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0

노숙자로 만든 군밤


BY cosmos03 2001-10-27

우리...이렇게 만났읍니다.2편


낯선 아저씨와 코스모스꽃을 감상한다고 드라이브를 하고온 그 이튿날...
오빠와 함께 출근을 하러 밖엘 나가니 택시가 한대 서있읍니다.
" 어? 웬 택시가 있네? 오늘은 힘들이지 않고 출근하게 생겼구나~ "
오빠는 반갑게 말하며 택시문을 열고는 내게도 말합니다.
" 너도 같이타고 가자~ "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거라며 오빠는 나를 강제로 이름도없는 작은 가방공장에
넣어 버렸읍니다.
그곳에서 잔 심부름도 해주며 경리 일을 보았지요.
함께 택시에 올라타고보니... 바로 어제의 그 기사아저씨 였읍니다.
속으로야 무척 놀랐지만...호랑이같은 오빠가 옆에있어 아는척은 할수가 없었읍니다.
얌전히 신부수업 받다가 시집가라고 했는데...
처음본 사람과 술마시고 드라이브하고...엉뎅이까지 보여주었다면.
아마도 그날로 난 쫓겨나야할 판이었읍니다.
공장근처에서 나는 내렸고...
재미없는 하루해는 그렇게 저물었읍니다.

그 이튿날...
그날 역시도 그 기사아저씨는 와 있었고...
그날은 그냥 걸어갔읍니다.
집에서 도보로 10여분이면 갈수있는 곳이었읍니다.
오빠는 물론, 그 택시를 타고 갔고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변함없이 택시는 우리집 문 앞에 서있었읍니다.

그러던 어느날...
온양에서 고모부가 올라오셨읍니다.
대전에 볼일이 있어서 오셨다가 우리집에서 하룻밤을 주무신거죠.
오빠와 나는 출근을 하기위해~ 고모부는 온양으로 내려가시기위해 문밖을 나가니
한결같은 택시 아저씨는 차안에 얌전히 앉아있읍니다.
" 고모부! 타세요. 요즘엔 택시잡기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자가용마냥 문앞에 항상 택시가 있거든요~ "
그때까지도 아무 눈치못챈 아둔한 우리오빠!
매일을 같은 기사인데... 어쩜 저리도 모를수가~
싫다는데도 그여 오빠와 고모부는 함께 타고 가자합니다.
할수없이 올라타고는 죄 없는 아저씨의 뒷통수만을 째려보았읍니다.
그렇게 매일을...그 아저씨는 우리집 자가용기사가 되가고 있었읍니다.

그날은 오빠가 숙직을 하여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 다녀오겠읍니다~ "
인사를 하고 밖에를 나가니 역시나 택시아저씨는 대기중이었읍니다.
" 타세요 "
차문을 열어주며 아저씨가 말합니다.
" 도데채 뭐예요? 왜 매일을 오는거죠? "
풀쐬기마냥 쏘아붙이는 내게 사람좋은 웃음을 흘리며 아저씨는 말합니다.
" 굴러다니는 택시가 어디는 못 갑니까? 승객태우러 다녀야죠. "
그렇다면 할말이 없읍니다.
" 다음부턴 다른데가서 손님 찾아요 "
한마디 쏘아붙이고는 차에서 내렸읍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입니다.

우르르~ 톼근해서는 몰려나오는데...어디선가 빠앙~ 하는 크락숀 소리가 납니다.
화들짝 놀래 쳐다보니... 사람좋은 웃음을 흘리며 아저씨가 거기 서 있는 겁니다.
공장 아이들은 누구냐고...애인이냐고...
참말로 챙피했읍니다.
모른척 피하고 싶었지만...끝내 쫓아올것 같아 택시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읍니다.
" 왜 이래요? 정말... "
" 맥주...한잔 하실래요? "
한번쯤은 만나야할것 같았읍니다.
무슨 말인가든 해야만 했읍니다
" 좋아요, 가요 "
역시 오늘도 한잔만을 앞에 놓고는...그냥 우두커니 바라만 보았읍니다.
화가 많이 나있어서 심한말이라도 해 주고 싶었는데.
연신 사람좋은 웃음을 흘리는 사람에게...
할말이 해줄 말이 없었읍니다.

