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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Y를 만났을때2........닭대신 꿩!


BY 나브 2000-07-19

형이랑 저는 사실 호감이 가서라기 보다 그냥 심심하니까 가끔씩 연락
하는 정도였습니다. 전 또 나름대로 살길(?)을 뚫어보니라 채팅방에서
만난 남자를 집쩍대고 있었죠. (말이 그렇지 아주 순수하게 멜이 오가곤
했답니다.)

5월5일 어린이날이었는데 같이 놀사람도 없고 해서 형에게 연락을 했더니
딴여자랑 약속이 있다며 튕기더군요. 그래? 좋아 나두 딴남자랑 놀면
되지뭐...하고 있던 찰라에 그 채팅방남이 멜을 보냈더군요.
동생 미팅시켜주러 에버랜드갈껀데 같이 가지 않겠냐구...
옳다구나 싶어 만나기로 했죠. 근데 그남은 장래에 목사되실 분이라 술과
담배를 전혀 안한답니다. 담배안하는건 좋지만 술까정 안하면 무신 재미?

솔직히 재미가 없더군요. 종교에 깊이 빠져있던 사람이라 저랑은 맞지
않았습니다. 전 대충 보시다시피 사탄의 무리들과 놀아나고 있던터라....

그것도 모르던 형은 몇일 뒤 연락을 했습니다.
"야! 내가 전에 바람맞혔으니까 이번에 거하게 사마."
"뭐...그럴 것 까진 없지만....산다면 말리지 않죠."
"그리고 내가 괜찮은 남자 델꾸갈게"
"(오호! 이게 왠떡이냐?) 그러시든지...."
"83학번 형인데 아주 괜찮아..그리고 88후배도 델꾸갈게"
"(난 88한테 더 관심이 있는데) 알았어요."

일요일 형은 내가 사는 동네로 와서 같이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그당시 운전을 못하던 형은 저의 과속에 옆에 손잡이를 놓지 않더군요.
'이가시나 운전도 디게 험악하게 하네' 초조했던지....
"담배펴도 되지? 넌 담배안피냐?"
"문열구 펴요! 그리고 난 담배안펴요."
그말에 쫄아서 더 이상 얘기가 없더군요.

회사선후배인 대리님과 홍은 사람이 착하고 좋았습니다.
여자에 대해 배려도 깊고....형을 포함 남자셋에 저혼자 여자였으니
어찌 기분이 안좋을 리 있었겠습니까?
근데....거하게 살 사람은 형이 아니라 대리님이셨더군요.
어쩐지.....그런데........또하나.........사실 이 자리에 오려했던 사람은 제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다른 여자후배가 오기로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제가 대타가 되었다는 거지요.

기분이 좋을리는 없었지만 ............그래서 제가 얘기했죠.
"그러고 보니 제가 닭대신 꿩이었군요...호호"
"맞아요..맞아" 모두 맞장구치던차에...
"야! 넌 꿩이 아니라 백조잖어. 난 백수, 넌 백조"
(전에 제가 스스로 백조라 한적이 있습니다. 학원을 나가긴 했어도
그당시는 한가해서 오전에는 늘 학교동호회에서 살았거든요.)

인천바다바람도 쐬구 월미도가서 스페이스루프라는 무지막지하게 재밌는
놀이기구도 타고요. 정말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요.
돌아오는 길에 길을 가르쳐주던 형이 헤매는 바람에 저한테 쭁크한방
또 먹구.........

사랑이라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정말 편하고 좋은 그런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날이후 백조 백수커플의 탄생신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