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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싼방으로 가요.


BY cosmos03 2001-10-28


우리...이렇게 만났어요 (3편)


겨울밤, 바람은 매서웠읍니다.
오라는데도 갈곳도 없는 우린...
우두커니 서로를 바라볼뿐, 아무런 대책도 세울수 없었읍니다.
어디로가나... 어디로 가야하나...

그냥 무작정 걸었읍니다.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너무도 추워하니 아저씨는 자기의옷을 벗어줍니다.
아저씨의옷도 그리 두껍진 않은데요.
그날도 또한 난 스커트를 입고 있었읍니다.
변동 둑방을 따라 우린 도마동쪽으로 갔읍니다.
뚜렷한 목적지가 있었던건 아니지만...
슬슬 깨어가는 술에 추위는 점점더 심해져만가고.
그때까지 손 한번 안잡아본 우린... 처음으로 팔짱을 끼었읍니다.
따뜻했읍니다.
아저씨는... 팔을 어깨위에 둘러 포근히 나를 감싸줍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도마동이 나옵니다.
아는 언니가 도마동에서 작은 맥주집을 하였읍니다.
운전면허따러 학원에 다닐때, 교관들과 몇번인가 와본 곳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선 따뜻한 실내공기와 주인언니의 고운미소가
밤바람에 지친 우리를 반겨주었읍니다.

다시또 시킨 맥주를 앞에놓고...
우린 마주보았읍니다.
기사 아저씨는 얼마만인가에...말을 꺼냅니다.
" 나요... 그쪽이 좋은데요 "
" 네? "
미처 알아듣지 못한 나는 멍~ 하니 바라만 봅니다.
" 눈이...참 예뻐요... 함께하고 싶어요. "
프로포즈 였읍니다.
몇번을 만나는동안, 나도 아저씨가 싫은건 아니었지만...
전혀 이성으로, 결혼상대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읍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아니었답니다.
처음부터 필연으로 그렇게 내, 작은오빠의 자가용기사가 된것이랍니다.
다만, 용기가 없었던거고... 그래서 맞선 자리도 피한거라고요.
그동안의 만남을 난 우연으로만 생각했었읍니다.
아무런 대답도 할수가 없었읍니다.
피식~ 웃고는 내리, 술만 마셨읍니다.
아니, 들어부었다고 해야겠지요.

눈이 풀리고...
혀가 풀리고...
그리고 몸까지 풀려갔읍니다.
추웠던 몸이 녹으면서...다시또 내몸속으로 들어간 알코올에 의해
난, 그렇게 무너져 갔읍니다.
졸음이...내 눈꺼풀을 덮습니다.
그냥, 두다리 펴고 편히 잠을좀 자고 싶었읍니다.
어딘가에서 내 작은 몸뚱이를 눕히고만 싶었읍니다.

맥주집 언니에게 하룻밤 신세좀 지자고할까?
그럼 내일은?
내일은 어디로 가고?
복잡해지는 머리속을 도리질로 털어버립니다.
시간이...제법 많이 되가고 있읍니다.
가계문을 닫아야 한다고 합니다.
필사적으로 정신을 놓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어디로 가지?..어디로 가야하지?...

가까스로 내 몸을 일으켜봅니다.
하지만 풀썩~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맙니다.
아저씨와 주인 언니가 부축을 합니다.
아저씨의 등에 업히었읍니다.
꼬이는 다리를... 풀어지는 내 다리를 주체하지 못한채.
난, 아저씨의 그 넓은 등에 업혔읍니다.
아저씨는 벗겨지는 내 구두를 양손에 잡은채, 내 엉뎅이를 받쳐줍니다.
" 춥지 않아요? "
" 아뇨...따뜻해요. "
" 그럼, 다행이구요. "
" 근데, 아저씨... 나, 자고 싶어요. "
" 그럼 자요 "

그럴수는 없었읍니다.
나 때문에 아저씨가 너무 고생을 하는거 같아, 업힌 등에서도 미안 합니다.
잠이 들면 안 됩니다.
그러다 결론을 내립니다.
오늘은 이 아저씨와 함께 있어야겠다고요.
그리고 말합니다.
" 아저씨! 싼 방으로 가요 "
택시운전해서 얼마나 벌겠읍니까?
그리고 하룻밤 자는데 아무러면 어떨까? 싶었읍니다.
아저씨의 허허~ 웃는 웃음이 등허리를 타고 내게까지 전달되어 옵니다.
사랑까진 아니어도 아저씨가 참 좋다~ 라고 느낍니다.

그렇게 우린 첫날밤을 보냈읍니다.
아주작고 볼품없는 방에서요.
아저씨는 보물을 다루듯, 날...소중히 보듬어 줍니다.

이튿날은 눈이 무척이나 많이 내렸읍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도록~
아마도 축복인가 봅니다.
세상이 참으로 맑고, 깨끗 했읍니다.
그렇게 또...그날 하루도 우린 함께했읍니다.
그리고, 다음날...또 다음날도.

아저씨의 자취방에서 우린 동거에 들어갔읍니다.
그렇게 2 년을 살았지요.
그리고 올린 결혼식.
정식으로 인정받은 부부로 살아간지 5년만에 우리의 예쁜공주가
태어났구요.
그렇게... 아저씨와 만난지 18년동안 우린 알콩달콩.
지지고 볶아가며, 그렇게 살아갑니다.
지금은 아저씨가 아닌, 내 남편 당신으로요.
앞으로 남은 내 인생도, 여기 이 사람과...
그렇게 매일을 오늘처럼 알콩달콩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