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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20대 여성의 조력 자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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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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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 장가 가던날!


BY 상아 2000-10-05

34살의 늙은 총각이 장가를 드디어 갔다.

한여름이 끝나갈 무렵에...

우리 남매는 어려서 엄마를 여의고 엄한 아버지 밑에서

그리고 새엄마 밑에서 설움을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항상 난 동생이 안쓰러웠고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혼자 객지 생활에 지친 동생이 결혼을 한다니...

결혼식날...

우리집 외며느리요 나의 올케도 역시 엄마 일찍 여의고

새엄마 밑에서 자란이였다.

첨엔 그냥 아무생각없이 바라보던 올케의 뒷모습...

주례앞에 서서 연신 오른손이 얼굴로 올라가는것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울고 있었다 올케가...

순간 15년전 내모습이 저러했을터인데...

아니 더욱 초라하고 쓸쓸한 뒷모습 마냥 행복하고

아름다워야할 신부의 뒷모습이...아니었을 내가 그자리에

서있었다. 22살 어린나이에 추위 때문인지 덜덜 떨면서...

난 그때 울지 않았다 이를 악물었다 서러움때문에...

가슴에 응어리진 아픔땜에... 우리 가족석엔 내 부탁으로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앉아있기 때문에...

그자리에서 내가 울면 시댁 식구들에게 왠지 약한 모습을

보이는것 같아서 나는 이를 악물고 참았었다.

그런데 올케는 울고 있었다. "그래 너는 그래도 눈물 흘릴 여유라도 있구나!"

그모습에 나는 짧은순간이나마 여러 가지 생각들로 혼란 스러웠다.

그래도 올케는 양가 어른들 다 앉혀놓고 결혼식을 하니 얼마나

행복하니? 하면서...

하지만 올케의 그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그작은 체구가 보담아 주고싶을 정도로 안쓰러워서...

나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동생 결혼시켜주는 아버지 모습을

나는 미워할 마음의 여유조차 잃어버렸다.

그리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올케 한테 제발 잘해주세요!
결혼식에서 내내 울던 모습 너무 불쌍해서 혼났어요!
15년전에 아버지 딸이 그자리에 그렇게 서있어서요!"

그런말 하는 내자신이 나도 알수가 없었다.

내 서러운 맘하곤 상관없이 그렇게 말이 나오는 연유는 무엇일까?

그뒤 동생 붙잡고 아버지 붙잡고 시간만 있음 잘해주라고

당부하는 내마음을 우리 동생, 아버지는 알지 못한다.

그냥 인사치례려니 할것이다.

이 딸이, 누나가 얼마나 그 긴시간을 설움과 아픔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지 모른다.

어릴적 그 환경이 싫어서 내가 선택한길을 누구 원망도 못하고

얼마나 버겁게 살아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지금 이순간에도 가슴속에선 눈물의 바다가 흐르고 있다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