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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시절


BY hwos 2001-01-20

그 때 그 시절




새해에 내린 상서로운 눈, 서설(瑞雪)! 어제는 그런 눈이 펑펑 쏟아져서 어린애처럼 좋아했었다. 자꾸만 창밖에 눈이 쏠리고 할 일도 많건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요즘은 눈이 그리 오지 않는 편이다. 내가 어릴 적, 그 때는 참 눈 이 많이 와 쌓여서 그 눈이 녹지 않고 한 겨울을 지나기도 했었는데, 아마 지금 생각해 보면 공해도 지금 같지 않고 해서 기온이 낮아 자주 눈도 내렸나 보다.
새해가 되면 어머니는 전 전 날쯤 하얀 쌀을 두어말 물에 담가 놓으시고, 그 외 음식 장만하시느라 바쁘셨다. 자식 들 설빔 장만하시느라 밤 새워 화롯불에 인두를 묻어 두고는 한복 만드시기에 밤이 하얗게 새는 줄도 모르고 바느질을 하셨던 걸 기억한다. 한 참을 자다 일어나 보면 그 때 까지도 한복 만드시기에 골몰 하셨던 어머니...
빨간 치마에 색동 저고리라던가, 노랑 저고리가 대부분이었다. 그 새 옷을 다 지어 놓으시고 장 농 깊숙이 다림질 해 넣어 두고는 설날이 되도록 입지 못하게 하셨다. 그럴 때면 나는 하루에도 서너 번 씩 옷을 꺼내 입어 보곤 했었다. 그러나 설날에나 입으라는 어머니 말씀엔
군 말 없이 들어야만 했던 그 때 그 시절의 우리네였다. 60을 바라보는 세대들은 그런 기억 들이 생각나리라. 지금처럼 입을 것이 흔치 않았던 세대들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 꺼리다. 그 새 옷이 입고 싶어 자고 나면 손가락을 꼽아 설날이 며칠이나 남았나 하고 아침마다 헤아리곤 했었다. 왜 그리 날짜가 빨리 안 가는지 항상 그 날이 그 날인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이순(耳順)을 바라보며 어릴 적 제자리 걸음하던 시간이 어째서 화살처럼 빨리 스쳐 지나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때나 지금이나 꼭 같은 시간이건만.....
방앗간이 지금처럼 많지도 않았거니와 시설도 지금 같지 않아 불을때서 쌀을 익혀 떡을 빼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가 떡을 빼러 갈 차비를 하면 나는 먼저 나서서 꾀나 걸어서 가야 하는 방앗간을 따라 나서곤 했다. 그 곳에서 내가 했던 일은 우리 떡쌀 함지박을 차례대로 줄지어 놓는 일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씩 순서대로 떠밀어 놓는 일도 내 몫이었다 어머니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빨리 우리 차례가 와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가래떡을 한시 바삐 먹고 싶어서였다. 방앗간이 흔치 않았음인지 사람들은 무척이나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마침내 우리 차례가 와 백설처럼 흰 떡이 기계 구멍으로부터 줄지어 나오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제일 먼저 나온 떡을 재빨리 잘라 내게 주시곤 했다. 그 때 그 떡 맛이란!
지금 와서 생각 해 보면 그 때 그 빨간 치마에 색동 저고리와 가래떡은 내게 있어 가장 좋은 옷이었고 최고의 떡 맛으로 기억된다.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요즘 어떤가?
먹을 것 입을 것이 넘쳐 나고, 쓸 수 있는 가전 제품이나 살림살이도 내다 버리는 시절이 아니더냐!.
우리 세대가 느끼는 풍요 속의 빈곤.... 아! 왜 이렇게 그 때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운 걸까?