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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오후


BY ggoltong 2001-10-27

잠시 아이들을 품에 파묻은채 잠을 잤었다.
오랫만에 누려보는 낮잠의 평온함.
세 아이들 반듯반듯 자고 있는 그 평온한 자리를
나는 슬며시 깨지 않게 나와 우유한잔을 마셨다.

창문에 빗방울이 매달려 있지는 않지만
왠지 선선하고 차분한게
비가 왔나보다고 생각했다.

베란다에 나가 쳐다보니
하늘은 차분한 연보라빛에 주차장과 나란히 즐비어있는
상가들은 모두 평안의 비세례를 맞고 있었다.

이런 날이 나는 좋다.
아이들 깨지 않는 시간을 최대한 늘려서
나는 생쥐걸음으로 컴퓨터를 켜고
볼륨을 줄여서 음악을 듣고
잠시 공부방의자에 앉아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을
반성도 해보는..
어째 이런 분위기로 몰고가는 듯한
나는 이런 날이 참 좋다.

두달 후면 이 세상에 한번쯤 내렸을 눈..
나는 계절에 민감한 지
눈오고 비오는 그러한 평범한 일상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나도 몰랐던 관용 한무더기와
내 마음속에서 듬뿍 듬뿍 쏟아져 나오는 듯한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자연에
나는 그저 작은 한 존재로써
황송한 기쁨을 누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