몇잔인가의 술이 더 날라져왔고...
무슨 얘길 했는지의 기억은 없읍니다.
아무리 보아도 악인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습니다.
" 아저씨, 아저씨가 매일 우리집에 오는거 댁에서도 알아요? "
" 알죠.그럼 "
" 아저씨 부인은 되게 착한가봐요. 그런데도 아무말 안하니요 "
" 네? 저 아저씨 아닌데요 "
" 어머! 미안해요. 그렇다면..."
" 괜찬습니다. "
총각을 아저씨로 본 미안함에 생각지도 않은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읍니다.
" 아저씨 중매해 드려요? "
" 정말요? 좋지요 저야. "

같은교회에 다니던 언니하나가 30이 다 되었는데도 짝을 못찾고 있던게 생각이 났읍니다.
몇번의 확인을 하고 날짜까지 정하고는 아저씨와는 헤어져 집에 왔읍니다.
언니에게 물어보니 언니도 좋다고 승낙을 합니다.
중매서던날...
약속장소에 나가보니 아저씨는 이미 와서는 기다리고 있읍니다.
그러나 잠시후...
다방으로 걸려온 전화는 미안해! 나 못나가~ 였읍니다.
화도나고 황당했지만...어쩔수 없는일.
그날 하루 난 죄인아닌 죄인이되어 그 아저씨와 놀아줘야 했읍니다.
다음에 다시만날 약속을 하고요.

약속한 날입니다.
그런데...요번엔 아저씨가 나오질 안은 겁니다.
우째 이런일이?
이튿날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또다시 퇴근에 맞추어 기다리더니...
저녁을 사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런식으로 아저씨와난... 몇번을 더 만났는데.
연결시켜준다던 두 사람은 끝내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상태로 중매는 없엇던 얘기가
되어 버렸읍니다.
그 몇번을...밥을 먹었고, 차를 마셨고...술도 마시며
시간들을 함께 했읍니다.
그럴때마다 번번히 비용은 아저씨가 부담을 했고요.
한번쯤은 내가 사야된다는 마음에 월급날로 날을 정했읍니다.

공장직원들 월급을 나누어주고 서둘러 택시까지 타고는 약속장소인
은행동에 있는 희랍다방으로 갔을땐...
기사아저씨는 이미 그곳에서 나간후였읍니다.
30여분을 늦엊으니 그럴만도 했지요.
왜 그리 미안하던지...
뒷문으로 들어갔던길을 앞문으로해서 밖을 나오니...
아저씨가 신호대기에 걸려 나무에 몸을 기댄채 서 있었읍니다.
반가웠읍니다. 너무도.
그날...
맛잇는 밥도먹고, 커피도 마시고...1 차~ 2 차~ 그렇게 우린 취해갔읍니다.
홍명상가쯤엘 가니...군밤을 파는 아저씨가 있었읍니다.
" 아저씨...나요...저 군밤 사 주세요 "
" 그래요, 조금있다가요. "

말들은 그렇게 해 놓고 앞에서 택시가 오니... 집에가야한다는 생각에 습관적으로
아저씨와난, 택시에 올랐읍니다.
얼마쯤을 가다보니, 아차! 그제서야 군밤이 생각이 나는 겁니다.
" 아저씨 차좀 아까 있던대로 돌려주세요~ "
" 괜찬아요, 군밤 안사도 돼요. 나 늦엊어요. "
그냥 가자고해도 아저씨는 막무가내로 군밤을 사갖고 가랍니다.
그렇게해서 군밤봉지는 내 손에 들려졌지만...
도착한집은 철옹성마냥 꼼짝도 않고 닫혀있읍니다.
시간은 이미 11시가 넘어있고...
군밤만 아니었으면 그럭저럭 11시안에 도착할수 있었을텐데...
원망해도 닫혀진문을 열릴줄을 모릅니다.
담을넘어 올라가본 2층 창문도 꼭꼭 잠겨있었읍니다.
오빠의 성격을 내 원채, 잘 아는지라...
감히 벨을 누를 생각도, 전화를 할 생각도. 더욱이 언니를 부를수는
더욱 없었읍니다.
언니까지 묻혀서 쫓겨나면 안 되니까요.

막막했읍니다.
우두커니 군밤봉지만을 내려다볼 밖에...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읍니다.
그렇게 우린 군밤으로 인해 노숙자가 되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읍니다.
갈데도...오라는데도 없이 찬바람부는 한 겨울에...
눈앞에 따듯한집을 두고도 되돌아 나와야했읍니다.
노숙자의 신세로서 말입니다.


우린, 이렇게 만났읍니다의 2번째 얘기였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