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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안서게 웃기는 모자간


BY cosmos03 2001-11-02

대책 안서는 어머니와 아들

남편을 따라 이발소에를 갔다.
남편은 어디든 날, 이 마누라를 잘 데리고 다닌다.
남편이야 벌초를 하고 있지만..
난, 뭐를 하느냐 말이다.
시간때우기로 잡지책이나 뒤적이던가.
아니면 스포츠 신문에 있는 성인 만화를 보던가...
가만히 조용히 앉아 있으려니 자꾸만 눈까풀이 내려 앉는다.
" 에구~ 참아야 되는데... 여기서 침 질질 흘리며 잠이들면 안되는데... "
힐끔 남편을 보니 남편은 거울속으로 내게 윙크를 해 준다.
푸~ 히힛.
난 남편을 향해 살짝 웃어를 주고...
그러던 중에 이발소 아저씨가 입을 여신다.
아저씨도 잠이 매려웠나?
" 우리 엄니가 월매나 웃기는지 몰라요 "
하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러놓는다.
웃기다는 말에 잠이 번쩍 깨며. 안듣는척~ 하면서
이발소 아저씨의 얘기를 들었다.
그 이발소는 남편의 오랜 단골집인데
남편의 게으름에 벌초는 그리 자주는 하지 않는다.
마누라의 성화와 입이 마르고 닳도록 해 대는 잔소리에 할수 없이 움직이는 인물인데.
나도 여기를 몇번인가 따라 왔었다.

아저씨는 수다보따리를 슬슬 풀어놓기 시작한다.
" 아이~ 우리 며느리가...시집을 오면서 강아지를 데리고 온거 아니겠슈? "
" 어떤 종류 인데요? "
강아지라는 소리에 번쩍 귀가열려 내 안물어볼수가 없는거다.
" 아이구, 그거야 모르죠. 코는 뭉그러 져서는 털이 짧은놈하고 "
( 으~응 퍼그구나~ )
" 한놈은 삐? 말러서는 꼭 쥐새끼마냥 생겼대유~ "
( 으~응 미니핀 아니면 치아와구나~ )
난 혼자 나름대로 개의 종류를 짐작하고는 계속 아저씨의 얘기에 귀를 귀울였다.
" 아, 근데...난 이놈의 개가 싫은거여~ 하도 쪼그매서 먹을수도 없을거 같고..
그래 며늘애 한테 얘기를 안 했겠슈?
아가! 네 친정 아버지도 개를 방에서 키우는걸 보셔도 아무말씀 안하시냐? "
" ㅎㅎㅎ 그랬더니요? "
남편은 조는지, 자는지 대꾸가 없고. 남의 얘기에 예의상으로도 대꾸는
해 줘야하는거 아닌가?
" 아~ 그랬더니. 친정 아버지가 시집을 오는데 개까지 혼수에 싸가라고 하더라네유~ "
ㅎㅎㅎ
" 참내~ 지네 친정에서도 싫다고 쫓아내는 개 새끼를 왜 내가 방에다 키우는 꼴을봐요? "
그래서 그랫슈.
얘, 아가야. 아버지가 나가래? 아니면 개를 내 보낼래? "
" ㅎㅎㅎ 그래서요? "
" 지가 할수 있나요? 개를 우리 엄니집으로 보냇슈~ "
그리고는...

그렇게 쫓겨간 개 두마리는 방에서 호강네강 하고 크던 놈들이
완전 똥개가 되서는 시골 마당에서 뒹굴었단다.
팔순 노친네의 눈에도 곱게보일리가 없는개들...
" 저것들은 발발이만도 못혀선 잡아도 괴기가 이빨새에 낑기고 말겠어 "
항상 그러셨다는데.
어느날...
" 개 파세요~ 개 파세요~ "
하고는 개 장사가 동네에 들어왔다한다.
옳다구나! 때는 이때다 싶어... 이 할머니가 개 장수를 불렀다 한다.
" 이보슈~ 개 장시양반 "
" 왜요? 개 파시게요? "
" 잉. 저 두놈...월매줄텨? "
개 장수가 보니 눈이 휘번덕~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이름있는 개 땡칠이들인데...
" 얼마드리면 되겠어요? "
하고 묻더란다.
이 할머니...
속으로는 한 오천원쯤만 받아도 좋다고 생각하시고는
" 그래도 두 마리이니께 한 만원은 줘야겠지? "
그랬더니 이 개장수 아저씨
" 할머니, 제가요 이만원 드릴께요. "
그러더니 할머님손에 이만원을 쥐어드리고는 개 두놈을 덥썩 안고는
줄행랑을 놓더란다.
개에대해 뭘 알수 없는 이 할머니...
" 아이구~ 저런 숙맥 같은놈. 저거저거 헛 똑땍이여~ 잡아도 이빨에 낑기는 개새끼를
워~원 ???." 혀까지 차시고는...

다음에 이 아저씨가 내려가보니. 개 들이 없어진거라
자기의 어머니께 여쭈어보니 그리 말씀을 하시더란다.
그러니 그 아저씨는 얼마나 황당하셨겠는가?
며느리한테는 엄니가 잘 키울꺼라고 해서는 시골로 보냈다는데...
그러며 그런다.
" 우리 엄니가 혼자 똑똑한척은 하셔도 세상물정에 너무 어두워유~ "
" 아저씨 며느님은 아직도 몰라요? "
내가 물으니.
" 아이구, 웬걸요?... 한날은 메느리가 글쎄, 시골에를 간다고 하는거예요.
왜가냐니께. 개새끼들 보고싶다고 면회를 간다는 거여유~ "
" 어머나. 클났네요. "
" 아~ 그래 워쩌유? 그짖말을 했지요 "
" 뭐라구요? "
" 야~야... 니, 그 강아지덜이 엄니가 열어놓은 변소간에 들어갔다가는
두놈다 빠져 버렸다야 "
" 어머나! 그 말을 믿어요? "
" 믿구, 안믿구간에 막 울대유 "
" 그랬겠네요. "
" 속으로야 나도 쬐끔 미안은 한대유~
한편으로는 잘됐다~ 싶더라구요. "
" 네에~ "
" 개는 복날 잡아서 먹으면 되는거쥬~ 그걸 지랄했다고 방에다 키워유? "
흐~억.

그렇게 그날의 벌초하는 남편따라 갔다가는 뒤집어지게 웃고만 돌아왔는데...
워떤 아저씨가 사가셨나?
내가 알면 내가 샀을껄...
아무튼 그 아저씨와 할머님...너무너무 웃기는 분들이셨다.
덕분에 내 귀도 많이 즐거웠고...
지루했던 남편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보낼수 있었는데.
엽기적인 그 할머니. 한번쯤은 뵙고도 싶네그려.
애완견을 그저 먹는거로만 아시는 그 아저씨네의 모자간...
대책안서게도 웃기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