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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35 - 30초 경제학 - 공사장 오리 키우며 재해율 낮춰...


BY 닭호스 2001-01-22



"아저씨 밑에 우리들이 자라고 있어요1" 경기도 용인 수지 2차 쌍용 스윗닷홈 현장에는 이런 플랭카드가 걸려있고, 골조가 올라가고 있는 아파트 1층 부근에는 오리 약 50마리가 걸어다닌다.

이는 재해율 감소를 위해 시공사가 낸 아이디어. "바로 밑의 오리 때문이라도 현장 근로자들이 훨씬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게 쌍용건설 임창재 팀장의 말이다.

경기 침체로 공사 물량이 줄자 재해율을 낮추려는 건설사들의 묘안이 속출하고 있다. PQ(사전자격심사)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이다. 용인에서 큰 물량의 아파트를 시공중인 LG건설·삼성물산·남광토건 등은 지난해부터 바코드를 통해 건로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있다. 작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이문동 쌍용 아파트는 안전체조에 근로자들
의 인기가 높은 강사를 초빙, 참여율을 높였다.

- 張源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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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이야기가 나오니 옛날 생각이 난다.

아빠가 내가 대학 4학년 때, 과수 농사를 알차게 지어보리라는 야무진 포부를 가슴에 안고 단감밭을 등지고 있는 대지 500평을 구입하여 시골로 이사를 갔을 때의 일이다.

한창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때여서 엄마와 아빠가 온통 그 일에만 몰두하느라 귀가가 늦었던 그 때.. 나는 대학 4학년이라 한가하기도 하여 인근에서 열리고 있는 5일장을 찾았다. 시장입구에는 한 아주머니가 앉아서 병아리들을 팔고 계셨다.

검은색 병아리와 노랑 병아리들이 상자속에 소복하게 들어앉은 모습을 본 나는 거기에 주저앉아 병아리를 만져보다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아파트라는 것도 잊은채 그냥 돈 천원을 주고 두 마리를 덜컥 사 버리고 말았다.

집에 돌아와서 병아리를 풀어놓자 엄마와 아빠는..아파트에 살면서 왠 병아리들이냐고 타박을 하면서도 마냥 신기해했었다. 병아리들은 온 마루를 돌아다니며 똥을 쌌고, 그러다가 지치면 엄마의 발밑에 쪼그리고 앉아 잠을 청하기도 하였다. 저녁 내내 찍찍거리는 소리에 티부이를 못 보겠다고 하면서도 병아리들이 든 사과상자가 놓여있는 베란다로 통하는 큰 유리문은 꼭 열어두었다.

그런데서 파는 병아리들이니 곧 죽으려니.. 하였던 예상을 뒤엎고 병아리들은 우리 가족의 시골집이 완공되고 이사를 가는 날까지 그 건재함을 과시하였다.

한 달이 지나도록 닭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채 어리게 머물러 있는 병아리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신기타, 신기타"를 연발하였다.

그런 병아리들이 시골로 들어간 지 보름만에 마당에서 노닐다가 족제비에게 물려갔는지 흔적도 없이 행방불명되고 우리 가족은 생명체를 키운다는 것의 어려움울 새삼 절감하였지만.. 아빠는 시골 살림살이가 어느정도 틀에 잡히자 이내 시골 장터로 달려고 병아리 스무마리, 거위 병아리 한쌍, 기러기 병아리 두 쌍을 사왔고.. 거기에 선물받은 공작 한 쌍이 더해지자 우리집 앞마당은 어느정도 평화로운 모습으로 구색을 갖추었다.

마당으로 손님의 차라도 들어올 때면...
꽥꽥 거리는 거위 두마리가 선두를 차지하고 다른 조류들이 뒤따른 행렬은 진풍경을 연출했고..시골과는 무관하게 도시에서만 살았던 우리가족이 이제 시골에 자연스러에 적응을 하는구나 하는 주위의 안심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우리집 마당의 질서와 평화를 파괴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그것은 아빠가 집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아는 교수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진돗개 토종 두 마리였다.

생후 2개월이 지나지 않아 집으로 실려온 진돗개는 그 모습이 아직도 어린 티를 벗지 않아.. 우리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었다.

그런데.. 그 개 두마리가 급속도로 어른개가 되자 그 개는 우리의 조류 무리들에게 심히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잡았다.

가족들인 그 조류무리들에게 보이던 그 사나운 성질 탓에.. 토종 여부를 의심스럽게 하던 진돗개들은 하루 건너 한마리씩 순한 닭들을 물어 죽였고...뒷다리를 물린 거위들은 평생 장애의 한을 지닌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집안에서 벌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눈치챈 기러기 떼들은 집 앞에 펼쳐진 넓디넓은 호수에서 수영연습을 여러차례하더니.. 온식구가 잠든 어느밤 탈출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두 마리만이 탈출에 성공하였다.

그런 모습들에 우리 가족들이 절망하고 괴로와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집을 지키는 파수꾼이라 믿었던 개들을 버릴순 없는 노릇이어서.. 우리가족들은 그 조류들의 수난을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녘..
마당에서 들려오는 심상치않은 소리에 잠을 깬 아빠가 달려가보니..

진돗개 숫놈이 자기를 묶어놓은 끈을 입으로 끊고 밤새 조류들이 잠든 철망을 입으로 갈기갈기 뜯어 그 속에 잠자던 공작 두마리.. 기러기 두 마리.. 그리고 거위 두마리, 그리고 닭 일체를 죽인 것이었다..

그 일이 있고....

개는 밥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지만 나는 진돗개들 아해할 수도 없었고.. 예전같이 이뻐해 줄 수도 없었다...

진돗개가 먹기 위해서라면 나는 그 행위를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약한자에게 불필요하게 치명의 상처를 내고...
급기야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그리고 일말의 반성이나 후회도 없는..
그 포악함...

그것은 짐승의 세계에서나...
인간의 세계에서나...
빈번히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