혜언니하고만 놀아. "
어린것이 뭘 알아듣겠는가?
더욱이 그 무렵 우리 딸 아이는 사람만 보면 무는 습관이 있었다.
내 손고락도 물어서는 끊어진는줄 알았고.
얼마나 아팠는지... 볼타구를 잡아당겨서는 떼어놓았을까?
이상하게도 한번 물으면 진저리까지 치면서 물어대는거다.
그러던 어느날...
하필이면 그집 아들을 물어버린거다.
아이의 피부가 유난히 뽀얗고 고운 녀석의 팔을...
피 멍이 맺힐 정도루다 물어 놓았으니...
일단은 난 아이와 함께 튀어야만 했다.
이웃에서도 당분간 도망가 있으라 한다.

아이를 데리고 튄곳이 오빠네집.
얼마후에 전화가 온다.
" 이화야, 그 여자 화가조금 가라앉은거 같으니까 약국에 들려 얼른와 "
그래 약국에 가서는 우리애가 물엇는대요. 어쩌구 해서는
연고와 먹는약까지 사 갖고 그 집에를 갔다.
있는대로 쫄아서는...
" 어떻게 해요? 미안해요. 내 이누무 지지배 이빨을 뺀찌로라도
다 뽑아 놓아야 겠어요. "
그리고는 우리 아이 엉덩짝을 마구 두들겨 주었다.
과장되게 허풍을 떨어가며, 심한 말과 행동으로 아이를 다 잡아 놓았다.
그런데 씩씩거리고 있던 그 아이엄마가
" 애들이 놀다가 그랬는대요. 뭘...할수 없지요. "
의외로 순하게 나오는거다.
세상에나~ 얼마나 고맙던지...
몇번을 미안과 죄송을 얘기하며 그 집을 나올땐 내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그 사실들을 잊혀져갈 무렵...
그 집에 새차를 뽑아왔다.
그때만 해도 거의가 소형이었고. 자가용이 지금처럼 흔하지도 않았는데.
임시넘버를 터~억 하니 달고는..
쏘나타를 뽑아다 놓은것이다.
그때 우리차는 대우의 르망.
비교도 되지만...검은 색의 중형차가 서 있으니
보기에 참 좋더라.
천방지축 내 딸아이 혹시라도 그 차 있는대로 갈까봐서
노심초사 하고 있는데...
정말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이들의 흙 장난은 정서에도 좋고 뇌 발달에도 좋다하여
흙 갖고 노는걸 굳이 나무라지 않았다.
그런데 녀석이 날카로은 돌맹이와 못으로.
따끈따끈히 바로 뽑아온 차에...
온갖 상형문자를 다 그려 놓은거다.
그것도 정면 본네트위에...
참말로 미치겠던거.
할수있나?
냅다 또 튈수밖에.
사고를 쳐 놓아도 요번엔 무사하지 못할 사고를 쳐 놨으니.

갈데가 어디 있겠는가?
아이를 업고 뛴곳은 작은 오라버니댁.
그곳에서 꽁꽁 숨어서는 이웃에 있는 아주머니의 연락만을 기다릴수밖에.
" 아줌마. 집에 가면 안돼요? "
" 아직 안돼. 입에 게 거품 물고 난리가 났다야. "
저녁을 먹으라고 올케언니는 밥상을 차려왔지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는가?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해야 하는가?
저 철없는 녀석을 나무라봐야 그렇고...
얼른 남편이라도 와 주었으면 했지만. 남편에겐 차마 연락조차도 못 하고 있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만가고...
남편이 우리둘을 데리러 왔을땐 밤 11 시가 넘어있었다.
남편을 따라 집에는 왔으나 잠이 오질 않아 뜬눈으로 날 밤을 세웠다.
그리고 이튿날...
집에 있는 돈을 모두 긁으니 20만원 정도가 된다.
그걸로야 안 되겠지만 그거라도 갖고가서 빌어라도 보아야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새끼마냥 그집 현관에 벨을 눌렀다.

" 미, 미, 미안해요. 아이가 너무 어려서요... "
그리고 저...갖은돈이 이것밖에 없어서요. "
그러며 내미는 봉투를 그 여자는 밀어놓으며 말한다.
" 아니, 괜찮아요. 잘 되었어요. "
" 네? 무슨말을... "
" 그 인간요. 지집질 하려고 뽑은 차 인데. 우리 이혼해요 .
차는 우리애가 그랬다고 말했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
" 네...그래도, 새 차인데... 이거라도 받으세요. "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하며 그 여자는 돈을 밀어 놓는다.
" 철 없는 아이가 그런걸요 뭐. "
라는 말과 함께.
하긴, 우리애와 그집애의 합동 작품이긴 하다.
그래도 난 무지 미안했는데...
그집 남편의 바람이 날 살려주었구나~ 싶은 안도감에
부끄러운 뒤 통수를 보여주며 밖을 나왔을땐...
궁금증에 몸살나던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내 눈치만을 본다.
" 어떻게 잘 해결됐어? "
" 네. 저 아줌마, 사람 되게 좋던대요 뭘. "
더는 부과설명을 하고 싶지 않거니와 만 하루를 긴장을 하였더니
온 몸이 뻑적지근~ 하다.
그냥 집에 들어가 마음푹~ 놓고는 잠이라도 자고 싶다.
끝내, 그 둘은 이혼을 했다는 소문과 함께
어느날 부터인가 그집 아저씨도 아줌마도 보이지 않고
그런 일들은 내 기억속에서 잊혀져갔다.

그렇게 보냈던 세월들인데...
새삼스레 요즘 아이 얘기를 하나씩 하다보니 생각이나서 적어보았다.
자식으로 인해 두번씩이나 도망자가 되어야했다는 사실에...
지금도 쓴 웃음이 나온다.
엄마노릇 너무너무 힘들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