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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


BY Suzy 2000-06-18

사랑하는 나의 딸아!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보았다" 이건 연극 제목이 아니다.
너의 고향인 네 에미 얘기니라.

이 세상에 바다란 단어는 오직 소금, 물고기, 항해, 무역선 등등... 눈으로 볼수있는것이 전부였던 네 에미였다.

어느날 부터인가 바다가 다른 의미인걸 깨달았다. 오십이 넘은 후에야...
그리고 동경하기 시작햇다- 내가 가보지못한 그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를...
거기엔 잃어버린 내꿈이 있었고 날아보지도 못한채 부러진 내 날개가 있었다.
치유할수 없는 세월을 놓치고 바다를 찾아 헤맨지 어언 수십년-.
허둥대며 한참을 살다 한숨 쉬는동안 뒤돌아보니, 난 아직도 내자신이 어디쯤 떠 있는지 가늠하지 못하는구나.
너무 멀리 와 버린건 아닐가?

사랑하는 내딸 레나야!
에미가 잦은 두통에 시달리는 동안, 육체의 고통보다 영혼의 좌절이 날 두렵게 햇단다.
언젠가 너에게 말햇듯이 난 오래 살고싶지 않단다(모두들 늙으면 이런소릴 한다더라) 그러나 살아 숨쉬는동안 그 어떤것도 내 정신세계를 오염시키게 하고 싶지는 않단다.
오직 청정한 영혼 , 그대로 나를 추스르고자 한다.

굳이 빛나는 언어로 생을 장식하고 싶은 욕심은 없다.
현실적인 물질의 충족으로 안위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슴속에 아우성치는 겹겹이 쌓여진 언어들을 두려움 없이 풀어낼수있는 드넓은 바다로의 항해가 절실할 뿐이다.

내가 전생에 무엇이엇길래 이리도 주체할수없이 끓어오르는 푸념들을 동이 트도록 안고 뒹구는 걸가?
영혼을 울리는 징소리라도 들리면 난 아마도 무당처럼 굿판을 벌릴지도 모르겟구나.

딸아! 기인 세월동안 난 지치도록 신음하며 긴밤을 앓앗다.
이제는 길게 심호흡하고 머언 바닷길로 찾아 나서고 싶구나.
갈길은 멀고 해는 얼마 안 남앗으니 어둡기전에 서둘러 돛을 올려야겟다.
내가 모르던 바다,
꿈꾸던 바다,
날아보고싶던 바다,
빠져 죽어도 여한이 없을 그 바다.
난 예전에 부러?병?그 날개를 조심스레 추스리고자 한다.
기인 항해를 앞둔 설레임을, 딸아, 네가 아느냐?
우선, 나는 연습을 해야겟다.
여지껏 단단히 움켜쥐고있던 탐욕과 위선과 오만을 벗어 던지리라.
하여, 짐이 덜어지면 더욱 가볍게 날수있지 않을가?

사방에 널려있는 흔한 언어들,
보따리마다 풀어헤쳐져 수습할수 없는 푸념들,
지내다 빗살처럼 내 가슴에 박힌 사연들,
뽑을수 없이 깊이박힌 비수같은 기억들,
들꽃처럼 스치다 꺽어들고온 모양할수없는 설운 아픔들,
잠인듯 꿈인듯 해가 뜨도록 안고 뒹굴던 그 필연의 숙명을 짊어지고 난 이제 기인 항해를 시작하련다.
내 어찌 풍랑을 두려워하랴?
내 어찌 어둠을 무서워하랴?
내 어찌 서풍을 미워할수 있으랴?
내게 남은 마지막 깃발을 들고, 죽어도 좋은 그 바다에 미련없이 온몸을 던지련다.

사랑하는 내딸 레나야!
바람이 거세걸랑 파도속에 있는줄 알거라.
내게 삶과 죽음은 더이상 아무 의미가 없는것...!
햇빛이 쏟아지는날, 바람결에 네곁을 스쳐가마.
내가 머언 항해에서 손흔들거들랑 그 빛나는 하얀이를 들어내고 크게 웃어주렴, 축복해 주렴.
에미가 찾은 꿈꾸는 바다를 위하여...!

내 이쁜 아가야, 널 한없이 사랑한다!!!

2000년 유월에 에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