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49

아들의 연인


BY 이쁜꽃향 2001-10-27

우리 자랄 적엔 부끄러워 누굴 좋아한단 말
입 밖에 내 보지도 못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참 당돌하다.
아니 솔직하다고 해야 할까.

십년 전 큰 아들 녀석이 6학년일 때에도 그랬었다.
'엄마, 나 선주 좋아 해.'
너무나 진지한 그 표정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어머,그러니? 선주도 널 좋아 해?'
다음 날 나는 선주가 어떤 앤지 수소문하여
그 애의 거의 모든 걸 파악해 버렸었다.
그 후 며칠 뒤 고녀석 수첩엔
선주의 사진이 꽂혀 있었다.
선주더러 사진을 달라했다고 한다.

그 후로도 이따금 난 스치는 말로 물었다.
'선주 생각 안 나니?'
녀석은 웃으며'별로...'했다.
'선주는 어느 대학 갔니?'
'의과대학'
고녀석은 언제 내가 그랬냐는 듯
대학에서 다른 여자 친구를 만나고 잇었다.

그리고 십년 차인 둘째 녀석이
거의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엄마. 별 접을 줄 아세요?"
"별? 무슨 별?'
"종이접기하는 별 있잖아요."
"엄마가 그것 전공인데 왜?"
"별 오백개만 접어주세요."
사연인즉,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친구에게
알게 된 지 오백일 기념으로 줄 거란다.
"그걸 왜 내가 접니, 네가 접어줘야지."
자긴 시간이 없으니 엄마가 대신 접어주란다.

주변 동료들의 협조를 구해 별을 접었다.
수학여행 가서 줄 거라니 그 안에 접어야 한다며
매일 몇 개 접었나 확인 해 보는 녀석을 보니
불현듯 지금은 군인인 큰 아들 녀석이 떠올랐다.
형전제전인가...
아빠는 입이 싸니 절대 비밀이라며
몰래몰래 비밀 대화를 원하는 녀석.
철부지 녀석의 언행이 하도 우스워
혼자 웃긴 아까워
약속을 어기고 남편에게도 말했다.

남편은 나보다 더 신이 난 듯
'아빠는 뭐하는 사람이래?'
'집은 어디래?'
마치 며느리감 심사하듯 궁금해 한다.

수학여행 다녀 온 아들녀석이
자기의 메일을 보여줬다.
그 여자친구가 예쁜 카드메일을
석장이나 연거푸 보내왔다며 한 번 볼 거냐고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인혁이의
생일을 넘 추카해.'
'매일매일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너의 생일이었으면 좋겠어.'
등등 아름다운 사랑(?) 표현으로 넘치고 있다.
밤에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 데려오기 게임으로
그 반으로 아들녀석이 잡혀(?)갔대나.
요즘은 여자들이 더 적극적인가...

스티커 사진을 함께 찍자고 했다며
녀석은 자랑인지 보고인지 모를 사건들을
매일 내게 들려준다.
엄마의 본능으로 그 아이도 역시 뒤조사(?)를 감행했다.
남학생들 제치고 1기 회장을 한
이쁘고 야무진 애라고 평이 나 있다.

"짜아식! 아빠 닮아 여자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우리 부부는 킥킥거리며 아이 몰래 웃느라 혼이 났다.
중학교 선택도 남녀공학 가자고 그녀가 제안한 모양이다.
녀석도 은근히 함께 다니고 싶은지 등교길에 묻는다.
품안의 자식이라더니
그렇게 저렇게 내 품을 떠나는 거겠지.
그리고 또 몇 년 후엔 지금의 **양을 잊게 될지도 모르고...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한꺼번에 보는 거 같아
녀석의 연인인 **양이 더욱 궁금하다.
그러는 한편 날마다 메일을 주고 받느라 신이 나 있는
아들녀석에게 웬지 조금은 섭섭해지려 한다.
소견 좁은 에미의 본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