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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말썽꾸러기


BY 라니안 2001-01-29

우리집  말썽꾸러기

일주일간의 긴 명절휴가가 비로소 끝이났다.

이번 명절엔 여러날 집을 비우게 되어서 우리집 강아지 써니도 함께 동행을 하게 되었다.

떠나기전 명절차례를 지내야 하는데 개를 데리고 간다는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난 그냥 며칠 집에놔두고 굼기자고 하자

마음 약한 신랑과 아이들은 발걸음이 안떨어진다며 굳이 데려가야 한다며 우겼다.

난 아무래도 데려간다는 것이 찜찜했지만, 여러날 혼자 두고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동물병원에 맡기자니 개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또 비용도 만만치않고

큰집도 개를 키우니까 이해하시겠지 하며 그냥 데리고 가게되었다.

하지만, 이놈 써니는 가는 차안에서부터 말썽이었다. 차멀미를 하느라 꿀럭꿀럭 토하더니 널부러져 눈만 꿈뻑꿈뻑...

그러다가도 누가 뭘 먹기라도 하면 금방 생기 발랄해져 설쳐대고, 또 하나 얻어먹고는 조금있다 꿀럭꿀럭 토해내고...

정말 가는 내내 개 치닥거리에 신경이 쓰여 제대로 바깥경치도 구경을 못했다.

큰집에 가서는 큰집개와 우리개 이렇게 개 두마리가 거실에서 설쳐대니 완전히 개판이었다.

정갈한 차례음식에 개털이 날리고 개 들은 연신 이방갔다 저방갔다 다큰 아이들도 덩달아 개따라 다니며 아우성이고,

할수없어 큰집개를 마당으로 ?아내자 벌벌 떨며 측은하게 낑낑대고있고 우리집개는 주인 내?은 주제에도 연신 말썽이었다.

배변 장소가 바뀌어 아무데나 오줌을 싸 놓을까봐 기저귀를 채워 놓았었는데 어느새에 벗겨져서

큰집아이 침대보에다 떡 하니 지도를 그려놓아 음식만들다 말고 침대보 빠느라 내 허리가 휘어졌다.

다음날 차례를 지내는 동안에도 연신 참견하고 싶어 낑낑대어 아예 우리딸아이는 구석에서 개만 껴안고 절도 못했다.

" 집에 놔두고 오자고 했지... 내 이럴줄 알았어... 개는 왜 데리고 와서 이고생인지 모르겠네 ... "

개아범인 아들과 데려가자고 제일 박박 우긴 신랑한테 눈을 막 흘기니 아들아이도 신랑도 난감한지 씩~ 외면을 한다.

우리 써니의 저지레는 구정 다음날 친정집에 세배 드리러가서 완전히 절정을 이루었다.

밤에 잠을 자는데 이놈의 강아지가 난리굿이었다.

컴컴한 방안에서 뱅뱅 맴을돌며 이리뛰고 저리뛰고 급기야는 몸을 날려 뒹굴고...

저러다 말겠지... 하고 좀 참아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난리굿이었다.

왜 저러나 하고 불을 켠순간 방안은 완전히 개똥밭이었다.

배변장소로 신문지도 깔아주고 쉬하라고 기저귀도 채워 놓았었는데 그만 똥이 기저귀속으로 들어가 찝찝해서 그걸 털어내느라

그리 오도방정을 떨며 온 식구의 잠을 깨웠던것이었다.

우리 식구는 자다말고 깜짝놀라 모두 벌떡 일어나 옆방의 다른식구들이 깰까봐 쉬쉬하면서 개똥을 찾아 이리저리 방안을 헤메었다.

얼마나 난리굿을 쳤는지 개똥은 여기저기 토끼똥이 되어 굴러다녔다.

개똥청소를 하고나니 벌써 날이 훤하게 밝아오는데 우리에게 이런 고난을 안겨준 우리개 써니는 이불 한켠에서 눈말 말똥말똥 자기 잘못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음날 아침엔 자꾸만 지를귀찮게 하는 꼬마 조카애 손가락을 꽉 물어버려 피가 철철 나고 애는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대고...

아~~ 우리개 써니가 아주 애물단지였다.

우리식구는 서둘러 ?겨나다싶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여는순간 그렇게 내집이 반가울수가 없었다.

개 때문에 온 식구가 얼마나 맘고생을 했는지 다시는 개 데리고 누구집을 가지 말자며 다짐 또 다짐을했다.

사람이나 개나 다 자기 살던집이 최고인것 같다.

그렇게 말썽피우던 써니도 얌전히 한쪽 구석 자기 신문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다시금 우리집의 귀염둥이로 변해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아양을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