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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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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돌과 백돌


BY 몽마르뜨 2001-01-20

며칠 전 만 다섯돌을 맞은 큰 아이가 요즈음 바둑 두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
퇴근하는 아빠에게 바둑두자는 소리가 인사가 되버렸고, 바둑에 '바'자도 몰랐던 나 역시 아들때문에 바둑을 배울 수 밖에 없는
상황. 다니러 오셨던 외할머니, 친할머니. 삼촌 등등... 일단 우리집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바둑판 앞에 앉아야만 ?다.
토요일, 일요일이 휴일인 남편은 그야말로 고역이다.
컴퓨터에 앉아도,신문을 봐도 바둑, 바둑, 바둑.....
하지만 문제는 엄마인 나...
평소에도 한자리에 10분을 앉아있지 못하는 조금은 산만한 성격인데.
30분이상을 바둑판 앞에 앉아 있을려면 온몸이 뒤틀릴 지경이다.
다행히도 엄마 성격 닮지 않아 다행이지만. 그 지독한 바둑사랑에
생각같아서는 바둑돌을 숨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얼마 전. 너무도 귀찮게 하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엄마 좀 그만 따라다녀. 이 흑돌아!" 하고 쏟아대니.
아들 왈. " 내가 흑돌이면 엄마는 백돌하면 되겠네."
아이의 피부가 남편을 닮아 점점 짙어진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줄 알았던 아이의 대답에 어처구니가 없다.
아빠와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저와 아빠는 흑돌이고,
엄마와 동생은 백돌이란다.
좌우간 검은돌이든 하얀돌이든. "바둑하자~아.. 엄마. 내가 이번에는
제대로 가르켜줄께. 못한다고 슬퍼하고 안하면은 바보가 되요. 엄마."
기가막혀. 세기에 한명 나올까 말까하는 기사가 나올려나.
엄마노릇 정말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