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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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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뱃길


BY music 2001-01-26

어제 모처럼 우리네식구 친정으로 세배를 나섰다.
작은애가 대입시가 끝나서 몇년만에 아주 홀가분고
유쾌한마음으로...
서울에는 눈의 잔흔만 남아 질척거리는 정도였는데.....
가는길은 아직도 곳곳이 하얀눈들의 천지다.
멋진 설경의 동양화 한폭을 마주하며 달리는 기분으로
남편의 옆자리에 터억 자리잡고 앉아,
FM방송의 올드 팝을 들으며 몇년만에 느껴보는 느긋함으로.....

부모님이 잠들어 계신곳은 무릅까지 폭폭빠질정도로 하얗게 하얗게
눈들이 쌓여있다. .
밤나무 사이로 작은 산짐승들의 발자욱이 조로록 조로록
눈위에 찍혀있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엄마 아부지 저왔어요. 막내딸이 모처럼 온전히
네식구데리고 세배왔어요. 저시집가는것 못보시고 돌아가실까봐 늘상 맘조려 하셨었는데.....
(제가 늦둥일로 태어났거든요. 엄마 45세에)
이제는 엄마의 그나이보다 조금더 살아온 난 이처럼 장성한
두아이에 엄마가 되어있는데....
넙죽 큰절올리는 외손주들을 부모님들은
아마 흐믓하게 바라보셨을거예요.

시댁에는,
시아버님이 몇대 독자라 가까운 친척이 없어
명절이라도 늘상 썰렁했는데 시부모님들이 안계신 지금은 더욱 더...

친정은 몇대를 이동네에 뼈를 묻고지냈기 때문
세배를 드리러 가야할곳도 한두곳이 아니다.
친정오빠네 세집을 거쳐서 2째작은엄마네 부터
5섯째 작은아버지네까지.....
우리 남편 처갓집 한번오면 진이 다 빠진다.
들러 들러 맨나중에 동네에서 한참 떨어진 외진 곳에서
목장을 하시는 5섯째 작은아버지네로 세배를 가다가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다.
눈에 우리 자동차가 빠져서 움직이지를 못하는거다.
걸어들어가 사촌들을 불러다 밀고 당기고 하여 어구구 겨우
세배를 마치고 부랴 부랴 캄캄한 밤중을 달려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훨씬 넘어있다.

에구구 남편은 적지 않게 피곤한지 눕자 마자 낮게 코고는
소리를 내는데 난 행복함에 쉽사리 잠이 오질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