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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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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쟁이 코스모스


BY cosmos03 2001-10-27

우린...이렇게 만났읍니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길에 코스모스꽃 한송이를 꺾어왔읍니다.
배시시~ 웃으며 엄마의 머리에 꽃아줍니다.
"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라... 내가 꺾어왔지 "
이미 조금은 시들어 버렸지만. 아이의 예쁜 마음과 코스모스의 꽃향에
잠시 취해봅니다.
내 감은 눈 속으로 남편을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이 떠 오릅니다.
코스모스가 맺어준 우리의 인연~

친구오빠의 결혼식이 있었읍니다.
예식장에서 그 친구의 집에까지 가서는 우린 마구 먹고 놀았읍니다.
맛난 저녁과 맥주까지 얻어마시고 친구집을 나설땐 이미 어두워져 있었읍니다.
웅성거리며 길가에 서 있던 우리들은 지나가는 택시를 불렀읍니다.
미끄러지듯 우리 앞에선 택시를 무슨 심술인지...
내가 그냥 돌려보냈읍니다.
" 야, 우리 다음번 택시타자~ "
기사분과 친구들의 눈총을 외면한채... 조금 서 있자니 택시한대가
우리앞에 와서는 섰읍니다.

오면서, 필요하다는곳에 하나, 둘 내려놓으니...
마지막에는 나 혼자만 동그마니 남아있었읍니다.
무심코 바라보던 창밖엔...아름다운 코스모스가 피어있읍니다.
" 아~ 코스모스다! 저꽃...나 되게 좋아하는데.. "
생각이 입밖으로 불쑥 말이되어 나옵니다.
" 코스모스꽃을 좋아하시나봐요? "
앞만 보며 운전하던 기사아저씨가 내게 묻습니다.
" 네에 좀 많이 좋아해요 "
겉으로는 하늘하늘 거리는게 그렇게도 약해보여도
코스모스의 뿌리는 겉보기완 달리 상당히 틈실합니다.
웬만한 가뭄이나 장마철에도 어지간해선 죽는일도 없이 강인하기에
개인적으로, 코스모스를 괭장히 좋아합니다.

" 공주 가는길에 코스모스가 많이 피어있는데...드라이브 하실래요? "
조심스레 기사아저씨가 묻습니다.
" 그럴까요? "
겁도 없이 난 또 대답합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나 처음 본 아저씨의 차를 타고... 공주쪽으로 향했읍니다.
가는길...
정말로 코스모스는 흐드러지게 피어서는
어서와요~ 어서와요~ 손짓하듯 하늘 거립니다.
기사아저씨와 난... 서로 아무말이 없이 운전하고 꽃 구경하고..
한참을 넋놓고 꽃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우리집인 변동~
그 동네까지 와 있었읍니다.
꽃 감상에 취해있는 동안 이미 한바퀴를 돌아버렸나 봅니다.

" 어머! 벌써 동네네요... 고맙습니다. "
인사를 하고 내리려는데, 기사아저씨가 그럽니다.
" 생맥주라도...한잔 하실래요? "
차비도 받지않고 코스모스꽃 보여준다고 한참을 달려준 미안함에
" 그래요, 그럼 "
쉽게 대답을 하였읍니다.
별로 고급스럽지도 않은, 허름한 생맥주집에 들어가, 생맥주 500cc 한개만을 시켰읍니다.
" 전, 운전을 해야되서요 "
" 아~ 네..."

그제서야 난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읍니다.
흔하고 평범한... 그러나 아주 선한~ 그런 인상이었읍니다.
( 꽤나 가정적이겠구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남은 맥주를 다 비우고는 일어났읍니다.
" 집까지 모셔다 드리지요 "
일어나는 나를 따라 그 아저씨는 말합니다.
그리곤, 술값도 기사아저씨가 냅니다.
난 계속 미안해야만 했읍니다.

집으로 오니...대문은 굳게 잠겨있읍니다.
작은 오빠가 자기멋대로 정한 나의 통금시간은 11시 였읍니다.
그 이후면...대문을 안 따주며, 올케언니에게도 못 열어주게 합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예식장에 간다고 스커트를 입었으니...
담을 넘기도 수월치 않습니다.
막막해 있는내게, 그 아저씨는 말합니다.
" 담...넘겨드려요? "
대문만 넘어가면 내 방까지는 무난합니다.
미니 2 층집의 다락방. 밖으로 난 조그만 창문을 열어놓았거든요.
또한번을 난 아저씨에게 미안해야 했읍니다.
" 부탁...드릴께요 "

스커트입은 내 엉뎅이를 그 아저씬 받쳐줍니다.
가까스로 난, 대문 안으로 들어갈수가 있었읍니다.
그런데 지금도 이해가 안가는것은.
그당시에 꽤나 그악스럽던 발발이가 한마리 있었읍니다.
동네에서 사납고 극성맞기로 유명한 놈인데...
지 녀석이 언제 보았다고, 기사아저씨께 꼬리를 흔드는 겁니다.
사실은 담을 넘을때 그녀석이 짖을까봐, 무척 마음을 졸였거든요.
그런데 녀석이 짖기는 그만두고 그렇게 반가이 꼬리를 흔드니...
녀석은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까요?

" 오늘...고마웠어요. 안녕히가세요 "
" 아닙니다. 제가 즐거웠읍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우린 서로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지요.
그냥...좋은 기사분을 만났구나~ 그렇게만 생각을 했었는데.
내겐 우연으로... 그 아저씨에겐 필연으로...
그렇게 다음날부터 우린 만나졌읍니다.

코스모스가 중매쟁이가 된것이 되었지만...
그렇게 우린 코스모스로인해 우연을...필연을 쌓아갔읍니다.
코스모스 1은 남편이구요~
코스모스2는 아내이구요~
코스모스3은 딸아이 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뒤도 코스모스03이 된것이구요.
이렇게 시작된 우리의 만남 1편이 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