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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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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야기 (3편)


BY cosmos03 2001-11-04

따박거리며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녀석의 손을 잡고.
동네 슈퍼에 갔다.
아이에겐, 흘리지 않고 먹을수 있는 과자한개 손에 쥐어주고.
동네의 아줌마들과 모여 수다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젊은 여자들 만나봐야 남편과 자식얘기 아니면...
결국은 누가 어떻더라~ 는 흉보기가 대부분이지만.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그리도 재미가 있다.

딸 아이는 내 손에서 벗어나 제 또래들 속에 파 묻혔고...
그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나 또한, 아지매들과 수다에 한참이었다.
그러다가...어느순간에 아이를 내 눈속에서 놓쳐버린거다.
" 어머? 우리애...어디로 갔지? "
" 글쎄요...조금전까지도 여기서 놀았는데요? "
엄마들은 무심히 대답하고는 나머지의 수다 떨기에 바쁘다.
하지만 난. 내 자식이 아닌가?
서둘러 아이를 찾아봐야만 했다.
아이의 또래 친구들 집으로...
아이를 예뻐해주는 동네 할머님 댁으로...
골목마다, 갈수있는곳은 모두 가 보아도 아이는 어디에 꽁꽁 숨어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그때서야 사태를 짐작한 동네 아지매들이 찾아나섰지만...
녀석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급한 마음에 집에까지 들어가. 장농속, 하다못해 냉장고문 까지 열어보아도...
녀석은 안 보인다.
불안, 초조, 긴장... 따악 어울리는 표현일것이다.
이미 내 눈은 눈물로 범벅이되어.
급히 가까이 사는 작은 오빠네 집으로 쫓아갔다.
" 언니, 우리애...이화 안 왔어요? "
뜨악한 표정의 올케언니는 고개만 가로 젖는다.
미칠것 같았다.
아니, 거의 미쳐가고 있었다.
" 어떻해요? 우리애, 어디로 갔대요? "
다시또 종종 걸음으로 집으로온 나는 남편에게 삐삐를 ?다.
그리고 답이오기까지 왜 그리도 길게만 느껴지던지.
얼마후, 남편에게서는 전화가왔고... 우는 소리로
" 여보! 이화아빠. 애가..없어졌어요. "
" 무슨 소리야? "
" 이화가...이화가요. 안 보여요. "
" 이 사람이 지금..."
그리고 끊어진 전화.

남편이 왔고, 올케언니가 왔고... 동네사람 모두가 모였지만...
아이는 그 어느곳에도 안 보인다.
어쩌면, 그렇게도 머리카락 한올도 안보이는지...
입은 바짝 타들어가고.
다리의 힘은 모두 풀려 한 발자욱도 옮겨 놓을수가 없다.
정신나간 여자처럼 목 놓아 울기만 할뿐.
엄마로서 내 아이가 없어졌는데도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남편은 금방이라도 때려죽일듯 아이를 어떻게 본거냐고 난리를치고.
동네사람 일부는 아이를 찾아다니고.
일부는 또 남편을 달래기에 바쁘다.
왜 그땐 파출소에라도 신고할 생각을 못했는지...
그저 내가 할수있는것이라곤.
아이 이름을 부르며 울수있는거 밖에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나보다.
어디선가 " 이화야~ "
하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그곳까지 내 달렸는지도 모르게 소리나는 쪽으로 내려가니...
아마도 한 4.5t 정도는 되 보이는 트럭밑에서 아이가 나오는거다.
실컷 자고 일어난 아이의 표정...
반가웁고 고마워 냅다 아이에게 뛰어가 끌어 안았지만...
왜 또 그리 화가 나던지.
아이를 엎어놓고는 엉덩이를 마구 두들겨 패 주었다.
온, 얼굴은 눈물로 뒤 범벅이 된채로...

언제부터 그 차가 거기 그곳에 서 있었을까?
그냥 여벌로만 보고 다녔었는데.
녀석이 아이들과 놀다가는 차 밑으로 들어 갔나보다.
그러다 슬그머니 잠이 들었나보고...
계속해서 차가 정지 되었으니 그렇지...
만약, 만약에 시동을 걸고 부르릉~ 출발이라도 했다면...
너무너무 끔직한 장면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업은애기 삼년찾는다더니... 바로 그 짝이 난거다.
그렇게 온 동네를 해메이고 다녔어도.
아이가 트럭밑에 있을줄이야...
녀석이 하필이면 그 속에 들어가 잠이 들었느냐 말이다.
자라면서, 깜짝깜짝~ 지네, 에미 애비를 그리도 놀래키니
녀석~ 효녀되긴 애즈녘에 글러버렸나?
지금도 가끔 그 생각이 떠오르면 진저리가 쳐지는게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는다.
아이야 물론 기억도 못하겠지만.
녀석은 나를 닮았는지. 황당! 바로 그 자체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