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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36 - 노모 봉양 문제로 말다툼하다 동생 살해


BY 닭호스 2001-01-25

설을 맞아 귀향한 형이 어머니 봉양 문제로 동생과 말다툼을 벌이다 동생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충주경찰서는 24일 흉기로 동생(41·음식점 주인·충주시 교현 2동)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김모(45·무직·서울시 중랑구 면목동)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8시5분께 동생이 경영하는 D중식당에서 `어머니(62)를 구박한다'며 동생과 말다툼을 벌이다 미리 준비해 간 흉기로 동생을 마구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서 김씨는 "건강도 좋지 않은 어머니에게 허드렛일을 시키고 구박까지 한다고 동생을 나무라자 동생이 `형은 어머니를 모시지 않고 뭐했느냐'며 욕을 하고 대들어 홧김에 흉기를 휘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대구에서 혼자 살다 1년 전 충주로 옮겨 숨진 둘째 아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해 왔으나 고혈압 등으로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동생을 살해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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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지금 친정에 와 계신다.

할머니는 본래 둘째 이모네에 사신다. 그렇지만 둘째 이모네는 큰집이라 형제들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이 둘째 이모네에 모이기 때문에 설날이나 추석..그리고 둘째 이모네에 여타 행사가 있는날이면 할머니는 으례 나의 친정에 오셔서 보름간을 묵다가시곤 하셨다.

할머니가 오시기전부터 걱정을 해대던 엄마는 아니나다를까 할머니가 오시고 이틀이 지나지 않아 앓아 누웠다. 몸이 약한 엄마로서는 여간 힘이 부치는 일이 아닌것이다.

할머니가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신 건 내가 결혼을 앞둔 며칠전의 일이었다. 그 때까지 나와 같이 사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기운을 놓으신건 내가 할머니를 두고 시집을 가기 때문이라고 주윗 사람들은 생각하였다.

그 이후로 이모부가 안계신 둘째 이모가 할머니를 맡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나날이 기운이 떨어지셔서 이제는 아무것도 혼자 하시는 게 없다.

남편이 시험때문에 집을 비운 며칠을 나는 딸아이를 데리고 할머니가 와계신 친정에서 보냈다.

당뇨가 있으셔서 밤중에도 여러번씩 화장실에 가셔야 하는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허리가 안좋은 우리들로서는 너무 힘든일이었지만, 그보다 더 고역인 것은 혼자서 해 보겠다는 의지가 조금도 없이 화장실에서 옷을 내리는 일까지 우리 가족에게 다 맡기시는 할머니의 태도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우리가 힘들어하는 눈치가 보일 때마다, 할머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가 와 이래 안 죽노? 으이.. 내가 죽고 싶은데 이칸다.. 약좀 사온나.. 나가 묵고 확 죽어뿔끼라..."
이러시는 것이다...

할머니를 일년 남짓 혼자서 봐 온 둘째 이모는 이제 힘에 부친다고 했다. 둘째 이모가 마지막 보루였는데..사정이 이렇고보니 딸이 넷인 집에서 할머니를 모실 사람이 한 명도 없게 된 것이다.

할머니를 맡는 이모는 이모대로 힘이 들고.. 할머니를 맡긴 엄마와 다른 이모들은 또 그 나름대로의 마음의 짐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힘든 시간들을 살아가는 것을 보며.. 나는 엄마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냥. 할머니 기관에 보내드리는 게 어때?"

물론.. 치매도 중풍도 아닌.. 아무런 병이 없고 기운이 단지 조금 없는 것뿐인 할머니를 기관에 보내는데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전에 당면한 큰 문제는 할머니 자신의 의지이다. 일흔이 넘으신 할머니는 자식이 넷이나 되는데 기관에 간다는 것은 상상치도 못할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다.

지금도 이렇게 노인문제가 심각한데...
의학은 나날이 발전하여 인류의 수명은 120으로 연장된다는 웃기는 얘기가 나온다.

나는 몸을 생각해서.. 라는 미명하에 수만가지 몸에 좋다는 약을 해먹어대고 간혹가다 불법 유통된 근거 없는 건강보조제를 비싼값에 지어다 먹고 부작용이 나서 죽네 사네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언제가 티부이에서 고령의 한 할머니가 나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미 나이가 100세에 가까우셔서인지 아들과 딸들은 모두 세상을 뜬 모양이었다. 할머니는 화가나 죽겠다는 표정이셨다..

"내 손자들이 의사고 교수야.. 근데.. 내가 이런 기관에 있다는 게 말이나 돼.. 망할놈의 인간들..."

얼른 나라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노인 한분으로 이렇게 여러 가정이 불행해지는 것을 방치하기보다는 노인으로 인한 자신들의 불행을 솔직히 드러내고 이해를 구하는 것.. 그리고 또 주위에 그런 경우를 겪은 사람들을 보면 그 상황을 우리부터 이해해 주는 태도.. 그런 의식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오면 나도 먼훗날 내 딸 달이에게 굳이 불효녀의 멍에를 안기지 않고서도 병규와 나란히 기관에 들어가 편안한 노후를 맞이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