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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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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BY 바늘 2001-10-28

내가 사는곳은 서울의 허파라 불리우는 관악산 근처이다.

요즘 처럼 단풍이 고운 계절은 그야말로 산이 몸살이 날 정도로 많은 수의 등산객들이 찾아오는데 오늘은 그 단풍이 하도 고와 보여서 매일 오가며 바라만 보다가 드뎌 보내는 시월이 아쉬워 남편과 둘이 산행을 하게되었다.

처음 산에 발걸음을 옮기자 운동 부족이 역력하여 두 무릎이 아프고 숨도 얼마나 차던지 그간 나의 게으름이 후회막급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평소 좀 자주 올것을 쯔쯔쯔~~

그래도 남편은 내가 생각한것 보다는 훨 산을 잘타올랐다.

관악산에 몇년전 부터 입장료를 오백원씩 받더니 곳곳에 정비도 잘되있고 많이 다듬어져 있었기에 초보자도 등산로 주변에 메워둔 밧줄을 의지하여 오르기가 수월하였다.

집 앞으로 오르기 시작하여 서울대 정문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정하여 산을 타기 시작하였는데 베낭에 가볍게 가져간 배한개, 방울 토마토 몇알을 바람 시원한 정상에서 남편과 나눠 먹으며 산아래 다달다달 붙어있는 아파트와 주택들 구비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버스를 바라보면서 별 생각도 없이 그냥 맥놓고 쳐다보기만 하였는데 마음이 훨 편안해지고 가슴도 후련해짐을 느끼면서 자연은 참으로 인간에게 많은것을 주는구나 하고 새삼 감사를 하게되었다.

오랫만의 등산으로 인하여 숨이 차서 조금 가다 쉬고 다시 가고 반복함을 하면서 간만에 남편의 손도 잡아보고 힘들어 기데어도 보고 이런 자연과의 동화가 아니라면 어디 20년 함께 살아온 부부에게 흔하겠는가?

힘에 겹다고 매일 술과 수울술 친하기만 하였던 남편에게 짜증과 실망이 앞서만 있던 나에게 오늘 시월의 마지막 휴일 모처럼 함께한 나들이는 서로를 바라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어린 아이들과 산에 올라 귀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아빠와 집에서 정성들여 준비해온 도시락을 사이에 두고 먹여주는 정다운 노부부,귀걸이 반쪽이 멋져뵈는 청춘남녀들의 맞잡은 두손,친목회에서 왔는지 조금은 세월이 들려져 뵈는 어르신네들의 술자리도 종종 보였다.

그런데 정말 의하한 모습은 산에 오면서 정장에 구두까지 신고 올라오는 커플들을 보면 둘사이가 과연?
ㅎㅎㅎ

참! 그런데 하산길 정말 웃기는 모녀간의 대화를 듣고 남편과 난 실실 웃느라 정신 없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에게 그애 엄마가 떨어진 고운 단풍잎을 보더니 질문을 하였다.

엄마-너 있지 다 알아 둬야 한다 너에게 도움이 될거니까~~ 너 말이다 낙엽이 왜 저렇게 빨간지 아니?

아이-글쎄요 으더 텨져서 멍들었나?

남편과나-숨죽여 가면서 안듣는척 하면서리 키득키득 푸하하 ㅎㅎ

엄마-야 그건 말이다 (아주 심각하게) 나무위에서 떨어지기전에 떨어질것 겁나서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뒤 기절하면서 떨어져서 그렇단다.

아이-(웃지도 않는다)아 그렇구나

ㅎㅎㅎㅎㅎㅎㅎ

남편과 나는 그 대화를 들으면서 ㅎㅎㅎㅎㅎㅎ 소리 안나게 앞으로 걸어가면서 웃어 죽는줄 알았답니다.


아!
시월의 마지막 휴일

너도 가고 나도 가고 ...

또박 뚜벅 그렇게...

아직은 빛고운 낙엽들이 참좋더군요~~ 자아~~ 모두들 한번 올라보셔요~
낙엽이 다 사라지기전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